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팔아 횡성에 5만평 샀다…山에서 1억 캐는 금융맨 비결

박형수 2026. 5. 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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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나는 59세 나이에 신한은행 부행장을 거쳐 신한신용정보 대표직을 끝으로 33년 간의 은행 경력을 끝마쳤다. 은행장은 못 해봤지만 월급쟁이로 이만하면 할만큼 했다는 마음에 후련하게 퇴직했다.

박주원 노아의숲 대표가 자작나무가 우거진 숲 길을 걸어내려오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리고 이듬해, 나는 강원도 횡성에 5만평(16만5200㎡)짜리 산을 매입해 ‘숲지기 박주원(72)’이 됐다. 이곳에선 새소리에 잠이 깨고 맑은 바람에 숨결이 저절로 터진다. 지천에 깔린 산나물을 캐다 자작나무 수액에 재워 발효시킨 묵은 반찬들은 그 자체로 명약이다. 산 생활 13년째, 지금도 나무 심고 길 닦으며 20대 장정처럼 고되게 일하지만 감기 한번 앓지 않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거다.

산에서 무슨 일을 그리 하냐고? 나는 이 큰 산을 ‘산림 치유의 숲’으로 꾸미고 있다. 자작나무, 엄나무, 마가목 등 나무들을 수십만주 가져다 심었다. 산 전체가 내 정원이라 곳곳에 꽃과 약초도 심어 가꾼다. 산마늘이라 불리는 명이나물은 모종 사다 심은 게 20만 개, 씨앗을 가져다 직접 모종을 만들어 심은 건 100만 개다. 이 나무와 꽃, 약초들은 농약 한 방울 없이 오롯이 산의 기운만으로 키워낸다.

" 저는 이 산의 ‘봉이 김선달’입니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김선달처럼, 저는 산이 공짜로 길러준 나무의 수액을 받아서 비싸게 팔거든요. 또 산이 거저 내어준 산나물을 캐다 ‘산나물 세트’로 만들어서 또 팔아요. 계절마다 산림 숲 체험 교육을 받으러 청년, 학생, 임업 후계자들이 단체로 찾아오시니 제가 현장 학습을 시켜드리죠. 그러니 늘 바쁩니다. "

박주원 노아의숲 대표가 자신의 숲에서 자라고 있는 자작나무를 꼭 끌어안고 있다. 장진영 기자


혹자는 내게 “은행에서 그리 높은 자리에 있었으니, 돈 많이 모아 그 큰 산을 샀구나”라며 부러움을 표한다. 돈을 다루는 은행에 다녔으니, 야무지게 재테크해서 목돈을 마련해 퇴직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거다.

나의 솔직한 대답은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산을 매입한 자금은 판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를 팔고 은행 대출까지 받아 겨우 마련했다. 그러니 애초에 나는 산에서 유유자적할 생각이 없었고 산을 잘 활용해 소득을 마련해야 했다. 산은 그런 나를 넉넉하게 품어주고 풍족한 소출을 안겨줬다.

산 생활 13년째, 어느덧 산은 온 가족에게 새로운 터전이 됐다. 아내는 제철나물이 흐드러진 산을 “우리 가족 전용 유기농 냉장고”라 부르며 곳곳을 누빈다. 딸은 결혼을 앞둔 시기, 이 산에서 웨딩촬영을 했다. 하얀 웨딩 드레스를 차려입은 딸이 턱시도 차림의 사윗감과 함께 산으로 올라왔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손수 가꾼 산에서 딸의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간을 기록한다는 게 놀랍고 감사했다.

박주원 노아의숲 대표의 딸과 사위가 숲에서 촬영한 웨딩 사진. 박주원 제공


(계속)

“폐암입니다.”

박주원씨는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던 시기, 청천벽력같은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초기였고 수술하기 쉬운 부위라 완치됐지만, 이때의 충격과 경험은 그에게 “퇴직하면 반드시 도시를 떠나리라”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답니다.

평생 금융맨으로 살았지만, 사실 그는 농고와 농대를 나온 ‘산골 소년’ 출신입니다. 소년 시절, 부모님께 혼날만한 잘못을 저지르면 지게지고 산으로 가서 풀숲을 헤치고 다녔답니다. 그러다보면 “에이, 말씀 드리고 매 한대 맞지 뭐”라는 용기가 생겼던 거죠. 그러니 퇴직 후 산에 들어간 건, 그에게 ‘경로이탈’이 아닌, ‘귀향’이었던 셈입니다.

산을 사느라 진 빚은 산이 다 갚아줬다고 합니다. 현재 박주원씨의 연 매출은 1억원이 넘습니다. 산은 박주원씨에 돈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풍요,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 줬죠. “이 숲에서 제가 느낀 풍요로움, 쉼, 여유를 여기 오는 모든 분들이 만끽하실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박주원씨. 일흔이 넘은 그가 오늘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박주원 노아의숲 대표(왼쪽)가 아내와 함께 모노레일을 타고 산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예순 다 된 나이에 산에 들어와 5만평 임야를 가꾸고 사업화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퇴직 후 귀산촌을 꿈꾸는 후배에게 전하고픈 산 생활의 실체, 10년 넘게 산에 살면서 깨달은 최적의 귀산촌 아이템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판교 팔아 횡성에 5만평 샀다…山에서 1억 캐는 금융맨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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