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베트남까지... 아시아 생태계 '철새'가 연결하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한국의 마을숲에서 백로가 새끼를 키우고 있다. 몇 달 뒤 그 새들은 베트남과 동남아의 습지로 날아갈 것이다. 5월 9일 세계 철새의 날은, 그 길이 아직 이어져 있는지 묻는 날이다. 철새가 오가는 길목마다 각 나라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날이다. 철새는 국경을 모른 채 날아가고, 보전 역시 국경 안에만 머물 수 없다는 뜻이다.
세계 철새의 날에 백로가 떠올랐다. 과거 흰 날개와 고고한 자태로 경외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악취와 소음, 배설물 민원의 주인공이 되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이런 갈등을 한 지역의 문제로 보지 않고 공동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24년부터 지역별로 대응하던 활동을 모아 공동 대응을 위해 대전과 청주 전주의 번식지를 함께 조사하며, 벌목이 임시 처방일 뿐이라는 점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공동활동을 시작한 이후 국제적인 연대와 교류의 필요를 인식하고 첫 번째 교류지로 24년 일본 홋카이도까지 다녀왔다. 세 단체는 국내 공동 모니터링의 경험을 가지고 일본의 백로 번식지와 서식지 보전 현장을 찾아 연대와 교유를 시작했다. 홋카이도에서는 왜가리 번식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배설물과 냄새를 어느 정도 감내하고 있었고, 한 마트는 백로의 비행을 고려해 건물 높이를 낮췄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래가 없는 사례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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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원 백로번식지 왼족으로 주차장과 멀리 마트가 보인다. |
| ⓒ 이경호 |
백로의 이동 경로를 따라 백로 보전의 다음 단계를 확인하기 위해 4월 18일부터 23일까지 베트남 현장이 다녀왔다. 백로의 생존은 한 도시의 민원과 한 나라의 정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번식지와 월동지를 함께 봐야만 한다. 베트남에서 이런 상식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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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짬침국립공원 |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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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소에서 발표중인 모습 |
| ⓒ 이경호 |
마지막으로 찾은 생명과학연구소에서는 이 모든 현장을 국제적인 보전 구조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세 환경운동연합은 번식지와 이동 경로, 월동지를 잇는 공동 모니터링 체계와 국제 네트워크를 제안했고, 연구소 역시 지속 가능한 구조와 예산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특히 한국에서 번식한 백로가 베트남까지 이동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반응은, 백로 문제가 이미 국경을 넘어선 과제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미국의 사례는 또 다른 실마리를 준다. 미국의 경우 자연 둥지터가 부족하거나 부적절할 때 인공 둥지 구조물 설치로 번식 성공을 높였다. 자연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사라진 서식지의 빈자리를 임시로라도 메우고 번식 조건을 다시 세우는 방식이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본 사례와도 닮았다. 건물 높이를 낮추고, 인간의 개발을 새의 비행에 맞춰 조정하며, 까마귀와 맹금류 같은 자연의 조절 기능을 인정하는 방식은, 백로를 없애지 않고도 도시를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연을 얼마나 오래 버티게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빨리 조건을 바꿀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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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천지구의 모습 노란색 백로공원 빨간색 백로서식지 |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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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주 송절종 택지개발예정지 보이는 녹지가 백로 서식처이다 |
| ⓒ 이경호 |
백로가 한국에서 태어나 베트남에서 겨울을 나는 길 위에, 짬침의 습지와 Cave Pagoda의 나무와 니호아마을의 남겨진 한 그루와 연구소의 협력이 함께 놓이기를 바란다. 공존은 한 번의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백로는 이미 국경을 넘어 날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인간이 그 길을 끊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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