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포용금융' 재설계 한다…금감원도 별도 TF 가동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청와대 청책실장의 은행권을 향한 준공공기관 역할 강화 압박에 금융당국이 기존 신용평가체계 개편 논의를 넘어 포용금융 전반을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확대한다.
금융위원회가 학계·시민단체 등을 포함한 범금융권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원내 별도 TF를 가동하며 내부 대응에 착수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말 출범을 목표로 포용금융 관련 TF 구성을 준비 중이다.
기존 금융권·신용평가사 중심 논의에서 벗어나 학계와 외부 전문가, 시민단체까지 참여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는 기존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체계 개편 논의를 넘어 금융 접근성과 서민·소상공인 지원, 금융의 사회적 역할까지 함께 논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단순 제도 보완 수준이 아니라 포용금융 전반을 재점검하는 방향으로 정책 외연이 확장되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틀에만 얽매이지 말고 폭넓게 들여다보라는 취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신용평가 문제에 한정하기보다 포용금융 전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도 참여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금융위의 신용평가체계 개편 TF는 향후 새 포용금융 TF 산하 논의체 성격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신용평가체계 개편 논의가 새로운 포용금융 아젠다 안으로 흡수·확장되는 구조다.
금감원도 금융위 논의에 참여하는 동시에 원내 차원의 별도 TF를 운영하며 대응 체계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위가 범부처·범금융권 차원의 논의를 추진하는 만큼 감독당국 내부에서도 관련 부서 간 공통 대응 논리와 제도 검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수석부원장 주재 방향성 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TF가 본격 가동될 경우 은행권과 중소금융, 신용평가, 서민금융 등 여러 영역이 동시에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감독 실무를 맡는 금감원 내부에서도 사전 정비에 나선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뿐 아니라 중소금융까지 연결되는 사안이라 감독당국 내부에서도 여러 부서가 함께 대응 방향을 검토 중"이라며 "금융위 TF 논의에도 금감원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현행 신용등급 체계를 정면 비판하며 금융권의 고신용자 중심 여신 관행에 문제를 제기한 이후 당국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김 실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고 지적하며 현행 신용평가 체계를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저신용자 지원을 넘어 금융 시스템 자체가 고신용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당국 내부에서는 은행권과 2금융권 사이에서 중·저신용자가 밀려나는 이른바 '금리단층' 문제를 현행 신용평가체계가 충분히 포섭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도 공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의가 단순 신용평가모형 개편을 넘어 은행 여신 관행과 중·저신용자 대출 구조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 논의가 통신·결제 데이터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의 평가 정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금융의 역할과 포용 범위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까지 화두가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당장 대출금리 산정 구조나 신용평가 체계가 급격히 바뀌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곧바로 은행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도 신용평가 개편 논의는 이어져 왔지만 최근에는 단순 모델 개선보다 포용금융 전반을 다시 보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대통령실 문제 제기 이후 관련 논의에 새 동력이 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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