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줘"하면 꼬치꼬치 따지는 AI, 심각한 경고일지 모릅니다
AI는 이제 우리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모두가 AI를 사용하는 지금, 중요한 건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정답은 없지만, 이 탐구 생활을 통해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기자말>
[신상호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해드리면 될까요?"
요즘 AI에게 "이거 해줘"라고 요구할 때 AI의 답변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과거에는 "해줘"라고 던지면 군말 없이 결과물을 내놓던 AI가, 이제는 오히려 역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누구를 위한 글인가요?", "어떤 관점을 강조하고 싶으신가요?", "구체적인 데이터 범위를 정해주시겠어요?" 이런 식으로 꼬치꼬치 따져 묻습니다.
이같은 AI의 변화, 사용자에게는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AI의 변화를 인간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입니다. 스스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AI에게 해달라고만 하는 인간들의 지적 게으름, 나아가서는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 멸종에 대한 경고입니다.
인간은 수천 년간 지식을 얻기 위해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 왔습니다. 수많은 화학 공식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여러 과학자들이 생명을 잃기도 했고, 수학 문제 하나를 풀기 위해 골머리를 앓다가 정신을 잃은 수학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식은 끊임없이 축적돼 왔고, 오늘날 문명의 기반이 됐습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서관의 퀴퀴한 책 냄새를 맡으며 색인을 뒤지고, 수십 권의 참고문헌을 옆에 쌓아두고 지식을 탐구했습니다.
그것은 자신만의 탐구 주제를 가지고, 흩어진 정보와 지식의 조각을 모아, 자기만의 지식 지도를 그리는 인간의 '지적 대사 과정'이었습니다. 복잡한 난제 앞에서 마인드맵을 그리며 구조를 짜고, 실행 계획을 세우며, 때로는 동료와 치열하게 토론하며 논리를 다듬는 과정에서 인간의 사고력은 단련됩니다. 근육이 더 무거운 저항을 받아 성장하는 것처럼, 지성 또한 문제라는 저항을 스스로 돌파할 때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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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상적인 질문에 AI가 즉답을 내놓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
| ⓒ 신상호 |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공동 진행한 연구(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에 따르면, AI에 과도하게 의존한 그룹은 AI가 명백히 틀린 논리를 제시해도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이 연구는 AI가 틀린 답변을 해도 그대로 믿고 따르는 일종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과거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지도를 외우고 지형지물을 살피며 길을 찾았습니다. 그 시절 운전자들의 머릿속에는 누구나 지도 하나씩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비게이션 없이는 장거리 운행은커녕 집 앞 골목도 헤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간 특유의 공간 지각 능력이 사라진 것입니다.
인간이 지식 탐구 과정을 모두 AI에 의존하는 현상은 내비게이션의 사례보다 훨씬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주 기초적인 의사결정조차 스스로 내리지 못하는 '지적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AI 오류 등이 낳은 대규모 허위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돼 집단적 오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지금도 '부정선거'의 허상을 좇는 사람들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만약 이런 사람들이 다수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유의 과정을 포기하고 AI가 떠먹여 주는 단편적인 정보에만 의존하는 사람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할 수 없습니다. AI에 어느 정도 의존하더라도, 스스로 탐구 문제를 찾고, 엉킨 실타래 같은 생각을 차근차근 풀어내고, 질문의 날을 정교하게 세우는 '생각의 힘'은 필요합니다. 생각의 힘을 단단히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AI를 더 잘 활용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어쩌면 AI가 던지는 역질문은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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