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책]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外

김희윤 2026. 5. 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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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강세장에서도 손실을 보는 투자자는 수익을 낼 방법을 몰라서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운 좋게 얻은 이익을 실력으로 착각하고, 손실을 실패나 자존심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상품 선물 거래로 시카고 상업거래소의 정점에 올랐다가 75일 만에 백만 달러 넘는 돈을 잃은 짐 폴의 경험은 그래서 단순한 몰락담이 아니라, 투자자가 어떻게 스스로를 속이고 시장 앞에서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심리 해부에 가깝다.

핵심은 '잘 버는 법'보다 '잘 잃는 법'이다. 저자는 군중심리, 인정 욕구, 복수 매매, 손실 부정 같은 반복되는 실패 패턴을 짚으며 시장에서의 손실을 실패가 아니라 비용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예측이 맞았다는 심리적 보상보다 돈을 지키는 재정적 결과가 중요하고, 감정을 없애려 하기보다 진입 전 계획과 손절 원칙으로 감정이 끼어들 틈을 줄이는 것이 생존 전략이다. 불장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확신이 아니라, 틀렸을 때 작게 잃고 살아남는 태도다. (짐 폴, 브렌던 모이니핸 지음·신예경 옮김 | 메디치미디어)

AI 이후 일의 미래

생성형 AI의 충격은 더 이상 챗봇이나 업무 보조 도구의 문제가 아니다. 고객지원, 마케팅, 영업, HR, 로봇, 보안, 헬스케어, 핀테크처럼 산업별 업무 현장에 특화된 '버티컬 AI'가 들어오면서 기업의 운영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반복 문의는 AI가 처리하고, 영업 회의는 음성과 표정 데이터까지 분석되며, 의료 현장에서는 진단 보조와 임상 질의응답이 자동화된다. 저자 시바타 나오키는 실리콘밸리의 AI 스타트업 사례를 바탕으로, AI가 단순히 사람의 일을 덜어주는 수준을 넘어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AI를 쓰는가"가 아니라 "AI를 전제로 일을 다시 설계했는가"에 있다. 단순하고 정형화된 업무가 AI로 옮겨갈수록 인간에게 남는 경쟁력은 창의성, 전략적 판단, 현장 감각, 맥락을 읽는 능력이다. 기술의 1년 변화는 과장되기 쉽지만, 10년 변화는 자주 과소평가된다. 환멸과 피로감이 찾아오는 시기에 준비한 기업과 개인만이 다음 질서의 과실을 얻는다. AI 이후의 일은 사라지는 일자리의 공포만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으로 가치를 만들 것인가를 다시 묻는 문제다. (시바타 나오키 지음·박수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완벽함을 향한 시대의 집착은 오히려 인간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 알고리즘이 뉴스를 고르고, 앱이 일정을 최적화하고, 자동화 시스템이 판단을 대신할수록 우리는 모호한 상황을 견디고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힘을 잃어간다. 팀 하포드는 항공기 자동조종 사고, 런던 지하철 파업, 벤저민 프랭클린의 정리 강박, 창작자들의 불규칙한 작업 방식 등을 넘나들며 질서와 효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 능력의 가치를 추적한다.

혼란과 무질서는 제거해야 할 결함만은 아니다. 때로는 익숙한 경로를 벗어나게 만들고, 낯선 사람과 생각을 만나게 하며, 숫자와 규칙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자동화와 최적화가 일상의 기준이 된 시대에 더 필요한 것은 완벽한 통제력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다룰 수 있는 감각이다. 모호함을 견디고, 실수를 회복하고, 예기치 못한 변수 속에서 다시 판단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팀 하포드 지음·윤영삼 옮김 | 윌마)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

노스페이스와 에스프리를 일군 더그 톰킨스의 삶은 성공 이후의 삶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는 세계적 브랜드를 만든 기업가였지만, 성공의 정점에서 자산을 정리하고 파타고니아 오지로 향했다. 더 많은 돈과 더 큰 회사를 향해 가는 대신, 자신이 사랑했던 야생을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선택은 낭만적인 은퇴가 아니라, 땅을 사들이고 정부와 싸우고 음모론과 불신을 견디며 자연을 국립공원으로 되돌리는 집요한 실천이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톰킨스가 결코 온화한 성자형 환경운동가가 아니었다는 데 있다. 그는 완벽주의자였고, 통제하려 했고, 때로는 오만하고 타협을 싫어했다. 페라리를 모는 환경운동가라는 모순도 그의 일부였다. 그러나 바로 그 고집과 과잉이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밀어붙이는 동력이 됐다. 조너선 프랭클린은 한 인간의 결점과 성취를 함께 놓고, 위대한 전환이 언제나 깨끗한 선의에서만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지금의 산을 다 오른 뒤에도, 우리는 다른 산을 오를 용기를 낼 수 있는가. (조너선 프랭클린 지음·강동혁 옮김 | 복복서가)

대우 GYBM 김우중 인재사관학교

대우그룹 해체 이후에도 끝까지 남은 것은 조직의 이름이 아니라, 세계 현장에서 일하는 법을 몸에 익힌 사람들이었다. GYBM 15년의 기록은 김우중의 '세계경영'을 향수로 복원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업이 사라진 뒤에도 인재를 길러내는 기준과 방식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추적한다. 스펙보다 태도, 강의보다 현장, 지식보다 판단을 앞세운 이 시스템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낯선 환경 속에 밀어 넣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를 통해 완성한다.

핵심은 성공한 인재들의 미담이 아니라, 실패와 복구까지 포함한 성장의 구조다. 중도 귀국, 현지 부적응, 사업 좌절 같은 장면까지 끌어안으면서도, 그 경험이 다시 기준이 되고 다음 세대의 자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GYBM이 남긴 질문은 단순하다. 기업이 사라진 뒤에도 무엇이 유산으로 남는가. 답은 사람이고, 더 정확히는 어떤 상황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판단하며 버티는 사람을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대우 GYBM 멘토협의회 지음 | 에이콘온)

혁명을 준비하는 시간

혁명은 대개 광장의 함성과 폭발의 순간으로 기억되지만, 실제 변화의 씨앗은 더 작고 느린 곳에서 자란다. 17세기 과학자들의 편지, 19세기 노동자들의 청원서, 식민지 신문의 독자 투고란, 소련 반체제 인사들의 사미즈다트, 팬데믹 초기 보건 전문가들의 메일 그룹까지, 갈 베커만은 세상을 바꾼 급진적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은밀한 대화와 끈질긴 연결 속에서 형태를 갖췄는지 추적한다. 중요한 것은 혁명의 순간이 아니라, 그 순간을 가능하게 한 생각의 숙성 과정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역설도 여기에 있다. 빠르게 퍼지고 쉽게 분노하게 만드는 도구는 사람을 모을 수는 있지만, 오래 생각하고 합의하며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는 시간을 빼앗는다. 저자는 변화에 필요한 것은 더 큰 확성기가 아니라, 위험한 생각이 섣불리 소비되지 않고 자랄 수 있는 그릇이라고 말한다. 혁명은 바이럴이 아니라 인내의 기술이며, 세상을 바꾸는 생각에는 고요히 타들어가는 도화선의 시간이 필요하다. (갈 베커만 지음·손성화 옮김 | 어크로스)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병원 문턱이 낮아질수록 몸은 더 자주 불안의 대상이 된다. 현직 정형외과 전문의 김현정은 검사, 약, 시술, 수술이 넘쳐나는 의료 풍경 속에서 정작 놓치기 쉬운 질문을 던진다. 아픈 몸보다 먼저 다뤄야 할 것은 때로 불안이며, 건강은 돈을 들여 사는 상품이 아니라 몸의 회복력과 생활의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세브란스 최초 여성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대한민국 1호 여성 정형외과학 교수를 지낸 저자는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 건강 정보의 홍수, 보험이 부추기는 의료 소비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짚는다. 제목은 의료를 거부하자는 선언이 아니라, 서둘러 몸을 맡기기 전에 자기 몸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선택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는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는 사람일수록 읽어볼 만한 현실적인 의료 사용 설명서다. (김현정 지음 | 부키)

금자씨 레시피

배달 음식과 간편식이 일상이 된 시대, 집밥은 오히려 가장 드문 식사가 됐다. 1954년생 장금자 씨가 40년 넘게 차려온 밥상은 딸 손하빈의 기획을 거쳐 원 테이블 팝업 레스토랑 '금자씨 부엌'이 됐고, 이제 한 권의 요리 수첩으로 남았다. 예약이 순식간에 마감됐던 그 부엌의 힘은 특별한 기술보다 매일의 정성에 있었다.

버섯밥, 된장덮밥, 시래기 된장지짐이, 황태껍질볶음, 돌나물사과주스까지 44가지 레시피는 냉장고 속 익숙한 재료로 30분 안에 차릴 수 있는 집밥을 제안한다. 요리는 거창한 미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먹이고 돌보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엄마의 손맛을 기록한 동시에, 바쁜 세대에게 다시 부엌 앞에 서 볼 용기를 건네는 책이다.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 (장금자·손하빈 지음 | 세미콜론)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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