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원의 이코노믹스] 자기 절제 없는 분배 요구, ‘연대’의 가치에 정면 위배
삼성전자 노조,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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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은 나(I)에서 우리(We)로 확장의 역사…좁아진 삼성의 ‘우리’
독일 노동이사는 회사의 장기투자 계획과 글로벌 경쟁력 함께 고민
스웨덴과 일본 역시 노조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자기 제한 윤리 철저
불투명하고 자의적인 대기업 보상체계도 문제…삼성의 성찰 필요
」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에서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8/joongang/20260508001420063yqmj.jpg)
삼성전자가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중 반도체가 54조원)의 성과를 발표하자, 노동조합은 영업이익의 15% 성과급과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5월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을 예고한 노조위원장은 ‘하루 1조원, 합계 20조~30조원의 손실’을 협박했다. 단체교섭 과정의 위협이라기에는 너무 구체적이고, 협상 카드라기에는 너무 대담하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자기만 살겠다는 과도한 요구’를 꾸짖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삼성전자 파업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노동조합은 왜 호황의 시기에 더 격렬해지는가. 그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인가 아니면 자기파괴적 모험인가.
독점과 집단 발언, 노조의 두 얼굴
1984년 하버드의 두 경제학자 리처드 프리먼(Richard Freeman)과 제임스 메도프(James Medoff)는 『노동조합은 무엇을 하는가(What Do Unions Do)』라는 책에서 도발적 질문을 세상에 던졌다. 이들은 노동조합이 ‘독점(monopoly)’과 ‘집단 발언(collective voice)’의 두 얼굴을 동시에 갖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독점체로서의 노동조합은 노동 공급을 제한하고 임금을 시장균형 이상으로 끌어올려 자원배분의 효율을 떨어뜨리며, 비조합원과의 격차를 만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반면, 집단적 발언자로서는 개별 노동자가 말하지 못하는 작업장의 모순과 부조리,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과 불평을 사용자에게 전달해 이직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며, 종업원의 충성을 유인한다. 두 기능 사이에서 독점체로서의 역할을 억제하고 발언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노동조합의 사회적 효익은 증가한다.
우리의 노사관계는 어떠한가. 단일 사업체 조합원 7만6000명, 회사 최초의 과반노조, 법적 근로자대표 등 외형만 보면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의 새로운 이정표다. 숨 가쁘게 조직화하긴 했지만 그 역할에 대한 안팎의 기대와 우려가 매우 크다. 이들이 영업이익 15% 성과급을 단체교섭의 제1번 의제로 요구했다. 작업장 안전, 인사제도의 공정성, 평가의 투명성과 같은 요구는 보이지 않는다. 임금-성과급 같은 독점체적 의제가 교섭 전선의 전부를 차지한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파업 불참 조합원을 ‘동료가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파업 불참자 신고 포상제를 검토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발언의 다양성을 봉쇄하고 단일한 목소리를 강제하는 반민주적 내부 독점이다. 내부에서 발언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노조가 어떻게 회사 전체를 위한 대표가 될 수 있겠는가.
프리먼·메도프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정당성이 그들이 대변하지 않는 노동자에 대한 책임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직된 7만6000명의 임금이 영업이익의 15%를 흡수하는 동안 협력업체 임직원, 기간제 및 도급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몫은 자동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 과정이 나(I)에서 우리(We)로의 확장의 역사였다면, 우리의 경계가 좁아지는 순간 노동조합은 하나의 작은 이익집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 노동자 일자리는 어떡하나
2019년 8월, 미국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이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선언(Statement on the Purpose of a Corporation)’을 발표했을 때, 50년 가까이 지속한 밀턴 프리드먼의 주주가치 우선주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에 자리를 양보했다. 기업은 주주만이 아니라 종업원,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그리고 환경에 대해서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이는 이후 ESG 프레임으로 제도화되었고, 기업 거버넌스의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ESG의 핵심 원리는 장기적 가치 창출과 이해관계자 간 동태적 균형이다.
BRT 선언은 이해관계자 각각에 ‘더 많이 주라’는 명령이 아니라 단기와 장기,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자본의 재생산과 노동의 재생산 사이에서 지속가능한 균형을 찾으라는 요구였다. 분배의 파이를 키울 재투자,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미래 일자리를 지탱할 기술혁신 등 모든 것이 동일한 이해관계자 회계장부 위에 놓여야 한다는 원리인 셈이다.
최근의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BRT 선언과 ESG 원리가 시험대에 오른 첨예한 사례다.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3조6000억원, 올해 예상 이익은 200조원이 넘는다. 노조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15%가 성과급으로 지급되면, 이는 단순히 한 해의 분배구조를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미래 투자, 사업구조 혁신, 협력업체 단가 조정 및 주주에 대한 신탁의무(fiduciary duty)와의 정면충돌을 의미한다. AI 반도체 한 세대를 따라잡는 데 수십조 원의 투자가 필요한 시대에 영업이익의 15%를 한 해 성과급으로 소진하라는 요구가 미래세대 노동자의 일자리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 노조는 자문해야 한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사업부 간 형평의 문제다. 2025년 삼성전자의 부문별 영업이익은 DS(반도체) 31조5000억원, DX(가전·모바일) 8조2000억원, SDC(디스플레이) 3조5000억원이었다. 올해 그 격차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상한 폐지가 관철될 경우, 반도체 부문 직원은 다른 부문보다 몇 배 많은 성과급을 가져갈 것이다. 회사 전체가 어려울 때 흑자로 회사를 떠받쳤던 타 부문 직원들은 호황기에 반도체 부문이 그 과실을 독식하는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내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조차 이렇게 비대칭적인 분배구조는 노조 자신이 표방하는 ‘연대(連帶)’의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동조합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자각
우리 노사관계의 슬픈 자화상은 노조가 스스로의 요구를 사회적 맥락 속에서 검증하는 절차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공동결정(Mitbest immung)은 노동이사가 회사의 장기 투자계획과 글로벌 경쟁력을 놓고 자본과 함께 고뇌하도록 강제한다. 스웨덴의 살트셰바덴 협약(Saltsjöbadsavtalet, 1938) 전통은 임금협상이 거시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부합해야 한다는 책임을 노조에 부여한다. 일본의 춘투(春闘) 또한 격렬한 외양 뒤에 기업 영속성에 대한 노사의 깊은 합의를 깔고 있다. 이들 모두가 공유하는 정신은 노동조합도 사회의 일원이며, 그 요구는 ‘사회 전체의 후생과 호환 가능해야 한다’는 자기제한(self-restraint)의 윤리다.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가 사회적 공분을 사는 이유는 성과급 수준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 주장에 사회적 성찰이 없기 때문이다. 협력업체 영세 노동자, 청년 미취업자,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영업이익 15%(총 45조원, 1인당 약 6억원) 요구가 어떻게 들리겠는가. 이미 한국 노동시장에서 가장 우월한 지위에 있는 7만6000명이 자신들의 지위를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과 국가 경제의 동력을 인질로 삼는 모양새가 되었다. 이것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꿈꿨던 노동운동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모든 비판이 노조에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사용자, 특히 재벌 대기업의 보상체계는 오랫동안 불투명과 자의성의 늪에 빠져 있었다. 삼성전자의 OPI(Overall Performance Incentive) 제도가 어떻게 산정되고 어떤 기준으로 차등 되는지 직원들이 명확히 이해하고 동의하는 절차가 충분했는지 등에 대한 회사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노조가 ‘제도화’와 ‘명문화’를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 제도가 불투명했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노조의 요구에 정당성이 있다. 재벌 총수 일가와 최고경영진에 대한 보상과 일선 직원에 대한 보상의 격차, 그 격차가 정당화되는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사회적 의문도 여전하다. 노조가 조직되고 요구가 과격해진 이면에 적시에 적정한 분배 규칙을 제도화하지 못한 사용자 책임이 내재한다.
베니스의 법정처럼 피는 흘리지 말아야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은 살 한 파운드를 떼어 가겠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억지가 아닌 계약에 의한 정당한 권리행사 요구였다. 이에 베니스 법정은 살은 떼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권리 행사에는 그것이 침해할 수 있는 다른 권리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호황의 과실에 대한 적절한 분배, 유리한 보상의 제도화 요구 모두 정당하다. 그러나 그 권리행사의 방식이 협력업체 노동자, 비정규직, 청년 구직자, 그리고 미래세대 노동자의 몫을 빼앗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되며, 글로벌 공급망과 국가 경제의 동력을 인질로 삼는 방식이 되어서도 안 된다.
호황의 시간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시기에 우리가 어떻게 분배의 규칙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규칙이 호황 너머의 시간에도 유효한지는 호황이 떠난 자리에 오래도록 남는다. 베니스의 법정처럼 우리에게도 살은 떼되 피는 흘리지 않을 지혜가 필요하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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