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몰래 경북에 몰리는 위험한 쓰레기들...이게 뭔 일이냐면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정보공개센터 2026. 5. 8.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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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보가 알고 싶다] 규제의 틈새 노린 쓰레기들, 대안은 없나

[정보공개센터]

 2019년 미국 CNN이 보도한 경북 의성군의 거대한 쓰레기산. 온갖 종류의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건설폐기물이 혼재되어 있다. 자료사진.
ⓒ 최병성
6·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내 삶이 이루어지는 바로 이 지역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결정하는 선거다. 중앙정치의 바람에 흔들리기 쉽지만, 그럴수록 각 지역의 문제를 끈기 있게 드러내고 주민의 입장에서 해결할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지역 주민들이 가장 절박하게 마주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 폐기물 처리시설 문제다. 지난 1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곳에서 어떻게 스스로 처리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전국적인 화두가 됐다. 하지만 현재 논쟁이 집중되는 '생활 쓰레기'는 우리나라 전체 쓰레기(건설폐기물 제외)의 16%에 불과하다. 나머지 84%를 차지하는 산업 쓰레기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공개된 가장 최신 데이터인 2024년 전국 폐기물 발생·처리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2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폐기물은 총 1억 729만 톤이다.

이 가운데 생활폐기물은 1705만 톤으로 전체의 16%다. 반면 공장·산업시설에서 나오는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은 8376만 톤(78%)이다. 여기에 유해성이 높아 별도 관리되는 산업지정폐기물 630만 톤(6%), 그리고 의료폐기물 19만 톤(0.2%)을 더하면 산업계 폐기물은 전체의 84%에 달한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제5조의2는 생활폐기물에 대해서만 발생지 처리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산업폐기물은 생활 쓰레기보다 훨씬 유해한 물질들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발생한 곳에서 처리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고, 공공의 관리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다. 민간업자에게 '돈이 되는' 사업인 산업 쓰레기 처리장은 특히 규제가 느슨한 지방 농촌으로, 주민들도 모르게 마구잡이로 들어서고 있고, 전국 곳곳의 마을들은 극심한 갈등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 때문에 시민사회는 산업폐기물에도 발생지 처리 원칙을 도입하고 공공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업계는 현실성과 위헌 소지를 이유로 반대하며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막대한 처리 수익은 민간업체가 독점하고, 환경 피해와 사후 관리 책임은 고스란히 인근 주민과 지자체에 전가되는 구조가 전국에서 반복된다.

발생량의 수 배를 처리하는 지역들
 폐기물 발생 및 이동, 처리 데이터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자원순환정보시스템 올바로. 연도별, 지역별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통계를 확인할 수 있으나 이동관련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정보공개센터
지정폐기물에는 폐산·폐알칼리·폐유기용제·분진·소각재 등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의료폐기물은 감염 위험이 있는 격리폐기물과 손상성폐기물을 포함한다. 그런데 이 산업폐기물의 99% 이상은 민간 처리업체가 맡는다. 지자체가 책임지는 생활폐기물과 달리 공공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방대한 양의 폐기물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지역별 처리시설이 실제로 처리한 양을 해당 지역 발생량과 비교해 보면 이동의 불균형이 드러난다.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 기준으로, 강원(2.5배)과 충북(2.4배)의 처리시설들은 자기 지역 발생량의 두 배가 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이 두 지역만 합쳐도 최소 750만 톤 이상의 폐기물이 다른 곳에서 흘러 들어온 셈이다. 위험도가 높은 지정폐기물의 경우 경북에서 경북 발생량의 1.74배를 처리하며 가장 집중도가 높고, 경남(1.58배)·충남(1.57배)도 발생량을 크게 초과 처리하고 있다.

의료폐기물은 경북 처리시설들이 경북 발생량의 6.3배를 처리할 만큼 집중이 극단적이다. 경북·충남·충북 세 지역이 전국 의료폐기물 발생량의 57%를 처리하는 반면, 발생 1위인 서울(27%)을 포함해 대구·인천·대전·울산 등 9개 시도에는 소각시설이 아예 없다. 17개 시도 가운데 9곳에서 감염성 폐기물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실려 가는 것이다.

시군구 단위로 들어가면 집중의 실태가 더욱 선명해진다. 의료폐기물의 경우 충북 진천군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은 291톤이지만 처리시설이 처리한 양은 2만 6815톤으로 지역 발생량의 92배다. 경북 경주시는 발생량의 40배에 달하는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며 전국의 14.8%를 담당한다.

지정폐기물도 마찬가지다. 경북 경주시의 처리시설은 지역 발생량의 9.8배를 처리하며 전국의 10%가량을 담당하고, 충남 당진시(4.2배, 전국 7%), 경북 영천시(4.4배, 전국 5%)에도 발생량을 크게 웃도는 처리가 집중되고 있다. 처리 수익은 민간업체가 독점하고 환경 부담은 주민이 짊어지는 구조가 이 지역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말뿐이 아닌 균형발전의 출발점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제정 운동본부와 경북 도내 주민대책위들이 2026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경상북도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제정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정보공개센터
경북은 이 구조가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지역이다. 경주시 안강읍에는 전국 의료폐기물의 14.8%가 집중되고, 구미시에는 지정폐기물매립시설 7개가 밀집해 있다. 고령군에서는 8개 읍면 가운데 6곳에 폐기물 대책위가 꾸려질 만큼 처리시설이 밀집했고, 영주·김천·봉화·안동 곳곳에서도 납 제련공장, 고형연료(SRF) 소각시설, 대규모 매립장 문제로 주민들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 청하면에서는 주민 90% 이상의 반대 서명에도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환경영향평가없이 강행되고 있으며 전직 공무원의 관련 업체 재취업 유착 의혹까지 불거졌다.

왜 경북인가. 이유 중 하나는 제도의 공백이다. 경상북도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을 강화하는 조례가 없어, 인접 경남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소각시설이 경북에서는 심사 없이 허가가 난다. 그러나 경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어느 지역이든 규제의 틈새를 노린 처리시설 입지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며, 그 피해는 언제나 사전에 정보를 받지 못한 주민들이 감당하고 있다.

인허가 과정은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된다. 관련 위원회에 사업자는 참석하지만 주민들은 회의가 열리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회의록은 모든 결정이 굳어진 후에야 공개된다. 폐기물 이동 경로는 '올바로(Allbaro) 시스템'의 전자 인계서에 기록되어 있지만, 이 원시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는다. 발생지 처리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시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개 통계조차 없다.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공익법률센터 농본, 환경운동연합,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등이 참여한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 운동본부(전국 80개 단체)는 6일 경상북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3 지방선거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관련 조례를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경북 각지에서 피해를 호소해 온 주민들이 함께한 이 자리에서 녹색당과 진보당 경북도당은 도당 차원에서 제안을 수용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주시 이강희 예비후보, 예천군 이동화 예비후보, 안동시 김순중, 김새롬 예비후보 등도 참석해 대책위로부터 조례안을 직접 전달받았다.

조례의 핵심은 일곱 가지다. ▲ 환경 피해 우려 시설의 인허가 접수 시 7일 이내 주민에게 문자·서면으로 사전 고지 ▲ 환경오염 우려 사업의 인허가 전 환경정책위원회 사전 심의 의무화 ▲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을 현행 법령의 50% 수준으로 확대해 규제 사각지대 해소 ▲ 폐기물처리시설의 주거지·학교·하천으로부터 충분한 이격거리 확보를 위한 도시계획조례 입지 기준 강화 ▲ 심의위원회 회의 일정 사전 공고 및 7일 이내 회의록 상시 공개 ▲ 이해관계 주민 대표의 위원회 참석과 발언권 법적 보장 ▲ 환경오염 피해 발생 시 지자체의 예비조사 실시 및 인근 주민 건강검진 지원이다.

발생지 처리 원칙을 산업폐기물에도 법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하지만 주민이 처리시설 입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최소한의 출발은 지금 당장 지자체 조례로도 가능하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들어서지 못하는 환경오염 시설들이 비수도권 농촌으로 밀려드는 것을 막는 것, 말뿐이 아닌 균형발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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