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이 찾는 2030… 한정판 굿즈 얻으려 오픈런도
성인 수집·취미용으로 인기 증가
2030 완구점 지출, 전년대비 224%↑
전통 아동 완구 시장은 정체 여전
국내 IP, 성인 타깃 경쟁력 키워야

“와, 여기 우유빵 말랑이 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문구·완구 시장.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가운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만큼이나 삼삼오오 모여 있는 20대 이상 성인들이 눈에 띄었다. 가지각색 ‘말랑이’를 손으로 눌러보며 저마다 마음에 드는 촉감을 찾는 데 열중한 모습이었다.
시장에서 20년째 장사를 이어온 한 상인은 “원래 작은 키링이 주력 상품이었는데 말랑이를 조금씩 들여와 팔고 있다”며 “아주 어린 애들보다 대학생 손님이 더 많다”고 말했다. 최근 말랑이를 구매했다는 전모(25)씨는 “나도 모르는 새 1시간째 만지고 있더라”며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찾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고 전했다.
완구 시장에 ‘어른이(어른+어린이)’ 소비가 몰리고 있다. 말랑이와 캐릭터 굿즈 등 감성과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시장에 활기가 도는 모습이다. 다만 저출생으로 전통 아동 완구 수요 기반이 약화하는 가운데 해외 지식재산권(IP) 중심 성장과 직구 활성화 등 국내 업계가 마주한 과제도 만만찮다.
성인의 완구 사랑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30 세대의 완구점 지출은 전년 대비 224% 증가했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자동차 완구(토미카 등)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전자게임류(닌텐도·플레이스테이션 게임팩)는 163% 급증했다. RC카·드론도 9.3%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자동차 완구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게임류와 RC카는 어린 시절 취미를 다시 찾는 성인들의 수집·취미용으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희귀 굿즈를 얻기 위한 ‘오픈런’이 일상이 되면서 유통업계도 키덜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인 소비자들의 수집 욕구와 체험 수요를 겨냥한 팝업·한정판 마케팅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반다이남코 팬시 페스타’를 열고 다마고치, 가샤폰(캡슐뽑기) 등을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말까지 미아점에서 ‘우리들의 영웅 로보트 태권브이 50주년 특별전’을 진행한다. 메가MGC커피도 호빵맨 스퀴시 키링을 결합한 한정 상품을 선보이며 관련 수요 공략에 나섰다.
다만 이 같은 키덜트 소비 확대가 국내 완구 산업 전반의 회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병우 한국완구협회장은 “어린이날 대목이라지만 예전만큼의 체감은 없었다”며 “성인·청소년을 겨냥한 굿즈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전통 완구 시장은 정체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 성장이 해외 IP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은 국내 업계의 과제로 꼽힌다. 이 협회장은 “애니메이트 등 굿즈 매장이 호황이지만 대부분 일본 등 해외 IP 중심”이라며 “국내 IP는 아직 유아동 중심에 머물러 있어 성인 타깃 굿즈 시장에선 경쟁력이 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웹툰 굿즈 지원 사업 등 시장성을 갖춘 국내 IP를 키우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완구 산업 기반은 약화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인형·장난감 제조업체 수는 2005년 461곳에서 2019년 80곳으로 줄었다.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회원사 수도 2015년 144곳에서 올해 130곳 안팎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사진=신주은 기자 ju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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