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도 노동자... 지역사회가 주목해야 할 흩어진 청년들
[청년유니온]
우리는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인공지능(AI)의 혁신 사례와 기업의 생산성 향상 보고서는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화려한 수사 뒤에서, 노동시장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청년의 삶은 날카롭게 쪼개지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단순히 작업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 진입로 자체를 폐쇄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2026) 'AI 기술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에서 15~29세 청년 고용지수는 2년 만에 15% 급락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신입을 채용해 긴 시간 공들여 교육하지 않는다. AI로 대체 가능한 직무는 과감히 덜어내고, 남은 자리는 즉시 전력감이 되는 고숙련 경력직으로 채운다. 청년들이 일터에서 구체적인 실무를 배우고, 실패하며, 성장해 나가던 이른바 '숙련 사다리'가 통째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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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0514 [기자회견] “3.3 프리랜서” 노동권 보장을 위한 21대 대선 정책요구안 발표 |
| ⓒ 청년유니온 |
프리랜서 노동은 흔히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나는 청년 프리랜서들의 언어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스스로를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악덕 사장'이라 부르며 자조한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것은 언제든 일할 수 있다는 뜻인 동시에, 언제든 일해야만 한다는 강박으로 치환된다. 끝없는 자기관리와 과로의 경계에서, 사내규정조차 없는 1인 사업자들은 스스로를 소진하며 버틴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정성이 제도적 보호의 공백과 결합할 때 더욱 극대화된다는 점이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퇴직금과 같은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은 철저히 '표준 근로계약'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수정 요구, 일방적인 단가 삭감, 심지어는 임금 체납이 발생해도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초기 경력 프리랜서들은 더욱 취약한 불평등 거래 관계에 놓인다. 다음 일감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당한 대우에도 침묵을 선택한다. 알고리즘에 기반한 플랫폼 노동 환경에서는 개인의 평판 점수가 생존을 결정하기에, 플랫폼 중개자의 수수료 취득과 책임 회피 구조 속에서 위험의 책임은 오롯이 노동자의 몫으로 전가된다.
"나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감각
더욱 심각한 지점은 노동의 물리적 단절이 심리적·사회적 단절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년유니온이 현장에서 만난 많은 프리랜서는 정부의 각종 제도나 지원 사업을 접할 때 "나는 대상이 아니다" 혹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는 감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정보의 부족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사회보장 체계가 프리랜서를 '증명되지 않는 존재'로 취급해 온 결과다.
행정적, 금융적 절차에서 프리랜서는 늘 장벽에 부딪힌다. '대출이 안 되는 노동자'이기에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하기 어렵고, 이는 결혼이나 출산 등 장기적인 생애 설계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사회보험에 가입하려 해도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는 이들에게 가혹한 선택을 강요한다. 결국 디지털 전환이 가져온 노동의 파편화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고립을 야기하며,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응답의 급증은 이러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제 우리는 질문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느냐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달라져도 일하는 사람의 존엄이 어떻게 지켜질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첫째, 모든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지위 중립적(Status-neutral)' 보호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처럼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안전, 건강, 공정 보수 등 핵심 노동 기준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각 지자체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 조례'를 제정하여 적정 보수 청구권과 휴식권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둘째, 청년들의 '경력 형성권'을 공적인 권리로 승인해야 한다. 기업이 AI 도입으로 절감한 비용을 사회적으로 환수하여, 민간이 포기한 신입 교육의 역할을 공공이 맡는 '공공 경력 보장제'를 도입해야 한다. 숙련을 쌓을 기회는 개인의 운에 맡겨진 스펙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보장해야 할 시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셋째, 고용 중심의 사회보험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취업 여부나 계약 형태가 아니라 소득이 발생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보편적인 사회보험을 적용하고, 저소득 프리랜서 및 지역 가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커뮤니티가 만드는 안전망
제도의 개선만큼이나 절실한 것은 흩어진 개인들을 다시 잇는 '연대'의 힘이다. 홀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성과 고립감 속에서 쉽게 무너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프리랜서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며 동료를 만날 수 있는 '거점형 공공 공유 오피스'와 '권역별 권익보호센터'가 지역마다 들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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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213, Duty Free Day, 청년유니온 프리랜서 커뮤니티 연말파티 진행 |
| ⓒ 청년유니온 |
오늘날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은 잠시 머무는 정거장이 아니라, 하나의 확고한 노동 형태이자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청년이 이를 '불안정한 대안'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선택지'로 삼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금의 낡은 체제는 그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 프리랜서의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진보의 혜택을 공정하게 나누어야 할 사회의 책임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 변화를 시작할 적기다. 표준단가 가이드라인 제정, 프리랜서 출발 자금 지원, 공제회 설립 지원 등 구체적인 정책들이 지역사회에서부터 실현되어야 한다.
프리랜서도 노동자다. 흩어져 일하는 노동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부당함에 목소리를 낼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디지털 전환이라는 파도를 함께 넘을 수 있을 것이다. 프리랜서의 일이 지속 가능한 일로 인정받는 사회, 일하는 방식과 무관하게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그 길을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의 노동권을 지키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연대하는 동료로서 그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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