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긴 하냐?' 수원 팬들의 야유, 어쩔 수 없는 속도 차이 [케현장]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경기가 끝나자 수원삼성 팬들은 선수단을 비판하는 걸개를 내걸었다. "우리에게 골을 보여줘"라는 구호는 분명 득점에 실패한 선수들에게 분발을 요구하는 외침이었다.
지난 9일 대구FC와 경기 전에도 수원 팬들은 선수단 비판 걸개를 똑같이 꺼내들었다. 최근 경기력에 대한 의문에 더해 수원FC와 더비에서 1-3으로 역전패를 한 게 단초가 됐다. 문구는 여러 가지였는데 그 내용은 '간절하긴 하냐?'라는 걸개로 요약할 수 있었다.
팬들에게 가장 좋은 건 당장의 승리다. 팬들은 경기 결과로 일주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경기를 보기 위해 기꺼이 티켓을 사고, 유니폼을 사고, 각종 굿즈를 산다. 그들에게 승리는 최고의 선물이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팬들을 달래는 방법은 경기력 개선이다. 미래의 승리를 약속하면 된다. 너무 긴 무승에는 효용이 없겠지만, 2경기 정도 승리하지 못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약효가 들 것이다.

현재 수원 경기력은 들쭉날쭉하다. 부산아이파크전은 2실점을 허용한 전후 10분 정도를 제외하면 수원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 결과는 3-2 승리였다. 수원FC와 경기에서는 전반에 대단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후반에 수원의 역습에 제대로 당하며 흔들렸다. 결과는 1-3 패배였다.
이번 대구전 경기력은 어땠을까. 후방 빌드업 체계가 비교적 잘 구성됐는데, 공격 진영까지 전개는 시원하기보다 이른바 'U자 빌드업'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수비에서는 상대 에이스인 세라핌을 제어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과 역습에 흔들리기도 했다. 경기력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냉정히 말해 좋다고 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경기력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경기 운영을 하면서 무실점을 했다. 긍정적으로 본다"라며 "답답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상대를 압도하는 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경기 운영을 하면서 경기장에서 상황에 맞게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그래도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조금씩 더 하려고 하고,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나는 팀 내부에서 바뀌려는 모습이 보여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당장 경기력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이 감독에게 당장의 승리만큼 중요한 건 장기적으로 수원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매 경기 결과를 챙긴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방향성이 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부터 이 감독은 줄곧 승격 그 이상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지금 팀 기반을 다져야 K리그1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이 감독과 수원은 차근차근 나아가려 한다.
이 감독은 "우리는 매 경기 나아지고 있다. 밖에서 볼 때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선수들이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경기마다 열 발자국, 다섯 발자국씩 나아가는 게 아니라 반걸음 정도씩 성장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다. 수원은 2부리그에 3년째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경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맞춰 선수들과 올 시즌 끝까지 잘 싸워보겠다"라며 지금 방향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드러냈다.
이는 이 감독의 생각만이 아니라 수원 선수단에 공유된 믿음이기도 하다. 이번 대구전을 통해 올 시즌 첫 출장을 한 정동윤은 "훈련과 시스템에 있어 외국 선진 축구를 따라가는 관점이 많다. 실점을 안 하는 데 집중하면서 공격 작업에서도 기회는 많이 만들고 있다"라며 "경기력에서 11경기 동안 일관성 있게 잘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선수들도 수원이 분명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안다고 말했다.
이 감독과 정동윤 모두 강조했듯 팬들이 걸개를 들고, 선수들에게 야유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또한 수원을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다. 수원에 간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만 서로 생각하는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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