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명이 찾는 ‘그곳’] 2. 무료 웹툰 뒤 숨은 도박 수익
뉴토끼, 우회 접속 체계화… 불법 플랫폼 진화

무료 웹툰을 내세운 불법 사이트들이 이용자를 불법 도박으로 끌어들이는 '트래픽 장사' 창구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도박 광고 수익에 더해, 이용자가 도박으로 돈을 잃으면 손실액 일부까지 배분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콘텐츠 유통이 불법 도박 산업과 결합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 관련기사 : 인천일보 5월8일자 6면 [수백만 명이 찾는 '그곳'] 1. 불법 웹툰 사이트 조직화
1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불법 웹툰 사이트들은 사실상 불법 도박사이트 광고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웹툰·웹소설 불법 복제물을 무료로 제공해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한 뒤 사이트 곳곳에 카지노, 스포츠토토, 슬롯게임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무료 콘텐츠를 앞세워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불법 도박 광고 수익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피해 규모도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표 불법 웹툰 사이트로 알려진 '뉴토끼'의 월 피해 규모는 약 398억원으로 추산됐다. 이용자는 1220만명에 달했다. 또 '마나토끼'에서는 불법 일본 만화 1150건, '북토끼'에서는 불법 웹소설 700건이 유통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웹툰·웹소설 불법 유통에 따른 연간 전체 피해액은 7215억원이다.
인천일보가 접촉한 복수의 불법 사이트 운영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박업체들은 사이트 메인 화면 배너와 팝업 광고 등을 조건으로 운영자 측에 보증금과 월 광고비를 지급했다. 이용자 수가 많은 사이트일수록 광고 단가도 높았다.
수익 구조는 단순 광고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 운영자들은 도박사이트에 이용자를 유입시키는 대가로 손실 금액 일부를 배분받는 이른바 '쉐어 방식' 수익 모델도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웹툰 사이트 광고를 클릭해 도박사이트에 가입하고 이후 베팅 과정에서 돈을 잃으면 일정 비율을 운영자가 가져가는 구조다. 사실상 이용자의 도박 피해가 불법 웹툰 사이트 수익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이처럼 불법 웹툰 사이트들은 단순 불법 복제를 넘어 대규모 이용자를 기반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플랫폼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료 콘텐츠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광고와 추천 코드, 쉐어 방식 등을 통해 도박사이트와 결합하는 구조다.
실제 일부 사이트는 차단을 피하기 위한 우회 시스템까지 체계적으로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토끼 관련 안내 페이지에는 차단된 과거 주소와 최신 접속 주소를 정리한 '주소 변경 기록'이 게시돼 있었다.

사이트 차단 시 DNS 변경과 우회 프로그램(WARP) 설치, 시크릿 모드 접속 방법 등을 안내하는 화면도 확인됐다.
특히 뉴토끼는 주소가 차단될 때마다 숫자를 바꾼 신규 도메인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차단된 주소 이력과 신규 주소를 이용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안내하며 접속을 유지하는 구조다. 불법 사이트임에도 일반 인터넷 서비스처럼 운영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철현 법무법인 고운 변호사는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자들이 검거되더라도 단순 저작권 침해 혐의만 적용될 경우 처벌 수위는 높지 않은 편"이라며 "형사 처벌보다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 책임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불법 도박 광고 등과 결합된 경우에는 단순 저작권 침해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불법 웹툰 사이트들은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URL 변경과 우회 주소 운영을 반복하며 추적을 피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접속 우회 방법까지 직접 안내하는 등 운영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지만, 해외 서버와 우회 구조 탓에 차단에도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
/김영래·최준희 기자wsx302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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