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문에 6월 8일부터 여름방학" 정부 발표에 발칵 뒤집힌 멕시코
학부모·시민단체, 교육부 비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멕시코 정부가 여름방학을 한 달 앞당기겠다고 발표해 교육단체들과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에 따르면 전날 연방 교육부는 2026년 멕시코 월드컵 개최와 전국적인 폭염을 고려해 학기 종료일을 6월5일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가 학기 초에 발표한 2025~2026 학사일정 상 2학기 종료일은 7월15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수업 일수가 40일이나 줄어들게 됐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학생들은 8월31일 개학까지 3개월에 가까운 긴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된다.

마리오 델가도 교육부 장관은 "이번 학사일정 조정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으며 6월, 7월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례적인 폭염과 멕시코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학부모·시민 단체는 정부의 학사일정 축소 정책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비난했다. 전국학부모연합은 5주에서 7주 정도의 수업 기간 단축은 국가 교육 격차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학사일정 단축을 "심각한 실수"로 규정하면서 "교육 당국이 고온과 월드컵을 핑계로 수백만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스포츠 행사를 위해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희생할 수는 없다"며 "멕시코는 이미 국내외 평가에서 드러나듯이 읽기, 수학, 이해력 분야에서 심각한 결함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멕시코는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81개국 중 51위를 기록했다. 수학에선 66%, 과학에선 51%, 읽기에선 47%의 학생들이 최소한의 학업 역량도 갖추지 못한 '기초학력 미달'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PISA는 OECD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포함해 3년마다 실시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력 평가다.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과 캐나다는 공식적으로 학사 일정을 단축한 사례가 없다는 점 역시 멕시코 교육 당국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캐나다의 PISA 성취도는 멕시코보다 훨씬 높다.
멕시코 시민단체 활동가 마르코 페르난데스는 "다른 어떤 나라가 이런 조처를 했나? 없다"며 "멕시코에서는 학생들의 학습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정이 이제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지, 누가 아이들을 책임질지 고민해야 하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8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방학이 앞당겨진 주된 이유는 월드컵 때문"이라면서도 "조기 방학은 제안 단계일 뿐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수업에 빠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월드컵은 멕시코와 미국, 캐나다 공동 주최로 진행된다. 개막전은 6월11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결승전은 7월19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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