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교육감 후보들에게 바라는 건 딱 한 가지

박창현 2026. 5. 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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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대안학교 학부모가 드리는 글

[박창현 기자]

 자료사진
ⓒ markusspiske on Unsplash
나는 대안학교 학부모다. 그리고 영유아·아동 정책을 연구해온 한 사람이다. 두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오랫동안 품어왔다. 도대체 우리는 왜 교육개혁을 하지 못하는가. 6월 3일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17개 시·도 교육감이 새로 뽑힌다. 새 4년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꿸 것인가를 함께 묻고 싶어 이 글을 쓴다.

학교의 본령을 다시 묻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2026년 업무계획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기본교육, 국민이 체감하는 교육강국"을 비전으로 내놓았다. 좋은 약속이다. 다만 그 앞자리의 '기본교육'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함께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학교는 한 아이가 사람으로 자라고, 친구를 만나고, 자기 삶의 방향을 더듬어 가는 곳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 이 본령을 잊고 살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행복, 관계 속에서 자라는 배움이 학교 교육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꺼내야 할 때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2025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13년째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고, 2023년 청소년(9~24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1.7명으로 전년(10.8명)보다 늘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학업중단 사유가 '학교 부적응'인 학생은 2020년 2만 명에서 2022년 3만 2천 명으로 늘었고, 2023년 고등학교 자퇴자는 약 3만 2천 명으로 2018년 대비 24% 증가했다. 적지 않은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행복하지 않고, 그 가운데 일부는 학교 너머에서 다른 길을 찾고 있다.

대안학교 학부모로서 본 풍경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나는 다른 결의 교육을 매일 본다. 아이들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한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묻고 답하는 시간이 학교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책을 읽고, 친구와 토론하고, 글을 쓰고, 여행을 떠난다. 낯선 도시의 골목을 걷고 낯선 사람을 만나면서 자기 안의 질문과 만난다. 진로는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지금의 공교육은 모든 아동·청소년을 받아내지 못한다. 학습 속도가 다른 아이,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 발달 특성이 다른 아이, 입시 위주의 교육과 맞지 않는 아이가 있다. 이때 다른 배움의 길을 열어온 곳이 대안교육이다. 우리는 이 아이들을 오랫동안 '학교 밖 청소년'이라 불러왔다. 그러나 이 호명은 '학교'를 기준점에 두고 아이들을 그 바깥에 위치시키는 표현이다. 다른 길에서 배우는 어린이도 한 명의 시민이다. 대안교육은 공교육의 보조재가 아니라 모든 아동·청소년의 학습권을 지키는 '기본교육의 한 갈래'다.

시·도별 진전, 그리고 17개 시·도의 격차

각 시·도에서 의미 있는 시도가 있었다. 광주광역시는 2011년 '광주광역시 학교 밖 청소년의 보호 및 교육지원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 제정하고, 2014년부터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에 교사 인건비와 급식비를 지원해왔다. 경기도와 일부 시·도에서도 지원 조례 제정과 운영비 보조가 이어졌다.

서울의 흐름도 짚고 싶다. 2020년 3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비인가 대안교육기관 71곳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서울형 대안교육기관' 20곳을 처음 지정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시정의 첫 응답이었다. 2022년 1월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등록제가 마련된 뒤,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 '서울특별시교육청 대안교육 및 위탁교육기관 지원 조례'를 제정해 운영비·인건비·급식비·입학준비금 지원을 시작했다. 정근식 교육감 임기에는 2025년 추경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에게 제공되던 '친구랑' 심리·정서 상담을 대안교육기관 재학생까지 확대했다.

문제는 이 흐름들이 일부 시·도, 일부 영역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같은 법 아래 등록을 마친 어린이라도 어느 시·도에 사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다르다. 광주처럼 일찍 시작한 지역에서도 2022년 법 시행 후 시정과 교육청 사이 책임 이관을 두고 '핑퐁' 논란이 벌어지면서 지원이 끊길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가 한 어린이의 배움을 가르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이 학력인가_학력의 재정의

학력이란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학적과 학력을 한 다발로 묶어 다룬다. 어느 기관에 등록되어 있다는 행정의 기록(학적)이 곧 그 사람의 배움 이력(학력)으로 바뀐다. 그래서 대안학교에서 6년을 배운 어린이도 졸업할 때 다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같은 시간, 같은 강도, 같은 성취의 배움이 기관의 법적 지위 하나로 인정되거나 부정된다.

이제 학력은 다시 정의될 때가 되었다. 한 사람이 질문을 따라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 토론하고,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무리하고,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 그려본 경험 — 이 모두가 학력이 아니라면 무엇이 학력인가. OECD 2030 학습나침반의 학생 행위주체성, 탐구·프로젝트 기반 배움, 고교학점제의 진로 맞춤형 이수 — 세계 교육의 흐름은 학력을 '어디서 배웠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배워 어떤 시민으로 자라났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포트폴리오·발표·면접에 기반한 학습경험 인증의 길을 열고, 고교학점제와 연동된 학력 취득 경로를 함께 그려볼 때다.

오디세이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한국형 에프터스콜레로 시작해 2018년 각종학교로 정식 개교한 1년 과정의 전환학년 학교다. 민들레·하자·꿈틀 같은 민간 협력기관과 공교육이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해온 11년의 경험은 큰 자산이다. 다음 임기에 이 모델을 더 든든히 받쳐주고, 그 경험을 서울 안에 가두지 말고 전국 시·도교육청과 나누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1년'은 서울의 어린이만이 아니라 모든 시·도의 어린이에게 필요한 시간이다.

대안교육기관은 법에 따라 시·도교육청에 등록되어 운영되고,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된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좋은 교육의 실천이 제도 안에서 제 자리를 인정받지 못한다. 가르치는 사람부터 그렇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디서 일하느냐에 따라 4대보험과 사학연금에서 빠져 있다. 학생 1인당 인건비 표준화, 4대보험 매칭,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개정, 대안교원 인증제 도입이 함께 가야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4 대안교육기관 실태조사'를 보면 평균 연간 수업료는 718만 원, 통합형은 844만 원에 이르는데, 대안학교 학비는 사립학교와 달리 연말정산 교육비 공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교육감 후보께, 그리고 교육부장관께

이번 6.3 선거에 나서는 17개 시·도 교육감 후보들께 부탁드린다. 아이의 성장과 관계를 다시 학교의 중심에 놓아 주시기를. 시·도에서 시작된 진전이 서로 배우며 전국의 표준으로 자리 잡도록, 오디세이형 전환학년 모델이 17개 시·도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기를 기대한다.

교육부장관께도 부탁드린다. 학력의 재정의, 사학연금, 학교급식법 시행령, 연말정산 교육비 공제, 17개 시·도 격차 해소 모두 시·도교육청 혼자서는 풀 수 없는 과제다. 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범부처 협의 채널을 마련해주시기를 청한다.

대한민국은 100년 전 보통학교를 세워 모든 아동·청소년을 학교 안으로 품었다. 이제 학교의 안과 밖에서 배우는 모든 아동·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고, 학교의 본령을 다시 회복하는 두 번째 백년지대계를 시작할 때다. 한 명의 아동·청소년도 차별받지 않는 교육. 그 길에서 대안교육이 '기본교육의 한 갈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새로 시작될 4년의 첫걸음을 함께 걸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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