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애플·엔비디아 수주로 美 결집하는데…삼성전자, 내부 리스크 '위기'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등 핵심 빅테크 고객사를 확보하며 사업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이에 따라 그간 대만 TSMC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세계 파운드리 2위 자리를 유지해온 삼성전자는 '미국 내 제조'라는 공급망 명분을 앞세운 인텔과 시장 점유율을 두고 직접적인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인텔의 약진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무게중심이 아시아에서 미국 본토로 이동할 수 있다는 근거로 작용한다.

◆ 인텔의 확장과 삼성의 정체
현재 파운드리 시장의 주요 수주 지형을 살펴보면 인텔의 공세가 뚜렷하다. 인텔은 최근 애플과의 예비 합의를 통해 차세대 프로세서 생산 물량을 확보한 데 이어, 엔비디아로부터 인프라 안정화를 위한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아마존(AWS) 역시 인텔 파운드리의 커스텀 실리콘 파트너로 합류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수주 잔고는 이미 15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테슬라 역시 텍사스 '테라팹' 프로젝트를 통해 인텔의 1.4나노급(14A) 공정 도입을 검토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 고객사인 퀄컴과 엔비디아의 일부 물량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첨단 공정인 3나노 및 2나노 영역에서 대형 빅테크들의 '퍼스트 벤더' 지위를 인텔에 위협받고 있다.

◆ 미국 빅테크 기업, 자국 우선주의 작동
애플뿐만 아니라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쥔 엔비디아와 클라우드 인프라 강자인 아마존(AWS)이 인텔 파운드리를 선택한 점 역시 삼성전자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소다. 미국 테크 기업들이 자국 내 공급망 안정성을 핵심 가치로 두기 시작하면서, 삼성이 축적해온 미세 공정 노하우가 '현지 생산'이라는 지정학적 프리미엄에 밀리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추진해온 글로벌 수주 전략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기술 경쟁 측면에서도 인텔의 추격은 구체적이다. 인텔은 1.8나노급 공정인 ‘18A’의 양산 준비 완료를 선언하며 로드맵상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특히 전력 배선을 웨이퍼 뒷면에 배치해 전력 효율을 높이는 ‘파워비아(PowerVia)’ 기술을 선제적으로 제안해 주요 고객사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GAA(Gate-All-Around) 구조의 숙련도를 강조하고 있으나,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고객이 요구하는 일정 내에 안정적인 수율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제조 신뢰도 하락 우려
대외적인 경쟁 심화 속에서 삼성전자는 내부적인 리스크에도 직면해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파운드리 비즈니스의 핵심인 '납기 준수' 역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운드리는 고객사와의 계약에 따른 정밀한 공정 관리가 중요하다. 생산 차질 가능성 마저도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에게는 기회비용 및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텔이 미국 정부의 행정적 지원과 안정적인 노동 환경을 강조하며 마케팅을 펼치는 상황에서, 삼성의 내부 진통은 수주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 메모리 반사 이익은 호조
다만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확대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인텔이 파운드리 규모를 키우고 자체 AI 칩 생산을 늘릴수록, 여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의 수요는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엔비디아와 TSMC 동맹에 집중되었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메모리 매출처가 ‘인텔 파운드리 진영’으로 다변화되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직접적인 경쟁 관계지만, 메모리 부문에서는 수요처가 확보되는 셈이다.
한편, 현 상황은 K-반도체에 ‘파운드리 점유율 수성’이라는 과제와 ‘메모리 시장 확대’라는 기회를 동시에 부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부 리스크를 조속히 관리하고 인텔의 추격을 기술력으로 제압하며 제조 정점을 증명할 것인지, 혹은 인텔 생태계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조력자로 남을 것인지 변곡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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