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폭등에 하늘길 줄었다”…LCC 900편 감편·무급휴직 속출

정재홍 2026. 5. 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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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운항 감축과 무급 휴가 등으로 비용 감축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활주로에서 여객기가 이륙하는 모습. 뉴스1


중동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규모 감편과 무급휴직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유가 충격이 본격 반영되는 2분기부터 줄줄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들은 최근 두 달 사이 국제선 운항을 왕복 기준 약 900편 줄였다. 아직 일부 항공사의 6월 운항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감편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은 5~6월 국제선 운항의 약 4%에 해당하는 왕복 187편을 감축했다. 인천발 푸꾸옥·다낭·방콕·싱가포르 노선은 주 7회에서 주 3~4회 수준으로 줄였고, 하노이 노선도 감편에 들어간다. 비엔티안 노선은 두 달간 운항을 중단했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축소 여파로 객실 승무원 대상 무급휴직도 시행하기로 했다.

다른 LCC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진에어는 괌·푸꾸옥 등 노선을 중심으로 왕복 176편을 줄였고, 에어부산은 다낭·방콕·세부·괌 등 노선에서 왕복 212편 감편에 나섰다.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 등도 동남아 중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축소를 이어가고 있다.

항공사들이 동남아 노선을 집중적으로 줄이는 이유는 급등한 유류비 부담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거리 이상 노선은 유류할증료 부담이 커 여행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반면 일본처럼 가까운 단거리 노선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항공유 가격은 전쟁 이후 2.5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5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214달러를 넘어서며 두 달 전보다 150% 이상 급등했다.

항공업계는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에어로케이는 무급휴직을 시행했고, 진에어는 직원 안전격려금 지급을 연기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도 비용 절감 중심의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문제는 저비용항공사들의 체력이 대형 항공사보다 훨씬 약하다는 점이다. 티웨이항공은 2년 연속 적자가 누적되며 부채비율이 3400%를 넘겼고, 에어프레미아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실적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 여행 수요 둔화가 동시에 반영되는 2분기부터는 LCC들의 실적 악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스피릿항공처럼 재무구조가 취약한 항공사가 시장에서 버티지 못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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