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보다 재밌는데? 롯데팬 놀라게 한 어린 선수들

김지은 2026. 5.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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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의 그거 봤어?] 열정과 열심을 볼 수 있는, 야구 예능 <우리동네 야구대장>

짧은 숏폼 콘텐츠가 대세인 시대에 느림에 주목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성공보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드라마나 예능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고 인생의 지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김지은의 그거 봤어?'에서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김지은 기자]

바야흐로 야구 시즌이다. 그러나 4월 한 달 동안, 응원하는 팀인 롯데자이언츠의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관계로 야구 시즌 같지 않은 날들을 보냈다. 우리 팀의 성적은 벚꽃잎 날리는 화창한 봄날이 아니라 뿌연 황사 바람이 거센 봄날이다. 경기를 보고 있으면 황사가 심한 날처럼 눈을 계속 뜨고 있을 수가 없다. 4월의 마지막 일요일, 웬일로 이기는가 싶더니 연장 끝에 무승부로 끝나, 결국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날 밤, 저녁을 먹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야구 예능 <우리동네 야구대장>을 보게 됐다. 은퇴한 야구 선수들(이대호, 나지완, 김태균, 박용택-서울에서 먼 연고지 순)이 출신 구단의 연고지에서 초등학교 3, 4학년 선수들을 직접 선발해 팀을 꾸린 뒤, 실제 리그전을 치르는 프로그램이었다.

리틀 자이언츠, 리틀 타이거즈, 리틀 이글스, 리틀 트윈스, 총 네 팀이 있다. 하필 내가 봤을 때, '리틀 자이언츠'가 '리틀 트윈스'에 지고 있었다. 참고 있던 짜증이 터졌다.

"롯데자이언츠 지는 것도 보기 힘든데 리틀 자이언츠가 지는 거까지 봐야 하냐고."

그 말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거실에서 남편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와! 헉! 됐다!' 하는 감탄사도. 궁금한 나머지 방안에서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그 프로그램 재밌어?"
"프로야구보다 재밌는데? 리틀 자이언츠 잘해! 지금 무승부야."

남편 반응에 궁금해서 보게 된 야구 예능

잘한다고? 자이언츠의 잘하는 경기를 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나는 다시 나가 소파 한쪽에 걸터앉았다. 조금 보다가 보니 프로야구와 다른 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던지고 치는 건 생각보다 잘하는데 수비 실수가 많다. 우선 출루했다 하면, 도루(타격과 무관하게 다음 베이스로 진루를 시도하는 것)로 기본 3루까지 간다. 어린 선수들이라 아직 도루 저지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가끔 좋은 수비들이 나와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잘 맞은 타구가 리틀 트윈스의 좌익수에게 잡혀 이닝이 종료되었다. 리틀 트윈스 야수들이 호수비를 한 최진호에게 모여들어 물었다.

"와, 그거 어떻게 잡았어?"

최진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도 몰라."

큰 대회에 처음 나온 어린 선수들의 집중력과 야구에 대한 진심이 느껴져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누군가의 처음 열정과 열심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 리틀 트윈스 최진호의 호수비 리틀 트윈스 좌익수 최진호가 호수비 이후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 KBS2 우리동네 야구대장
내친김에 지난 경기가 궁금해 1, 2화를 뒤늦게 챙겨봤다. 장난치던 선수들이 마운드와 타석에 오르면 눈빛이 변한다. 안타를 쳐서 출루하면 잊지 않고 팀 세리머니를 하며 활짝 웃는다. 3, 4학년이라고 해도 야구 경력이 4, 5년은 되는데 리틀 이글스에서는 7개월 된 선수 임성민이 있었다.

3루에 있다가 자신의 주루 방해로 1점을 상대편에게 주는 상황이 되자, 속상함에 계속 눈물을 흘렸다. 감독도, 그 모습을 보는 친구들도 괜찮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팀 포수 이효준은 마스크까지 벗으며 "울지 마. 파이팅해!" 하고 격려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귀엽던지. 이 아이들은 계속 야구를 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리틀 이글스 포수 이효준 실수 후 우는 임성민 선수를 위로하는 같은 팀 포수 이효준 선수의 모습
ⓒ KBS2 우리동네 야구대장
5월 3일 방영됐던 4화에서는 한 번씩 패배를 경험했던 리틀 타이거즈와 리틀 이글스의 경기가 펼쳐졌다. 첫 경기에 패배한 후, 설욕을 다짐하며 훈련하는 장면부터 방송됐는데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특히 감독과의 대화를 들으니 절로 웃음이 났다.

리틀 이글스 감독 김태균 : "기회는 누구한테 오는 줄 알아?"
리틀 이글스 선수 :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는 겁니다!"

그러니, 잘하자는 감독의 말에 아주 큰 "네" 소리가 이어졌다. 뒤이어 지옥의 수비 훈련은 깜깜한 밤이 될 때까지 계속됐다.

리틀 타이거즈 코치 : "너네 플라이볼(뜬공) 많이 잡아봤어?"
리틀 타이거즈 선수들 : "(당당하게) 네! 잡아봤습니다!"
리틀 타이거즈 감독 나지완 : "잡아봤는데 그거밖에 못 잡냐잉."
리틀 타이거즈 선수 나호준 : "얘들아, 우리 에러 조금만 줄여서 감독님 기분 진짜 제대로 풀어주자!"

그 말을 들은 감독과 코치진의 웃음이 터졌다. 아마 그 장면을 보던 모든 시청자도 함께 웃지 않았을까.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느는 아이들을 보며

첫 승이 간절한 두 팀의 경기가 시작됐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어린 선수들은 비 오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다. 투수가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던지는 게 쉽지 않아 타자들이 볼넷으로 출루한다. 다른 투수인 박시혁 선수가 올라왔지만 마찬가지로 공이 자꾸 빠진다. 언제까지 이 상황이 계속될지, 시청자인 나도 지켜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미끄러운 마운드 위에 흙을 뿌리는 작업을 한 후, 투수는 연이은 스트라이크로 이닝을 잘 마무리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선수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남편과 나는 그 선수가 앞에 있는 것처럼 큰 박수를 보냈다.
▲ 리틀 트윈스 투수 박시혁 우중 경기에 고생하고 있는 투수 박시혁. 결국 자신의 힘으로 이닝을 마무리한다.
ⓒ KBS2 우리동네 야구대장
리틀 이글스의 포수 이효준은 도루를 세 번이나 저지했다. 지난 경기 때 자신의 실수로 울었던 이글스의 임성민 선수는 안타를 잡는 호수비를 보여주었다.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느는 아이들을 보며 참 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 1위인 팀들보다 한 번씩 패배를 맛봤던 팀들의 수비 향상이 더 눈에 띄었다. 그러니까, 못한다는 건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향상될 여지가 아주 많다는 말이다. 해설진들과 야구를 보던 타 구단 감독코치진도 아이들이 야구가 늘었다며 놀라는 모습이 여러 번 나왔다.

야구를 하는 게 즐겁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온전한 초심을 마주한 기분이 들면서 나도 처음 글을 쓰며 재미있어했던 내 초심을 찾고 싶어졌다. 주위 모든 게 글감이라 항상 주변을 살피며 기록하던 모습, 글 쓰는 시간이 즐거워 어떻게든 그 시간을 확보하려 노력했던.

예능을 본 뒤 기사를 쓰면서 이렇게 많은 에피소드를 아쉬운 마음으로 덜어내 본 적은 없다.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삭제한 에피소드들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한 편을 더 써야 할 것 같다. 다행히 리틀 자이언츠처럼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도 타석에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뒤늦은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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