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베트남까지... 아시아 생태계 '철새'가 연결하네

이경호 2026. 5. 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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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지 벌목에서 국제 연대까지, 국경 넘는 생명과 공존 재확인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한국의 마을숲에서 백로가 새끼를 키우고 있다. 몇 달 뒤 그 새들은 베트남과 동남아의 습지로 날아갈 것이다. 5월 9일 세계 철새의 날은, 그 길이 아직 이어져 있는지 묻는 날이다. 철새가 오가는 길목마다 각 나라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날이다. 철새는 국경을 모른 채 날아가고, 보전 역시 국경 안에만 머물 수 없다는 뜻이다.

세계 철새의 날에 백로가 떠올랐다. 과거 흰 날개와 고고한 자태로 경외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악취와 소음, 배설물 민원의 주인공이 되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이런 갈등을 한 지역의 문제로 보지 않고 공동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24년부터 지역별로 대응하던 활동을 모아 공동 대응을 위해 대전과 청주 전주의 번식지를 함께 조사하며, 벌목이 임시 처방일 뿐이라는 점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공동활동을 시작한 이후 국제적인 연대와 교류의 필요를 인식하고 첫 번째 교류지로 24년 일본 홋카이도까지 다녀왔다. 세 단체는 국내 공동 모니터링의 경험을 가지고 일본의 백로 번식지와 서식지 보전 현장을 찾아 연대와 교유를 시작했다. 홋카이도에서는 왜가리 번식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배설물과 냄새를 어느 정도 감내하고 있었고, 한 마트는 백로의 비행을 고려해 건물 높이를 낮췄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래가 없는 사례를 확인했다.

마트는 번식지 위에 카메라를 설치해 고객에게 서식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례는 다르지만 공존의 현장이었고, 백로를 쫓아내는 대신, 백로와 함께 사는 쪽으로 도시를 다시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동시에 까마귀가 알을 훔치고 맹금류가 번식지 가까이에 자리하는 자연의 질서가 개체수 폭증을 조절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먹이피라미드와 먹이사슬의 유지가 오히려 집단번식지의 자연적인 관리의 조건이 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들지 않을 때, 생태계는 생각보다 더 복합적으로 균형을 만든다.
 붉은원 백로번식지 왼족으로 주차장과 멀리 마트가 보인다.
ⓒ 이경호
이런 국제적인 보호의 연대는 26년 베트남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 번식하는 백로가 중국과 베트남을 지나 아시아 생태계의 실핏줄을 연결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전과 청주 전주에서 시작된 갈등은 더 이상 대전만의 일이 아니게 됐다. 2014년 대전에서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중대백로가 이후 베트남 뚜이호아 지역에서 확인됐다.

백로의 이동 경로를 따라 백로 보전의 다음 단계를 확인하기 위해 4월 18일부터 23일까지 베트남 현장이 다녀왔다. 백로의 생존은 한 도시의 민원과 한 나라의 정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번식지와 월동지를 함께 봐야만 한다. 베트남에서 이런 상식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짬침국립공원의 7313헥타르 규모의 광활한 람사르 습지에는 왜가리와 쇠백로, 중대백로, 황로, 해오라기 같은 물새들이 머물고 있었다. 백로는 단순한 조류가 아니라, 지역 생태관광과 보전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베트남 현지 연구자들조차 이 새들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돌아가는지 완전히 알지는 못했다. 그 미완의 정보는 곧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의미했다. 반면 케이브 파고다 Cave Pagoda 사찰은 완전히 다른 방식의 공존을 보여줬다. 황로와 쇠백로, 해오라기와 가마우지가 수십 년째 머무는 이 공간에서 스님들은 배설물과 소음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새를 밀어내지 않았다. 공존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자연을 삶에서 배제하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짬침국립공원
ⓒ 이경호
반대로 니호아마을은 개발과 생태계 붕괴의 현실을 드러냈다. 야자수 플랜테이션과 새우양식 확대 속에서 논과 습지, 맹그로브는 빠르게 사라졌고, 백로 역시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나무를 베어내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나무를 남겨둔 주민의 선택은 작지만 중요한 희망처럼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생태 체험과 공정여행을 통해 자연과 삶을 연결하려 했다. 자연을 소비하는 관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하는 작은 실험처럼 보였다. 결국 자연은 이미 많이 훼손되었지만, 동시에 공존을 다시 선택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었다. 인간이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백로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주민들은 생태 체험과 공정여행을 통해 자연과 삶을 연결하려 하고 있었다. 자연을 소비하는 관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하는 작은 실험처럼 보였다.
 연구소에서 발표중인 모습
ⓒ 이경호
구찌터널과 베트남과학기술한림원 생명과학연구소는 그 질문을 더 깊게 만들었다. 전쟁과 고엽제로 폐허가 되었던 구찌의 숲은 다시 복원되고 있었지만, 사라진 생명과 단절된 생태계가 완전히 돌아올 수는 없었다. 사람을 잘 따르던 흰머리웃음지빠귀가 전쟁 당시에는 위치를 노출시키는 존재로 여겨졌다는 이야기는, 인간의 폭력이 어떻게 자연의 의미까지 뒤틀어 놓는지 알게 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생명과학연구소에서는 이 모든 현장을 국제적인 보전 구조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세 환경운동연합은 번식지와 이동 경로, 월동지를 잇는 공동 모니터링 체계와 국제 네트워크를 제안했고, 연구소 역시 지속 가능한 구조와 예산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특히 한국에서 번식한 백로가 베트남까지 이동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반응은, 백로 문제가 이미 국경을 넘어선 과제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미국의 사례는 또 다른 실마리를 준다. 미국의 경우 자연 둥지터가 부족하거나 부적절할 때 인공 둥지 구조물 설치로 번식 성공을 높였다. 자연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사라진 서식지의 빈자리를 임시로라도 메우고 번식 조건을 다시 세우는 방식이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본 사례와도 닮았다. 건물 높이를 낮추고, 인간의 개발을 새의 비행에 맞춰 조정하며, 까마귀와 맹금류 같은 자연의 조절 기능을 인정하는 방식은, 백로를 없애지 않고도 도시를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연을 얼마나 오래 버티게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빨리 조건을 바꿀 수 있느냐다.

전주의 효천지구는 비교적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효천지구는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왜가리 번식지가 주거지와 가까이 있었다. 그러나 대규모 벌목이나 강제 퇴치가 아니라 오히려 서식지를 백로공원으로 존치하며 아파트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했다. 공존을 관리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런 사례는 현재 번식지 갈등을 겪고 있는 청주에서도 충분히 참고할 수 있는 방향이다. 도시 구조를 조정할 수 있다면, 백로 역시 계속해서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보호구역을 남긴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 단계에서 생태를 함께 고려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다 크다.
 효천지구의 모습 노란색 백로공원 빨간색 백로서식지
ⓒ 이경호
 청주 송절종 택지개발예정지 보이는 녹지가 백로 서식처이다
ⓒ 이경호
지금은 백로의 번식기다. 한국의 하늘과 하천, 마을 숲에서는 백로가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고 있을 것이다. 가을이 오면 그 새들은 다시 이동해 베트남과 동남아의 습지와 숲으로 날아갈 것이다. 그 길이 끊기지 않도록, 지금 필요한 것은 벌목이 아니라 설계이고, 민원이 아니라 데이터이며, 단기 처방이 아니라 국제 연대다. 세계 철새의 날은 철새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철새가 살아갈 조건을 다시 만드는 날이어야 한다.

백로가 한국에서 태어나 베트남에서 겨울을 나는 길 위에, 짬침의 습지와 Cave Pagoda의 나무와 니호아마을의 남겨진 한 그루와 연구소의 협력이 함께 놓이기를 바란다. 공존은 한 번의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백로는 이미 국경을 넘어 날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인간이 그 길을 끊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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