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전공 91년생, GEO 서비스로 8개월 만에 매출 100억 돌파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5. 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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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신차를 산다고 가정해 보자. 예전에는 포털 검색창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추천을 검색해 수십 개의 블로그를 직접 읽고 비교했다. 이것이 기존 검색 엔진 최적화 방식이다. 반면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는 똑똑한 AI 비서가 내 입맛과 예산, 위치까지 모두 파악해 가장 알맞은 차 한 대를 추천하고 예약 페이지까지 연결해 주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AI에게 신혼인데 트렁크가 크고 안전하면서 5000만원 이하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추천해 달라고 질문했을 때, AI가 맥락을 파악해 특정 차량을 바로 제시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소비자가 직접 정보를 찾던 시대가 가고 AI가 정답을 바로 주는 시장이 열렸다. 이 시장을 선점해 서비스 출시 8개월 만에 누적 수주 100억원을 기록한 비전공자 창업자가 화제다. 주인공은 이주형 엔서 대표(91년생)다. 그는 UC버클리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글로벌 패션 기업 갭(Gap Inc.) 본사 재무팀에서 전 세계 데이터를 분석하던 전문가 출신이다.

이주형 엔서 대표(엔서 제공)
현업에서 노코드 디벨롭먼트(코딩이나 프로그래밍 언어 없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와 AI 기술을 접하며 가설을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깨닫고 2020년 창업에 나섰다. 창업 직후 프롭테크 플랫폼, 웹 개발 에이전시, 검색 엔진 최적화 마케팅 자동화 등 여러 차례 사업 방향을 바꿨다. 사업을 관통하는 핵심 질문은 소비자의 결정 맥락이 어디서 드러나는가였다. 결정적인 단서는 챗GPT 등장 직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한 고객사의 질문에서 찾았다.

만약 기업 대표라면 우리 브랜드 제품이 챗GPT 답변에 왜 나오지 않는지 답답했을 것이다. 이 대표는 검색 클릭이 추적 불가능한 AI 채팅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으며, 소비자가 그 채팅창에 자기 구매 결정의 맥락을 통째로 문장으로 풀어 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대표는 “소비자는 이제 AI와 대화에서 답을 찾고, AI는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서 대리자 역할을 한다”며 “AI에게 응답되지 않는 브랜드는 결국 소비자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수학적 글쓰기로 AI의 마음을 훔치다
이를 간파하고 국내 최초로 GEO 분석 도구를 만들었다. 당시 기업들은 자기 브랜드가 AI 답변에 언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번씩 챗GPT에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 분석 도구는 이런 단순 확인 작업을 자동화해 주었다. 하지만 분석 도구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브랜드가 AI 답변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결과만 보여줄 뿐, 어떻게 해야 AI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는 해결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짜 어려운 숙제는 AI 답변에 우리 브랜드를 실제로 편입시키는 것이었다.
엔서가 GEO 컨설팅을 한 후 달라진 지표를 보여준 신한금융지주(엔서 제공)
엔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드투엔드(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제공하는 방식) GEO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세 단계의 루프(작업이 반복적으로 순환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구조)를 돈다. 첫째,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찾을 때 어떤 상황인지 구매 맥락 데이터를 분석한다. 둘째, 그 맥락 안에서 AI가 인용하기 쉬운 구조로 콘텐츠를 재설계해 생산한다. 셋째, 실제 AI 답변에서 얼마나 인용되는지 수치로 측정한다. 단순 노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구체적인 구매 의도에 우리 브랜드를 최선의 답으로 매칭해 주는 구조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두 가지다. 첫째는 컨텍스트 맵(수많은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의 구매 목적과 조건 간의 얽힌 관계를 지도로 그려낸 것)이다.

엔서의 컨텍스트 맵(수많은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의 구매 목적과 조건 간의 얽힌 관계를 지도로 그려낸 것, 엔서 제공)
인터넷에 공개된 “한국에서 렉서스는 어때”, “정비하기 편해” 같은 짧은 댓글 수백만 개를 분석해 외제차를 고려하지만 정비가 쉬워야 한다는 소비자의 숨은 구매 기준을 찾아낸다.

둘째, 임베딩 최적화(텍스트 등 데이터를 AI가 연산할 수 있는 숫자 벡터 형태로 변환하고 그 효율을 높이는 과정)다. 검색엔진과 AI가 글을 평가하는 수학적 방식을 역이용해 AI에게 선택받도록 문장을 최적화한다. 이 대표는 “모두가 자기가 최선의 답이라고 열심히 말하는 환경에서 우리는 수학적으로 계산된 최선의 글을 써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 예산 0원으로 이룬 100억 수주, 남은 과제는
눈길을 끄는 부분은 마케팅 예산을 0원으로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독자 GEO 기술을 회사 마케팅에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AI에게 GEO 전문 기업을 물어볼 때 엔서가 우선 등장하도록 세팅해 둔 결과, 고객들이 AI 답변을 보고 알아서 찾아왔다. 5명이라는 소수 정예 인력은 매뉴얼화할 수 있는 업무를 AI 에이전트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였다. 더 어려운 일, 그러나 해결하기만 하면 큰 성과를 낼 일을 목표로 삼고 어떻게든 풀겠다라는 철학이 성장 원동력이다. 높은 1인당 매출 효율성을 바탕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규모 대기업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2026년 5월 기준 런레이트가 전년 대비 15배 이상 성장했다. 자동차, 금융, 전자 등 고관여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주요 그룹사 10곳이 주 고객이다.
엔서는 마케팅 예산을 쓰지 않고 독자 GEO 기술을 엔서를 알리는 용도로 썼다. AI에게 GEO 전문 기업을 물어볼 때 엔서가 우선 등장하면서 고객사가 늘었다.(엔서 제공)
솔루션 제공부터 콘텐츠 생산과 실행까지 전 과정을 수치로 증명해 고객사 반응이 좋다. 최근 한 국내 대기업과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는 6주 만에 타깃 질문 100개 기준 AI 답변 인용률이 71%에서 96%까지 올랐다. 엔서는 향후 투자 유치와 시장 확대를 위해 올해 하반기 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플립(국내 법인을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해외 법인을 본사로 전환하는 절차)을 진행할 예정이다. 나아가 소비자의 생각 데이터를 다루는 인프라를 만들고 모든 산업군에 적용되는 시장 반응형 운영체제를 글로벌 표준으로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엔서가 장기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뚜렷하다. GEO 기술은 본질적으로 오픈AI나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생성형 AI 알고리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검색이나 답변 도출 로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때마다 그에 맞춰 최적화 모델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불안정성을 안고 있다. 또한 초기 도입 기업들에게 증명한 AI 답변 인용률 상승 효과가 실제 유의미한 매출 전환율로 꾸준히 이어지는지를 지속적으로 입증해 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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