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9’ 스타 출신 여성 안무가 3인방 신작에 시선 집중
대한민국발레축제 작품 안무 맡아
강효형 ‘인 더 밤부 포레스트’ 선봬
최수진·이루다 ‘발레아리랑’ 1·2부
“각자 브랜드 구축… 서로 응원해요”

2013~2015년 엠넷에서 방송된 ‘댄싱9’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댄스 서바이벌 예능이다. 세 시즌 동안 다양한 장르의 무용수들이 실력을 겨뤘다. 흥행 위주 포맷으로 무용의 예술성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이끌어냈다. 그리고 당시 ‘댄싱9’에 출연한 무용수들은 스타덤에 오르며 자신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을 가리지 않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이 가운데 이루다(41), 최수진(40), 강효형(38)은 지난 10여년의 시간 속에 국내 발레계의 대표적인 여성 안무가로 성장했다. 세 사람은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스테이지 파이터’(이하 ‘스테파’)에도 안무가로 참여했다.
이들 안무가 3인방이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나란히 신작을 선보인다. 막내인 강효형이 오는 15~1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서울시발레단의 ‘인 더 밤부 포레스트’(In The Bamboo Forest)의 안무를 맡았고, 최수진과 이루다는 6월 6~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올라가는 ‘발레아리랑’의 1 2부를 나눠서 안무한다. 두 작품 모두 국악과 함께하는 컨템포러리 발레다. ‘인 더 밤부 포레스트’는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이, ‘발레아리랑’은 국악 기반의 미디어그룹 무토(MUTO)가 함께한다. 작품 연습에 한창인 세 안무가를 최근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발레계에서 저희 또래의 여성 안무가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서로를 더욱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특히 저희 셋은 ‘댄싱9’과 ‘스테파’ 등 방송을 거치며 다양한 분야와도 활발하게 작업하는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다들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이 없어요. 그동안 열심히 활동해서 각자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한 것 같아서 뿌듯해요.”(최수진)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는 세 안무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선후배 사이. 최수진과 이루다가 강효형의 2년 선배다. 세 안무가는 한예종 졸업 이후 무용수로 먼저 활동했다. 최수진은 2008~2012년 미국 뉴욕의 시더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에서 활동하다 한국에 돌아왔다.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작업하며 경력을 쌓았지만 직접 춤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3년 한국공연예술센터에서 ‘아웃 오브 마인드’로 안무가 데뷔식을 치른 그는 이듬해 ‘댄싱9’ 시즌2에서 준우승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국립현대무용단과 영국 램버트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한편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에서 무용수 겸 안무가로 활동했다. 2023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선보인 ‘얼론’(Alone)은 안무 역량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수진이는 제가 뉴욕에 갔을 때 얹혀 살았을 정도로 친한데요. 무용계에서 오랜 시간 함께 성장해온 수진이가 이제는 전우처럼 느껴져요. 요즘은 현대무용과 발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둘 다 능숙한 수진이가 점점 좋은 성과를 낼 거라고 확신해요. 그리고 효형이는 2013년 제가 블랙토 무용단을 창단할 때 만든 댄스 영상에 출연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데요. 효형이가 후배지만, 국립발레단에서 일찌감치 국악으로 안무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앞서 나간다고 생각했어요.”

최수진, 강효형과의 깊은 인연을 털어놓은 이루다는 안무가로서 셋 중 출발이 가장 빨랐다. 2년간 유니버설발레단 세컨드컴퍼니에서 활동하다 뉴욕으로 떠난 그는 다채로운 춤을 접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2010년 뉴욕 덤보 댄스 페스티벌에서 솔로춤 ‘블랙토’(Black Toe)를 선보이며 안무가로 데뷔했다. 2013년 ‘댄싱9’ 시즌1 출연을 계기로 자신의 무용단을 만든 그는 강렬한 미장센과 감각적 영상을 활용한 작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소녀의 성장 과정을 통해 여성의 존재 의미를 표현한 ‘W’는 2020년 한국춤평론가상 작품상을 받았다.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며 시야가 넓어진 그는 최근 서울거리예술축제 같은 대형 예술행사를 맡기도 한다.
“한예종 시절 루다 언니의 창작 작업에 무용수로 자주 참여하면서 저도 안무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안무가로서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루다 언니가 존경스러워요. 수진 언니의 경우 그동안 주로 현대무용 쪽에서 활동하셔서 제가 작품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워낙 뛰어난 무용수였던 만큼 안무가로서 그 표현의 범위가 넓다고 생각해요.”

강효형은 현재 국립발레단 입단 18년 차의 솔리스트다. 국립발레단이 2015년 단원들의 창작 역량 강화와 신진 안무가 육성을 위해 시작한 ‘KNB 무브먼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15년 데뷔작 ‘요동치다’를 시작으로 ‘빛을 가르다’ ‘허난설헌-수월경화’ 등 그의 작품들은 한국적 감성을 담은 컨템포러리 발레로 호평받았다. 그는 안무가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지난해 국립발레단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국립발레단은 10년 차 이상 단원이 퇴직을 신청할 경우 2년간의 직업 전환 준비 기간을 준다. 강효형은 “무용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라 다음 단계를 고민할 때 서울시발레단의 안무 의뢰가 결단을 내리도록 도운 것 같다”고 밝혔다.

강효형이 준비 중인 ‘인 더 밤부 포레스트’는 2024년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에 이어 서울시발레단이 내놓는 두 번째 전막 창작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고뇌를 품은 인물이 대나무숲에서 호흡하고 동화되며 자신을 비워내고 새롭게 힘을 얻는다는 스토리텔링을 담았다. 음악감독을 맡은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이 60분 분량의 작품 속 음악을 모두 창작했다. 거문고를 중심으로 가야금, 대금 등 국악기와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등 양악기가 조화롭게 섞인 것이 특징이다. 강효형은 “국악 그리고 전통춤의 호흡은 ‘요동치다’부터 지금까지 내가 중시하는 춤의 언어”라고 강조했다.

최수진과 이루다는 대한민국발레축제가 기획 제작하는 ‘발레아리랑’에서 함께 작업하고 있다. 김주원 대한민국발레축제 감독이 ‘아리랑’을 테마로 한 새로운 창작 발레를 기대하며 무토와 함께 두 안무가를 선택했다. 무토는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를 비롯해 디제이 겸 일렉트로닉 뮤지션 신범호, 미디어 아티스트 홍찬혁, 그래픽 아티스트 박훈규가 뭉친 프로젝트 그룹이다. 국악과 현대 전자음악 그리고 미디어 아트를 융합해 독창적인 미장센을 구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무토가 직접 대본을 쓴 ‘발레아리랑’은 1부에 삶의 무게와 절망을, 2부에 절망을 딛고 일어나는 연대와 희망을 담았다. 이 작품을 위해 준비한 음악은 거문고·태평소 등 국악기와 모듈러 신디사이저의 전자음악에 오케스트레이션이 결합해 웅장하면서도 실험적인 느낌을 준다.
이루다는 “작품 제목이 ‘발레아리랑’이지만 무토의 음악에 아리랑 선율은 없다. 그래서 처음에 음악을 들었을 때 약간 당황했지만 무토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리랑 정신에 공감했다”고 말했고, 최수진은 “무토가 우리 둘의 성향을 미리 파악했던 것 같다. 그래서 대본을 읽은 뒤 자연스럽게 내가 1부를 맡고 루다가 2부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안무에서도 두 사람의 색깔이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수진이 “1부에선 발레리나들이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춘다. 발레의 포인트워크와 남녀 파드되 등 클래시컬한 움직임을 담았다”고 말한 반면 이루다는 “타악이 휘모리장단으로 몰아치는 2부 음악에서 원초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발레 동작에 한국적인 호흡과 태권도의 품새 등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혼수상태 군수 남편 사직시켜달라” 호소했지만 기각, 왜?[이세계도쿄]
- 나홍진 10년의 역작 ‘호프’, 17일 칸영화제서 최초 공개
- “탄핵되니 좋다” 발언 뒤 공연 취소…法 “구미시, 이승환 측에 배상해야”
- 제주 길거리서 음란행위 20대 구속…특정 부위 노출해
- 대구 도심 한복판 낙석 사망 사고…안전불감증 도마
- 인터넷 생방송 중 흉기 난동(?) 경찰 출동 소동
- 희귀한 비바리뱀, 한라산 몇 미터까지 서식하나
- 종교 문제로 아내 살해 60대…“평생 속죄” 선처 호소
- “BTS 보자” 멕시코 광장에 5만명…도시가 들썩였다
- “드러누워 국가에 기여하세요”…中 ‘탕핑 실험’ 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