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딜레마에 빠진 석유 최고가격제, 가급적 빨리 종료해야

중동전쟁 발발로 급등한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57일째로 접어든다. 정부가 2주 단위로 정유사의 공급가를 결정하는 최고가격제에 따라 오늘부터 적용되는 5차 가격은 3·4차와 동일하다. 누적 인상 요인에도 민생 부담을 고려해 동결을 결정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당초 정부가 언급한 국제유가 연동과는 거리가 멀다.
최고가격제의 가격 왜곡에 따른 시장 부작용은 커지고 있다. 현재 기름값은 L당 2000원 수준에 묶여 있다.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L당 휘발유는 2200원, 경유는 2800원까지 뛸 거란 게 재정경제부의 분석이다. 시장 가격과의 괴리가 커지며 소비자는 ‘고유가 쇼크’에 둔감해졌고, 그 결과 에너지 위기에 걸맞은 소비 억제는 사라졌다. 이달 초 연휴 때 고속도로 통행량이 명절 수준에 이를 만큼 늘어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최고가격제로 가격을 억누르는 바람에 가격에 따른 수요와 공급 조절 기능이 마비되며 물가 왜곡만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6% 상승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로 통제한 게 이 정도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지난달 물가 상승률을 1.2%포인트 낮춘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물가 상승률이 3.8%에 달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당정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제유가 충격에서 민생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화자찬 중이지만, 이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물가를 틀어막고 있는 것밖에 안 된다.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하면서 업계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분기 정유사의 손실은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실충당 용도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한 4조2000억원이 부족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민생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정부 목표지만, 최고가격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기름을 많이 쓰고 비싼 외제차를 모는 사람들을 역으로 지원하는 꼴이다. 불필요한 원유 소비를 억제하고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석유 최고가격제는 조속히 종료하고, 생계형 소비자나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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