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 처음 본다" 재판장도 경악한 임성근 태도, 징역 3년 부메랑

김화빈 2026. 5. 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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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등 1심 선고] 조형우 재판장 "책임 부하에게 미루고 은폐 급급"...간부들도 유죄 선고 후 법정구속

[김화빈 기자]

▲ 영장실질심사 받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이정민
"어떻게 가해자(임성근)가 자식 잃은 피해자 부모에게 '수중수색을 지시한 건 이용민 중령'이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가? 오랜 재판 과정에서 이런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 조형우 재판장

채해병 순직사건 1심 재판부가 사고 원인의 가장 큰 책임자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지목하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임 전 사단장이 사건 발생 후 1심 선고날까지 총 1024일 동안 "(사고) 책임을 부하 지휘관에게 미루고,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기 급급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라고 질타했다.

1시간 23분간 쏟아진 재판부의 추상 같은 선고에 임 전 사단장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바닥만 쳐다봐야 했다. 양형이유 설명 대목에선 중형 선고를 예상한 듯 힘없이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그의 옆에 선 이 사건 다른 피고인들 또한 숨죽인 채 눈만 껌뻑이거나 이를 꽉 깨무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3년 선고 직후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채해병의 모친은 "재판장님, 임성근 형량이 너무 적게 나왔다"라며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보고 싶다. 임성근 끝까지 용서 못한다"라고 오열했다. 재판 종료 후 법원 복도에서 눈물을 쏟는 유족의 곁을 또다른 군사망 사건 유족들이 지켰다.

"하급자가 거스르기 어려운 상부의 불명확한 지시로 소중한 생명 잃어"
 2023년 7월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빈소 입구에 별도 설치된 그의 영정 사진을 보며 친인척들이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8일 오전 채해병 사망과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사단장(소장), 박상현 전 여단장(대령),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중령), 이용민 전 포7대대장(중령), 장수만 전 제7포병대대 본부중대장(대위)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조 재판장은 먼저 피고인 전원에 대해 "해병 대원들의 수중수색을 알고도 이를 방치한 채 사단장의 적극적·공세적 수색 지시(위에서 보지 말고 내려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수색하라)를 되풀이했을 뿐 안전 확보 방안 자체에 관한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결국) 중대장 2개월 차인 장수만 전 본부중대장은 사단장, 여단장, 대대장 등 상급 지휘관들의 지시를 이행하고자 보문교 인근 하천 가장자리 입수를 감행해 해병 대원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라는 것이다.

조 재판장은 "(그러나) 중대장이 입수를 강행한 이유는 현장 지휘관으로서 스스로 판단한 결과가 아닌 (하급자가) 거스르기 어려운 상부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려는 데 있다"라며 "이 사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상급 지휘관들의 무리하고 잘못된 지시에 있는 바, 상급 지휘관들에게 그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더해 "(이 사건 피고인들은)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책무를 소홀히 하는 단순 부작위에 그치지 않고, 위험인자를 인지한 상태에서도 위험을 가중시키는 무리하고 불명확한 지시를 한 측면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임성근 개입 없었다면, 도로정찰 허용하는 정상 작전 진행됐을 것"
▲ 영장실질심사 받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이정민
조 재판장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채해병 순직 전날인) 2023년 7월 18일 현장 지도 과정에서 ① 실종자 수색 부대에 구명조끼 등 안정장비가 구비되지 않았음을 보고 받고 ② (폭우로 인해) 하천의 유속이 빨라지고 흙탕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을 직접 확인했다"라며 "그럼에도 부대원들의 안전을 최종 책임져야 하는 사단장으로서 물가 입수를 금지하는 명확한 지침을 발령·전파하지 않았다"라고 판단했다.

조 재판장은 "되레 피고인은 (단편명령에 따라) 작전통제권이 배제된 상태에서 포병을 다른 부대와 비교하며 '비효율적'이라는 질책을 반복하고, 수색작전의 시행 방식과 종료 여부에 관한 작전지시를 반복하는 등 지휘통제권을 행사했다"라고 봤다. 육군50사단장이 박 전 여단장에게 해병대 철수 의사를 물었을 때 수색 작전을 지속하게끔 임 전 사단장이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어 "피고인은 현장지도를 하며 ① 여단장에게 실종자 발견 성과 창출을 위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수색을 반복 지시했고, ② 사단장 VTC(화상회의)에서도 대원들 안전 확보를 위한 도로 위 정찰 방식의 수색을 배제하고 ③ 수중 입수를 불사하는 적극적 공세적 수색만을 강조했다"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피고인의 지시는 여단장에 의해 그대로 다시 전파되어 '허리 깊이까지' 입수하는 수색 방식으로 구체화됐다"라며 "사단장의 지시가 군부대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수색 작전에) 개입하지 않고 여단장에게 맡겼다면 도로 정찰을 허용하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작전이 진행됐을 것이므로 이 사건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라고 질타했다.

더해 "피고인은 실종자 수색에 임하는 포병부대 대원들의 안전보다는 해병 빨간 티셔츠가 눈에 잘 띄도록 복장을 갖추는 문제, 수색에 임하는 대원들이 히죽이거나 웃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하는 문제만 강조하는 등 해병대의 성과가 언론에 잘 노출되는지만 신경썼다"라고 덧붙였다.

재판장 분노 부른 임성근 문자 "어떻게 피해자에게 이런 문자를 보내나"
▲ 위로받는 채해병 모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채해병 순직 사건 관련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한 가운데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채해병 어머니가 위로를 받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조 재판장은 임 전 사단장이 이 사건 이후 보인 태도도 중형이 불가피한 이유로 들었다. 조 재판장은 "사고 이후 (1사단) 공보정훈실장에게 '자신은 사고 발생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논리를 만들 것을 지시하고, 2023년 9월 7일 수사기관 압수수색에 앞서 '(자신이) 포3대대 수중수색 사실을 인지하였다는' 점에 관한 정황증거를 은폐했다"라며 "장기간 이어진 수사에서 사단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들이 받은 조사 내용을 확인하고 대응 논리를 수립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회피·은폐하기 급급했다"라고 비판했다.

"피고인은 단지 조언만 했을 뿐 이 사건은 (하급자인) 대대장들의 일탈 행위에 의한 것이라며 그 책임을 전부 부하 지휘관에게 미뤄왔다. 2024년 12월에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추스르고 있던 피해자 부모에게 '수중수색을 지시한 사람은 자신이 아닌 이용민'이라고 주장하는 장문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다는 것인가. 오래된 재판 과정에서 이런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아주 이례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음은 물론 피고인이 가장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고 탄원하고 있다."

긴 양형 이유 설명을 끝낸 조 재판장은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그가 청구한 보석신청도 기각했다. 이에 채해병의 모친 하아무개씨는 "재판장님 3년이라니 너무 적다"라며 "(임 전 사단장은) 과실을 인정 안 하잖나. 죗값을 받아야 된다"라고 소리쳤다. 재판이 끝난 뒤 법원 복도에 나와서는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보고 싶다"라며 오열해, 재판을 함께 방청한 군사망 사건 유족들이 위로하기도 했다.

여단장과 대대장에게도 추상 같은 판결... "책임 미루는 등 비난 가능성 커" 실형 선고
▲ 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에서 수색하던 해병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원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조 재판장은 임 전 사단장 외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조 재판장은 박 전 여단장에 대해 "작전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상황평가회의에서 사단장의 적극적 공세적 수색 지침과 질책만 강조했을 뿐 '현장이 위험하다면 도로정찰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아 부담이 가중됐다"라며 "지휘관으로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도 자신은 모든 주의 책임을 다했다며 책임을 중대장에게 미루는 모습을 보여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최 전 대대장에 대해선 "선임 대대장으로서 여단장과 소통하면서 불명확한 지침을 명확히 전파하지 않았다"라며 "현장 지휘관들의 혼선을 바로잡지 않고, 사고 발생에 관한 자신의 기여 정도를 축소하면서 그 책임을 이 전 대대장과 장 전 본부중대장에게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했다.

이 전 대대장에 대해서는 "현장 위험 요소를 파악함으로써 부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 등이 있으나 대원들이 무리한 수색에 투입되도록 방치했다"라면서도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라고 했다.

장 전 본부중대장에 대해선 "부임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중대장으로서 상부의 지시를 이행하는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고, 사고를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낮다"라며 "유족 등 또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했다.

조 재판장은 이후 피고인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뒤 ▲ 박 전 여단장과 최 전 대대장에게 금고 1년 6개월 ▲ 이 전 대대장 금고 10개월 ▲ 장 전 본부중대장 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장 전 본부중대장을 제외한 피고인들은 도주 우려 등의 이유를 들어 법정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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