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싸움 중 책상 엎어 ‘폭행’ 유죄…그 판결, 대법서 뒤집혔다

단순히 놀라게 하거나 겁을 준 행위는 폭행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달 2일 말다툼하다 책상을 뒤집어엎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피고인 A씨는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감사인 B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전부터 법적 분쟁을 벌여 온 두 사람은 2021년 5월 회의실에서 회의록 작성을 놓고 언쟁이 붙었다. 화가 난 A씨는 앞에 있던 책상을 뒤집어 엎었다. B씨는 A씨를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폭행은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신체를 훼손하는 상해와는 구분된다.
1심에서는 A씨의 폭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는 직접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어 사건 당시 A씨와 B씨가 1m가 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점, 범행 당시 A씨의 시선이 B씨를 향해 있었던 점, 책상 파편의 일부가 B씨에게 튄 점 등을 고려해 혐의를 인정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A씨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이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행위의 태양, 말다툼에 화가 나 책상을 뒤집어 엎었다는 범행 경위 등을 고려하면 그 동기나 목적이 정당한 행위라거나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A씨는 무죄라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A씨가 책상을 정면 방향으로 뒤집어엎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B씨는 피고인 기준 약 10시 방향에 서 있었고, 따라서 A씨 행위로 인해서 피해자의 신체에 위험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피해자를 놀라게 하거나 겁을 주었다는 것만으로 ‘폭행’으로 볼 수 없다”며 “B씨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 어렵고,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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