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에 갇힌 삶… 돌봄의 손길로 회복 돕다

박효진 2026. 5.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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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세움교회, 복지 사각지대 이웃 살리는 환경개선 사역
더세움교회 성도들이 지난달 25일 주거환경 개선 사역을 위해 방문한 경북 김천 소재 A씨 집 안의 모습. 위 사진은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던 청소 전이며, 아래 사진은 정리 후 달라진 풍경이다. 교회 제공


“교회에서 도와준다면 집 정리도 받아볼게요.”

지난달 초 경북 김천시청 사회복지과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저장강박과 우울감으로 외부의 도움을 완강히 거부해 왔던 어르신 A씨(73)가 마침내 마음을 연 것이다. 몇 년간 담당 공무원의 끈질긴 설득도 소용없었지만 ‘그 교회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신뢰가 어르신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랜 봉사로 안면을 트며 신뢰를 쌓아온 더세움교회(정통령 목사)와 복지과 담당자의 끊임없는 관심이 어르신의 결심을 끌어냈다. 지난달 25일 더세움교회 성도들은 김천 개령면 A씨의 집을 찾았다. 현장에는 악취가 진동했고 일부 성도는 청소 후 두드러기로 고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도들은 ‘오늘 우리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시 숨 쉬며 살아갈 공간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곧장 달려온 성도는 힘을 보태 짐을 옮겼고 정리수납 전문 자격증이 있는 성도는 지혜를 발휘해 무너진 공간을 회복시켰다. 또 다른 이는 조용히 필요한 물품을 챙기며 빈자리를 메웠다. 각자의 달란트가 모여 한 사람의 삶을 세운 것이다. 정통령 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주거환경 개선은 청소 기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대상자의 마음을 살피는 세심함, 유관 기관과의 협력, 가족과의 소통, 그리고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함께 필요하다”며 “집을 정리하는 일 같지만 사실은 한 사람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만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음의 문을 연 어르신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부끄러운 공간을 기꺼이 내어놓았다. 실제 현장에서 성도들이 마주한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열악했다. 바닥은 끈적였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과 물품이 뒤섞여 있었으며 곳곳에는 유충과 쥐의 흔적이 있었다.

쓰레기 집을 정리하며 가장 큰 난관은 물건을 비워내는 과정이었다. 오래돼 버려야 할 쓰레기로 보일지라도 어르신에게 그 물건들은 소중한 기억이자 고단한 삶을 지탱해 온 생존의 흔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리에 불안을 느끼는 어르신이 완강히 거부할 때마다 성도들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내하며 어르신의 마음을 존중하는 태도로 함께했다.

더세움교회의 주거환경 개선 사역은 2011년부터 이어져 왔다. 이 사역은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무엇으로 존재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정 목사는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개인적인 성향이나 질병, 저장강박, 우울감 등의 요인일 수도 있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고립의 문제가 크다”며 “대부분 홀로 지내시는 분들이다. 삶 속에서 관계가 끊어지고 돌봄이 사라진 시간이 집 안에 켜켜이 쌓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는 이웃돌봄 사역을 위해 김천시청과 긴밀하게 소통했다. 시청이 지역 내 주거환경 정리가 시급한 대상자를 추천하면 교회가 현장에 투입됐다. 또 ‘교회의 시간표’보다 ‘이웃의 시간표’를 중요하게 여겼고, ‘우리가 하고 싶은 봉사’보다 ‘이웃에게 실제로 필요한 섬김’을 우선했다. 연탄 나눔은 12월에 행사처럼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교회는 이웃의 필요에 맞춰 추위가 막 시작되는 11월에 진행해 왔다.

이날 집안 정리가 끝난 뒤 A씨는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새집이 된 것 같다”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여러 번 건넸다고 한다. 폐기물 처리는 운송업에 종사하는 김성환 장로가 힘을 보탰다. 김 장로는 1t 트럭에 폐기물을 가득 실어 몇 차례나 반복해 좁은 골목을 아슬아슬하게 지났다. 그는 “평소 늘 해오던 일을 이웃을 섬기는 데 쓰임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7t가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이번 정리 덕분에 어르신 집은 복지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다양한 공공 서비스를 받으려면 먼저 주변 환경이 정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반찬나눔 봉사를 통해 이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안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주거환경 개선은 단순히 청소 한 번 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이어지는 후속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 목사는 “교회가 지역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맡겨진 작은 몫을 외면하지 않고 지역의 아픔을 함께 짊어지는 공동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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