장애인권리보장법이 왜 '형식적 평등' 수준인가
[이원무 기자]
[이전기사] 10년 염원 끝 통과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왜 '속 빈 강정'인가 https://omn.kr/2i2r3
이어서 평등권을 보겠다. 평등권을 정의한 10조 3항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이 모든 유형의 차별에 대하여 효과적인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입증책임 배분, '장애를 이유로' 등에 가로막힌 장애인 평등권
모든 유형의 차별과 관련해 인권법이라 칭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경우 직접차별, 간접차별, 합리적 편의 제공 거부, 괴롭힘 등이 있지만 장애 외 인종, 사회적 지위 등의 그밖의 모든 사유로 인한 차별이 결합한 다중·교차차별을 규정한 내용이 없다. 교차·다중차별의 경우 예를 들어, 장애여성과 관련한 비교대상에서 장애남성인지, 비장애여성인지 등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대개 판사들과 인권위 등은 차별로 볼 수 없다며 기각하기 쉽다.
10조 4항에 따르면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장애인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장애를 손상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정의했기에, 사회적·문화적 장벽과 환경까지 고려한다면, 차별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는 지점을 무력화할 실마리는 생긴다. 하지만 아직까진 장애를 손상 영역으로 국한해 해석하려는 경향이 적지 않은 게 인권위와 법원의 현실이다. 심지어 법원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등록장애인인지를 보는 경향이 많으니 말이다.
더구나 실무에선 철저히 단일사유 중심이고, 장애인과 관련돼선 장애로 인해 차별받았음을 입증해야 한다. 권리 구제에서 장애인은 장애로 인한 차별임을 오롯이 증명해야 하는 입증 배분의 책임 원칙이 따르는데, 기억 등이 파편적이고 일관적이지 않은 정신적 장애인의 경우에는 진술 신빙성의 이유로 권리 구제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다. 입증책임 배분이 완화돼도, 파편화된 진술에 대해 법원은 대체로 차별 개연성조차 잘 인정하지 않는다.
더욱 문제는 현장에서 가해자와 싸우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등 장애인차별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장애인권리옹호기관에 대한 조항이 삭제돼 있다. 장애계에서 요구한 조항임에도 삭제되어 있음은 유감이다.
다음으로 16조 안전권에서는 모든 형태의 착취, 폭력 및 학대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지며, 학대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학대 예방 방안을 강구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장애인 혐오 선동 및 차별로 인해 물리적 학대와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임에도, 16조는 온라인상 혐오와 그로 인한 연쇄적 폭력을 포괄적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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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작년 7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과 개최한 ‘제2차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간담회’ 현장. 당시 장애인 건강권 보장의 근거가 되는 '분리통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논의됐지만, 정작 통과된 장애인권리보장법엔 관련 조항이 미비한 실정이다. |
|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보도자료 |
제35조 통계구축과 관련되어선 장애유형, 성별, 경제적 지위, 국적, 연령 등 요인들을 나누는 식의 분리통계 구축에 대한 언급이 없다. 분리통계를 통해 장애 외에 연령, 성별, 경제적 지위 등의 그 밖의 요인들과 상호작용하며 교차·다중 차별의 구체적 현실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장애인 개인별로 구체적인 지원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척수장애는 지체장애 안에 포함돼 있지만, 지체장애가 주로 골격이나 근육 손상이라면, 척수장애는 신경이 손상돼 경직, 욕창 등이 동반된다. 지체장애의 경우엔 보장구 활용, 척수장애와 관련해선 사회 복귀 훈련과 장애 정도에 따른 세밀한 환경 조정 등에 초점이 가 있어, 두 장애는 손상, 욕구 등이 다르다. 그러기에 두 장애는 장애유형에서 분리통계로 가는 것이 맞다. 다른 장애도 그런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두 장애는 지체장애로 합쳐 다뤄지고, 척수장애인의 경우 지체장애인의 손상, 욕구 등으로 수렴된다. 척수장애인의 신경계 손상 및 그로 인한 불안을 경감하도록 지원하는 노동환경 등의 구체적 욕구가 가려지게 되어, 이에 기반한 정책을 마련하기란 어렵다. 척수장애인이 데이터를 통한 소외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차별을 낳는 대목이다.
분리통계 작업을 하려면 더욱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장애인 분리통계가 대체로 미비하다는 현실 속에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분리통계를 구축하라고 최종견해를 냈지만, 여전히 통계청은 예산 프레임에 갇혀 현실을 바꿀 의지가 없어 보인다.
분리통계 언급하지 않고, 통계 수집 및 관리, 통계자료 제출을 이야기했기에, 통계가 교차차별 등의 장애인차별을 종식하긴커녕, 국가의 행정 편의적 관리와 통제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그런 상황에서 장애영향평가를 실시한들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오지 못할 거란 우려도 크다. 무엇보다 장애인지예산에 대한 이야기가 없기도 하다.
이외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가 두 종류 이상인 장애인이 욕구에 적합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44조 2항이 있다. 이 경우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는 법정장애를 얘기하는 거라, 법정장애가 아닌 자폐성 장애 동반의 ADHD나, 심리사회적 장애(정신장애)의 한 분류이나 법정장애 밖의 성격장애 등의 경우, 다른 법정장애와 함께 동반된다면, 44조 2항에 따른 지원을 받지 못하는 맹점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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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의 기준을 선도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 |
| ⓒ 이원무 |
그러기 위해선 인권위에 장애와 인권 감수성이 풍부한 장애인 당사자가 인권위원으로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인권위 내에 법리 중심의 판단에서 탈피해 장애인권리협약을 훈련하고, 이를 정기적·체계적으로 판단에 적용하고 피드백까지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 혐오 근절 및 학대 예방을 위해선 구체적인 다중·교차차별 종식 전략과 실행방법, 충분한 예산 마련이 필수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식교육 내용에 장애인 학대와 혐오, 괴롭힘을 추가하고 이 교육을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하며 훈련하고 대응하는 국가와 지자체 시스템 수립이 필요하다. 그래야 인식개선이 의미 있는 차원을 넘어, 장애인의 실질적 평등 일환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아울러 분리통계를 위한 충분한 예산 마련은 물론, 이를 위해 통계청과 기획재정부엔 장애인 권리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훈련과 피드백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며, 장애인지예산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 권리보장은 물론 교차차별 등 장애인에 대한 차별 근절을 위한 근거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다.
결국, 예산 프레임, 분리통계 미비, 입증책임의 배분 등으로 인해 장애인의 평등권은 사실상 보장되지 못한다면, 이름뿐인 자칭 '장애인권리보장법'이요, 형식적 평등 수준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장애 개념의 폭넓은 해석과 입증책임 전환, 장애인 혐오와 교차차별 종식전략 도입, 분리통계 구축 등을 하고 장애의 인권적 모델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 이 법은 장애인의 실질적인 평등을 보장하는 법안으로 거듭날 것이다.
다음 글에선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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