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고용하세요, 감동을 채용하세요"

김정아 2026. 5. 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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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꿈빛학교 학생 작품을 선보인 '꿈빛 비상전 장애 예술인 취업 미술 전시회'

[김정아 기자]

 장애예술 고용지원사업을 통해 3년째 근무를 이어오고 있는 김태연 학생이 자신이 직접 완성한 작품을 전시했다. 무엇보다 지역 내 전문가들의 지도 속에서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온 그의 그림은, 장애 예술이 단순한 체험을 넘어 노동과 자립, 사회적 참여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김정아
충남 예산군에 있는 예산꿈빛학교 재학생 14명과 졸업생 2명이 직접 그린 작품을 선보이는 작은 전시회가 예산군청 1층 로비에서 열렸다. 하루 네 시간씩 한자리에 앉아 붓과 연필을 들고 그림을 완성해 간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이지만, 꿈빛학교 학생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집중이 흐트러지기도 했고, 마음처럼 선이 그어지지 않아 몇 번이고 연필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다시 종이 앞에 앉았다. 그래서였을까. 작품 하나하나에는 정교한 기교보다 먼저 아이들의 진심과 시간이 담겨 있었다.
삐뚤빼뚤한 얼굴 그림 속에는 친구를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이 있었고, 투박한 색감으로 채운 풍경 안에는 누군가의 하루와 기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 더 따뜻했고, 서툴기에 오히려 오래 바라보게 되는 그림들이었다. 정교하게 잘 그리는 것보다 먼저 느껴진 건,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진심이었다.
 형형색색의 색감으로 완성된 밝은 분위기의 그림 속에는 학생의 순수한 시선과 따뜻한 감정이 담겨 있다.
ⓒ 김정아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예산꿈빛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선보인 '꿈빛 비상전 장애 예술인 취업 미술 전시회'가 예산 군청 1층 로비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발표회를 넘어, 장애 학생들의 예술 활동이 곧 노동이자 직업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기자는
지난 8일 전시 현장에서 강용진 교장과 이은영 회장, 충청남도장애인부모회 예산지회 박미림 지회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전시는 충청남도장애인부모회 예산지회와 예산꿈빛학교가 함께 마련했다. 전시장에는 학생들이 직접 그린 회화 작품과 인물화, 캐릭터 드로잉, 창작 풍경화 등이 전시됐으며, 일부 작품은 실제 취업 연계와 포트폴리오 활용을 염두에 두고 구성됐다. 단순한 체험 활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장애 예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 구조를 실질적으로 모색하는 현장에 가까웠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전시장 한편에 적힌 문구였다.

"예술을 고용하세요. 감동을 채용하세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장애인 고용의 틀을 다시 질문하는 문제 의식이 담겨 있었다. 왜 장애인의 노동은 특정 직무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상상되어 왔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동안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단순 반복 업무나 보호 중심의 제한된 직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예산꿈빛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감각과 집중력, 표현 능력을 '예술 노동'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 문화예술 기반의 사회적 자립 모델을 실제 고용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장애예술인(미술) 고용지원사업을 통해 일부 학생들은 3년 째 안정적으로 근무를 이어가며 창작 활동과 경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충남 예산군에 있는 예산꿈빛학교 는 재학생 14명과 졸업생 2명이 직접 그린 작품으로 예산군청 1층 로비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 김정아
학교 측이 참여하고 있는 장애예술인(미술) 고용지원사업은 기존 장애인 고용 방식과는 다른 유연한 구조다. 기업이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별도의 시설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재택근무나 회사 외 작업 공간을 활용해 근무가 가능하며, 참여 학생들은 일정 기간 동안 창작 활동을 이어간 뒤 한 달에 한 차례 포트폴리오나 작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는 장애 특성과 작업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고용 모델로 평가 받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애 예술인을 채용할 경우 사내 휴게 공간이나 로비 등에 작품 전시가 가능해 문화적 환경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애인 의무 고용률 확대와 함께 고용장려금 지원 제도도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배려 차원의 채용'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문화적 감수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고용 형태로 주목받는 이유다. 예산꿈빛학교 측은 학생들의 작업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포트폴리오 형태로 관리하고 있으며, 졸업 이후에도 창작과 전시 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 내 작가와 문화예술 전문가들과의 연계도 지속하고 있다. 예술을 단지 치료나 체험 프로그램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정당한 노동과 경제 활동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예산꿈빛학교 강용진 교장은 "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전시를 열게 됐다"며 "현재 34학급 158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고, 이번 전시에는 졸업생 2명을 포함해 총 16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의 예술 활동이 단순한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취업과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장애인부모회 예산지회 박미림 지회장은 "학생들을 꾸준히 지도해주시는 지역 작가 선생님들이 계셔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그림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미술뿐 아니라 음악과 공연예술까지 장애 예술인의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단순한 재능 교육을 넘어, 장애 학생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문화예술의 주체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겨 있었다.

예산꿈빛학교 이은영 학부모회장은 "이번 전시가 가능하도록 함께 힘써준 상위 기관과 지역사회의 관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지역이 함께 응원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바람은 특별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으로 사회와 연결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울러 예산꿈빛학교 명혜정 부장은 "장애예술 고용지원사업이 현재 3년째 이어지며 실제 고용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김태연 학생과 모소미 학생은 사업 연계를 통해 고용됐고, 유동희 학생은 군청 복지일자리 사업으로 채용되는 성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기관과 지역사회가 장애 예술인들의 가능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면 안정적인 일자리와 창작 환경 역시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산꿈빛학교 강용진 교장과 이은영 학부모회장, 장애인부모회 예산지회 박미림 지회장이 장애 학생들의 작품 전시가 단순한 행사에 머물지 않고 예술과 자립, 고용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시 기획과 운영 전반을 함께 준비했다. 이어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 참여 모델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뜻을 함께 모았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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