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 부활 신호탄…인텔 파운드리, 애플·엔비디아·스페이스X ‘빅3’ 잡았다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애플과 인텔이 아이폰 및 맥 등에 탑재될 핵심 반도체를 미국 내 인텔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하는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대만 TSMC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애플의 공급망 전략 변화뿐만 아니라 정부 주도의 지원책을 바탕으로 ‘반도체 제조 본국 회귀(Reshoring)’를 추진해온 미국의 성과로 분류된다.

◆ 트럼프의 ‘인텔 살리기’ 90억 달러 베팅… 애플을 테이블로 불러내다
이번 합의 이면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인 개입이 있었다. 미 정부는 지난해 여름, 인텔에 배정된 약 90억 달러(약 12조3,000억 원)의 연방 보조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인텔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정부가 사기업의 대주주가 되는 이례적인 선택을 통해 인텔의 파산을 막고 전략적 자산으로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은 지난 1년 동안 팀 쿡 애플 CEO와 제이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등을 직접 만나 인텔 파운드리 이용을 압박하고 설득해 왔다.

◆ "TSMC는 이미 포화 상태"… 애플의 절박한 공급망 다변화
애플이 오랜 협력 관계인 TSMC를 두고 인텔과 손을 잡은 배경에는 심각한 공급 부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붐으로 인해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이 TSMC의 최첨단 공정을 선점하면서, 애플조차 아이폰과 맥용 칩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팀 쿡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첨단 칩 가용성 부족으로 아이폰과 맥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공식 시인했으며, 특히 맥 미니(Mac Mini)와 맥 스튜디오(Mac Studio)의 공급 정상화에는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인텔 파운드리의 반격, ‘18AP’ 공정으로 승부… TSMC와 전면전
인텔은 이번 계약을 위해 립부 탄(Lip-Bu Tan) CEO 주도하에 기술적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인텔은 자사의 최첨단 18A 공정을 개선한 ‘18AP’ 공정 설계 키트(PDK)를 애플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18AP는 기존 대비 성능은 9% 높이고 전력 소비는 18% 줄인 공정으로, 애플의 요구 수준을 충족하기 위한 전략적 무기다.
또한 인텔은 TSMC의 핵심 R&D 부사장 출신인 로웨이젠(Wei-Jen Lo)을 영입하며 기술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TSMC가 영업 비밀 유출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기술 패권을 둘러싼 양사의 갈등은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 미-대만 반도체 주도권 ‘지각변동’… "카피-페이스트는 어렵다" 우려
이번 합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무게중심을 아시아에서 미국 본토로 이동시키는 사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모건스탠리 등 주요 분석가들은 "대만 기술 허브의 인재 밀도와 제조 속도를 미국 사막 한가운데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내 높은 인건비와 숙련공 부족 문제가 수율 확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의 강력한 행정력과 자금력이 결합된 ‘인텔 연합군’의 등장은 삼성전자와 TSMC가 양분해온 파운드리 시장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애플과 인텔의 결합이 단순한 예비 합의를 넘어 실제 양산 성공으로 이어질 경우,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은 효율성 중심의 '글로벌 분업' 시대에서 안보와 자국 우선주의 중심의 '블록화' 시대로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
결국 인텔이 약속한 14A 및 18AP 공정의 안정성이 입증되는 시점이 향후 10년의 반도체 패권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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