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도 직접 먹는 '콜린제제'...단기 임상으로 효능 속단 말아야"
"초기에 먹으면 진행 속도 늦추거나 개선, 의료 현장서 장기 추적으로 효과 체감"
"단기 평가로 뇌 약물 효과 판단은 무리...최소 5년은 봐야"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들이 예방적으로 장기간 쓸 수 있는 약제가 사실상 '콜린제제'밖에 없습니다. 이마저도 급여에서 배제되면 치매 진행을 손 놓고 지켜보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재평가가 신중하고 정교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29일 대전을지대병원에서 만난 박문선 신경외과 교수는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일명 '콜린제제'의 선별급여 전환과 급여 재평가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콜린제제는 뇌세포막의 인지질 대사에 관여하는 약물이다. 뇌 안에서 콜린으로 분해돼 기억과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합성을 돕는다. 국내에서는 뇌혈관 질환 후유증이나 경도인지장애, 치매 초기 증상 완화 목적으로 널리 처방되며 '뇌영양제'로 불린다. 연간 처방액이 5000억원을 넘는 대형 품목이다.
그러나 효능 논란이 불거지면서 2020년부터 보건당국의 재평가 대상이 됐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치매 외 적응증에 대해 선별급여 전환을 결정했다.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콜린제제 제조사들에 임상재평가를 지시하고 나섰다. 1년 간의 무작위 대조시험(RCT) 방식의 새로운 임상시험으로 효능을 다시 입증하라는 것이다.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면 경도인지장애 등 치매 외 적응증에 대한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의료계 일각에선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방식을 두고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장기간 살핀 의사들 일부는 콜린제제를 꾸준히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인지기능 저하가 더디게 진행되는 경우를 봐왔다고 말한다. 이번 임상재평가에서 이뤄지는 임상시험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변화라는 것이다.

박 교수 또한 현재 정부의 임상재평가 방식이 콜린제제의 효능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인 의사 중 한 명이다. 특히 단기간 무작위 대조시험 중심의 평가 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뇌는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약을 먹자마자 수치가 떨어지는 장기가 아니다"라며 "1년 미만의 무작위 대조시험으로 효과를 판단하겠다는 건 뇌 기능 개선 약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처음 1~2년은 검사 점수에 변화가 없다가 그 이후에 좋아지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최소 5년은 추적 검사를 해야 정확한 데이터를 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콜린제제의 효과는 표준화된 검사 도구로 추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MMSE(간이정신상태검사), GDS(전반적 퇴화척도), CDR(임상치매평가) 등을 활용해 매년 추적 평가를 하고 있다"며 "꾸준히 복용한 환자들은 수치가 유지되거나, 드물게는 향상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치매 증상이 보였을 때 꾸준히 복용하면 진행 속도가 늦춰지거나, 초기일 경우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임상재평가 결과에 따라 콜린제제의 적응증이 추가 축소되거나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경우 경도인지장애 치료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치매 전 단계 환자들이 예방적으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사실상 콜린제제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자 부담의 현실도 짚었다. 박 교수는 "고령 환자들은 경제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치매 약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복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며 "콜린제제마저 없어지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사실상 손 놓고 병이 진행되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십 년간 뇌혈관 환자를 진료해온 그는 10년 가까이 콜린제제를 직접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이 목적이다. 박 교수는 "의사는 스스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하는 약을 환자에게 처방한다"며 "효능에 대한 신뢰도가 축적된 약물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좁히는 정책은 그 근거가 더 정교하고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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