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 책방에 가는 멋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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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 한 권 읽기도 어려운데, 너는 책을 썼구나!" 필자의 책 '동네책방 지속탐구'를 받아든 지인이 건넨 말이다.
이제 책방의 한계는 없다.
필자는 10여 년간 국내의 책방이 만들어낸 노력과 성과를 '동네책방 지속탐구'에 담아내며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책방에 가는 일도, 한 권의 책과 만나는 경험도 희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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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 한 권 읽기도 어려운데, 너는 책을 썼구나!” 필자의 책 ‘동네책방 지속탐구’를 받아든 지인이 건넨 말이다. 필자 또래 말고 20, 30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누가 책을 읽어요?”라고 반응한다. 독서가 가장 대중적 문화로 자리 잡았던 시기는 20세기였다. 말하자면 ‘황금시대’였다는 뜻인데, 이 말에는 이중의 뉘앙스가 있다. 최고로 사랑을 받았던 절정의 시기라는 뜻과 함께 이제는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다는 회한의 감정이 담긴다. 책과 서점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1450년 무렵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이후 400여 년이 지나자 독서 문화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1900년대 전후로 이른바 근대독자가 탄생했다. 독일의 ‘레클람 문고’, 영국의 ‘펭귄 북스’, 일본의 ‘이와나미 문고’ 등 값싼 문고본이 등장하며 책이 불티나게 팔렸고 누구나 책을 읽었다. 100년 전 서점은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었다. 프랑스 보르도의 ‘몰라’, 영국 옥스퍼드의 ‘블랙웰스’, 일본 도쿄의 ‘기노쿠니아’ 등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점이 이런 흐름에서 탄생했다. 오래도록 서점의 본분은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사이 서점업의 본질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동인은 온라인 서점의 등장이었다. 예외 없이 전 세계의 오프라인 서점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미국은 2000년에 4000여 개 서점이 존재했지만 2009년이 되자 1651개로 줄었다. 국내 역시 1990년대 중반 5000여 곳에 이르렀던 서점이 2015년에는 2165곳으로 감소했다.
놀랍게도 2010년이 지나자 약속이나 한 듯 미국, 영국, 한국 등에서 자발적으로 오프라인 서점이 증가했다. 온라인 서점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절망적 조건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책방의 등장을 불러왔다. 독자들 역시 온라인 서점에서 피로감을 느꼈고, 새로운 아날로그 서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야말로 600여 년의 서점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큐레이션 서점, 복합문화공간 서점, 사진 건축 예술 희곡 철학서만 판매하는 전문서점,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유료 서점과 예약제 서점 그리고 공유 서점까지 생겨났다. 이제 책방의 한계는 없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책방에 구현할 수 있다. 필자는 10여 년간 국내의 책방이 만들어낸 노력과 성과를 ‘동네책방 지속탐구’에 담아내며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책방에 가는 일도, 한 권의 책과 만나는 경험도 희귀해졌다.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을 근대독자라고 정의할 때, 우리는 근대독자가 탄생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세상에 정보가 넘쳐나니 구태여 책을 읽어야 할 이유도 없고, 집중해 읽을 시간도 없다. 자발적 독서가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새로운 독자가 탄생한다. 자신만의 취향과 사유를 지키기 위해서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다. 도리어 지금이야말로 책방에 가는 일이 가장 멋진 선택이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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