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3만 7천 보 걸은 날, 실감하게 된 사실

김종섭 2026. 5. 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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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여행기] 평소 산책으로 다진 체력으로 함께 한 여행길

[김종섭 기자]

지난 7일 프라하 여행 3일 차, 이날도 여전히 새벽에 눈이 떠졌다. 아들이 한국에서 여러 종류의 햇반 컵반과 라면을 준비해 왔다. 강된장 보리비빔밥, 버터 장조림비빔밥, 매콤한 김치날치알밥, 중화 마파 두부덮밥 등 종류도 다양했다. 이국 땅 새벽에 모처럼 야영지에서나 먹을 법한 한국 간편식으로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 7시 숙소를 나섰다. 가끔은 조리를 해 먹으려고 호텔이 아닌 한국의 리조트 같은 느낌의 숙소를 얻었다.

숙소는 1박에 20만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비싼 느낌이지만, 지금은 1박당 50만 원가량 숙박 요금이 올라 있다고 한다. 예약이 내년까지 끝난 상태라고 하니 운 좋게 숙소를 얻어낸 셈이 되었다. 시내 제일 번화한 중심가라 걸어서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 순례가 가능하다.

7시 반에 숙소에서 나왔다. 아들은 며칠 정도 근교에서 볼일이 있어 이날은 특별히 시내 구석 색다른 여행을 하기 위해 아들 행선지 근처까지 도보로 동행했다. 중간에 걷다가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빵도 곁들였다. 인도나 도로 대부분이 시멘트나 아스팔트가 아니라, 타일을 붙이듯 돌을 박아 만든 길이라 울퉁불퉁한 인도를 걷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운 길이었다.

아들은 약속된 장소로 향하고, 10분 남짓 남은 거리에서 아들과 헤어졌다. 우리 부부는 백화점 쇼핑을 하기 위해 미리 검색해 둔 백화점으로 향했다. 구도심과는 달리 새로 증축된 현대식 건물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걸어오는 내내 대부분 옛날 건물이었기에 왠지 백화점에 대한 기대감이 슬쩍 사라졌는데, 의외로 백화점은 현대식 신축 건물에 입점해 있었다.
 프라하 시내 백화점 내부 아시아 마트
ⓒ 김종섭
쇼핑을 하면서 플라스틱이 아닌 가벼운 천 소재로 된 캐리어를 하나 샀다. 쇼핑 도중 아내는 몇 시간 걸어와 힘이 들었는지 잠시 쉬었다가 쇼핑하자고 했다. 쇼핑 공간 중간 중간에 고객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아내가 앉은 휴식 공간 앞에는 아시아 마트가 있었다. 카운터 뒷벽에는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국기 모티프가 원형 엠블럼 형태로 깔끔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흥미로워 매장 안을 들어가 보았다. 한국 소주부터 막걸리, 과자, 음료, 냉동 만두가 있었다. 진열대에는 BTS 사진이 들어간 커피 음료와 K푸드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두세 시간 쇼핑을 했다. 아들이 약속 장소에서 백화점으로 왔다. 대형 마트에서 음료와 맥주, 과일과 필요한 몇 가지를 사서 새로 산 캐리어에 담아 백화점을 빠져나와 일단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경, 프라하성을 관람하기로 했다. 가파른 프라하성 언덕길을 제대로 오르기 위해 먼저 늦은 점심 식사로 체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대신 저녁은 간단하게 마무리 짓자는 계획이었다. 메뉴는 어제 아들과 가기로 했던 족발로 유명한 맛집 투어다. 우리 부부는 사실 전날도 숙소 근처에서 이미 족발을 먹었지만, 아들은 그날 갑작스러운 손님을 만나느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아들의 미안함을 기꺼이 받으며, 우리는 성을 정복하기 위한 든든한 한 끼를 즐기기로 했다.
 체코의 전통 음식 '꼴레뇨'와 시원한 코젤 다크 맥주
ⓒ 김종섭

여지없이 긴 대기 줄에 종업원은 몇 명이 왔냐고 묻더니, 세 사람 앉을 자리가 있다면서 대기 줄에서 빠져나와 식당 안으로 운 좋게 들어갔다.

아들은 이곳에서 전날 만난 손님들과 먹은 메뉴라면서 여러 가지를 한 상 푸짐하게 주문했다. 꼴레뇨(Koleno),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족발인데 족발 부분이 아니라 돼지 무릎 부위라고 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체코의 대표 요리이다.

자우어크라우트(양배추 절임)와 머스터드소스가 곁들여져 있고, 슈니첼(Schnitzel)이라는 얇게 펴서 튀긴 돼지고기 요리와, 루콜라와 비트라는 채소 위에 구운 염소 치즈와 견과류, 살구를 올린 신선한 샐러드와 감자 샐러드까지 푸짐했다. 감자 샐러드의 현지 이름은 '브렘보로비 살라트(Bramborový salát)'라고 한다고 한다. 프라하에서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맥주로 우리는 짙은 색의 흑맥주인 코젤 다크 맥주를 곁들였다.

프라하성은 사실 숙소에서 걸어서 몇 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숙소에서 유명 명소를 가려면 항상 유명 명소 중 하나인 카를교를 거쳐 가야 한다. 낮 시간대라 카를교는 관광객으로 인산인해였다. 프라하성을 가기 위해 산을 등산하듯이 가파른 골목 계단을 이용해 가야 한다. 프라하성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인간의 한계를 조명하는 느낌이다. 어떻게 사람의 힘으로 이 거대한 성을 만들었을까. 성 주변을 돌면서 성 안의 몇 개 관광지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료 패키지 관광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우리는 1인당 3만 원 정도의 입장권을 온라인 예약해서 관광을 했다.
 600년에 걸쳐 완공되었다는 프라하성 성당,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압권
ⓒ 김종섭

첫 번째 프라하성 유료 관광지는 성당이다.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제일 압권이다. 성당은 무려 600년에 걸쳐 완공되었다고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운 광경들이다. 프라하성에서 3시간 이상을 투어하고 걸어서 숙소로 오는 길에 작은 공원을 잠시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야경을 볼 계획이었는데 다들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버렸다. 실컷 잤다고 생각했는데 밤 12시가 가까워오고 있다. 불빛이 꺼진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 관광의 여정을 글로 옮겨가는데, 이내 아내는 잠들어 버리고 아들은 건넌방에서 코 고는 소리로 여정의 피곤함을 대신한다.

이날만 3만 7000보 이상을 걸었다. 우리 부부는 평상시 산책길에 1만 2000보를 걷는다. 그 산책 덕분인지 그 이상의 도보도 지탱한 원동력이 된 듯하다. 유럽 여행은 힘 있을 때 여행을 해야 한다고 하던 말들이 실감 난다. 걸을 수 있다는 건강한 체력 하나만으로도 지금 만족한 자신을 발견한 하루 여행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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