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스드메·피로연 무료…교회의 특별한 웨딩마치
김선오 집사 “10년 간 예식 못해 오늘 예쁘게 해준 아내 감사”
박희준 장로 “사연 묻지 않고 부부 축복하는 게 사역 목적”

“오늘 세 부부가 부부가 되었음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공포합니다. 무릇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 것입니다.”
주례를 맡은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의 장엄한 선포가 본당 가득 울려 퍼졌다. 화사한 면사포 아래 수줍게 미소 짓는 신부들과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늦깎이 신랑들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 피어올랐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들레헴성전에서 열린 2026 연합결혼식 현장이다.
사단법인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 사회사업미용선교회(회장 박희준 장로)가 주관한 이번 연합 결혼식은 경제적 어려움과 여러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식을 미뤄왔던 세 쌍의 부부를 위한 축복의 자리였다.

당초 이번 예식에는 다섯 쌍의 부부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커플이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와 수술로 끝내 함께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각자의 삶의 무게를 견디며 이날을 기다려온 부부들의 사연도 있었다.
결혼한 지 10년이 된 김선오(64) 아키노 마리포사(45) 부부는 그동안 제대로 된 결혼사진 한 장 없었다. 대사관 서류 제출용 사진이 전부였던 이들에게 이번 예식은 선물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김 집사는 “10년 전 필리핀 선교 현장에서 만난 아내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결심했다”며 “그간 고생만 시켰는데 오늘 예쁘게 신부 화장을 한 아내를 보니 행복하다. 오늘 예식을 준비해준 봉사자들과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날 딸의 결혼식을 위해 한국에 도착한 장모 엘리자벳 마하마이(72) 씨도 “내 생일에 딸의 결혼식이라는 큰 선물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지금처럼 잘 살아주길 바란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장근영(52) 이연임(49) 부부는 장모 채경순씨의 간절한 소망 덕분에 이 축복의 자리에 서게 됐다. 평소 몸이 불편한, 투병 중인 사위와 딸을 지켜보며 늘 애틋한 마음을 품어왔던 채씨는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예식과 단 한 장이라도 제대로 된 결혼사진을 남겨 주고 싶어 신청했다”며 선교회의 배려에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또 다른 부부의 구체적인 사연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회사업미용선교회는 신청을 받을 때부터 부부들에게 과거의 형편이나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유를 묻지 않는 것을 엄격한 철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사업미용선교회 회장 박희준 장로는 “부부들이 어떤 형편에 처해 있든 그저 이들을 축복하고 섬기는 것이 우리 사역의 목적”이라며 “과거의 아픈 사연을 들춰내기보다는 오직 이들을 축복하고 행복한 예식을 준비하는 데만 온 정성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주례자로 나선 이 목사는 에베소서 5장 22~25절을 본문으로 “결혼은 창조 원리에 따라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며 “예수님과 교회가 나뉠 수 없는 것처럼 부부 또한 하나 되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가정을 이룬 세 가정의 앞날에 주님의 은혜와 복이 가득하기를 소망한다”고 축복했다.

평생에 단 한 번뿐인 세 부부의 잊지 못할 예식을 위해, 무대 뒤에서 이름 없이 헌신한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 봉사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60여명이 소속된 연합회 스태프들은 예식 한 달 전부터 드레스 가봉과 의상 준비는 물론, 당일 예식 동선까지 세심하게 조율하며 신랑·신부의 예식을 준비했다.
예식 당일, 헤어·메이크업 담당 봉사자 10여명은 오전 7시부터 모였다. 평균 연령 60~70대의 고령임에도 이들은 몇 시간 동안 선 채로 신랑 신부의 단장을 도맡았다.
선교회부회장인 김양선 권사는 “대구 동성로에서 웨딩샵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10여년 전부터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오늘 예식을 준비하느라 한 달 동안 잠을 설칠 정도로 준비했는데 막상 와보니 봉사자들이 각자 자리에서 빈틈없이 준비해 준 덕분에 무사히 식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섯 커플 예식을 준비했는데 두 커플이 오지 못해 아쉽지만 오늘 결혼한 세 부부가 하나님 안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예식을 앞두고 신랑 신부를 위한 특별한 웨딩 촬영도 진행됐다. 당초 야외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인근 마라톤 대회로 인파가 몰리자 교회가 본당을 촬영 장소로 흔쾌히 개방했다. 사진 봉사자들은 부부마다 한 팀씩 배정돼 성전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 삼아 이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정성껏 카메라에 담아냈다.
4년째 사진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박웅(50) 집사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늦은 나이에 결혼식을 올리시는 분들이라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오늘의 순간이 평생 기억될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셔터를 누른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주방도 분주했다. 매주 선교연합회 예배가 드려지던 공간은 이날만큼은 피로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주방 봉사자들은 다랑어포와 멸치로 집에서 직접 우려온 육수에 호박과 당근 고명을 얹은 잔치국수와 떡, 전을 정성껏 준비해 하객들을 맞았다.
주방 봉사에 참여한 유정숙(59) 권사는 “결혼식에 국수를 나누는 우리의 전통처럼 하객들을 위해 잔치국수를 준비했다”며 “육수와 반찬은 집에서 정성껏 만들어 왔고 현장에서는 면을 삶아 대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자들의 평균 연령이 60~70대지만 모두 축복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섬겨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의 연합 결혼식은 1990년 4월부터 시작돼 올해로 36년째를 맞았다. 형편상 예식을 올리지 못한 성도들을 위해 미용선교회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 그 시작이었다. 성도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교회의 후원 덕분에 드레스, 식장, 촬영, 앨범 제작 등 모든 과정은 무료로 지원된다. 현재까지 총 150쌍의 부부가 이 사랑의 통로를 통해 결혼식을 올렸다.
박 장로는 “교회 성도뿐만 아니라 다문화와 탈북민 가정 등 우리 사회 이웃들을 위해 이 사랑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며 “종교와 관계없이 결혼식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환영하니 내년에는 더 많은 부부와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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