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만 보면 '꽥' 소리 지르던 나, 여기선 달라집니다
지난해 봄부터 오도이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골 쉼터 '느루뜰'로 향합니다. 이 글은 시골 쉼터에서 '사는 이야기'입니다. <기자말>
[이정미 기자]
'이제부터 시작이려나!'
풀들의 자람이 심상치 않다. 지난 주말 가족 여행으로 건너뛰었더니 느루뜰은 풀들의 낙원이 될 조짐이다. 봄상추가 탐스럽게 훅 자랐다. 감자 순도 키와 몸집이 커졌다. 당근 싹은 드디어 당근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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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근싹이 드디어 당근의 정체성을 알 수 있을 만큼 자랐다. 두둑을 가득 메운 잡초를 말끔하게 제거했더니 뿌듯했다. |
| ⓒ 이정미 |
나는 일을 미뤄두지 못하는 성미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이런 성향을 경계하고자 밭을 인수하고 난 뒤 이름을 지을 때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지속적으로 꾸준히', '무리하지 않고'라는 의미를 가진 순우리말 '느루'에 '뜰'을 조합하여 '느루뜰'로 정했다.
늘 염두에 두고자 노력하는데, 평생 몸에 밴 습관이 어디 갈까. 나는 서둘러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당근 두둑 제초 작업부터 시작했다. 오십 중턱을 넘은 만큼 허리, 무릎 관절에 무리 가지 않게 해야지 하면서도 밭 일을 하다 보면 몰입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일 삼매경에 빠져 버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채소별로 두둑을 작게 만들어 조금씩 씨앗을 놓았기에 한 개의 두둑 작업을 끝내는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먹을 만큼만 조금, 두둑을 작게 하여 여러 개로 만드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당근 두둑에 잡초를 말끔하게 제거한 뒤 흙을 돋우어 여린 싹들을 받쳐주었다. 허리를 펴고 깔끔해진 밭 두둑을 바라보면 뿌듯하고 어깨가 으쓱 해진다. 직접 당근 씨앗을 받은 것과 종묘상에서 구입해서 파종한 것을 비교해보니 발아율은 근소한 차이로 구입한 것이 높았다. 이후 자람과 뿌리 상태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더 두고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봄비의 양이 적어서 싹들도 더디게 자라는 것 같다. 제때에 물을 주면 더 잘 자랄 것 같은데, 아쉽지만 주말 농부이니까 이 만큼도 감지덕지한다.
감자 순 자르기와 북주기
농막 이웃 언니는 우리보다 일주일 뒤에 자주 감자 씨앗을 심었다. 그런데 우리보다 감자 자람이 눈에 띄게 키가 크고 튼실 하다.
"감자는 순 자르기와 북주기를 해 줘야 한다네. 그래야 감자 알이 굵어진다고."
귓등으로 넘겼던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다시 유튜브로 찾아보니 순 자르기는 감자 순을 잘라주는 것 보다 1~2개 튼튼한 줄기를 남기고 나머지는 뽑아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북주기(북돋기)는 줄기 밑동에 흙을 모아 덮어 감자 알이 땅 위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여 감자 알이 굵고 튼튼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작업이다.
순 자르기 시기가 늦은 감이 있었지만 하나 하나 살펴 약하고 빈약한 줄기를 뽑아 주었다. 손으로 주변 흙을 긁어 모아 북주기 하여 줄기를 단단하게 받쳐 주었다. 순 자르기 하며 뽑아낸 어떤 줄기에서는 조그맣고 하얀 감자알이 달려 나왔다. 연노랑 보드라운 얼굴이 참으로 귀여웠다. 시간이 흐르고 감자꽃이 피고 여름 초입 어느 날, 감자라는 선물을 안을 수 있겠지. 그 기쁨은 또 어떤 모양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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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자 알이 굵어질 수 있도록 순 자르기와 북주기를 해 주었다. |
| ⓒ 이정미 |
올해는 복숭아 열매가 지난 해에 비해 많이 열렸다. 배는 영 신통찮다. 열매와 잎이 싱싱한 복숭아 나무를 보니 잘 키워서 열매를 따 먹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복숭아 키우기 영상을 찾아 보았다. 나뭇가지에 종종종 매달린 열매를 솎아 주어야 열매가 굵어진다고 했다.
열매 솎기를 하다가 까맣고 날개 달린 벌레를 발견했다. 아무리 검색해 보아도 벌레의 이름과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짐작건대 복숭아 잎 뒷면에 하얀 알을 낳은 장본인이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추측을 하며 복숭아 나무에 해를 끼칠 것 같아 잡아 주기로 했다. 나는 장갑 낀 손으로 그 놈들을 샅샅이 뒤져 잡았다. 오로지 복숭아 나무를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벌레를 손으로 잡으며 한편으로 이런 내 모습에 스스로 놀라고 웃음이 났다. 벌레라면 '꽥꽥' 소리지르고 기겁 하던 나였건만...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재미있다. 감나무 아래 풀 정리 작업 중이던 남편을 큰 소리로 불렀다.
"여기 복숭아 나무에 벌레 있어. 얼른 와 봐. 이렇게 눌러서 잡는 거야. 높은 데는 내 손이 안 닿으니까. 당신이 잡아야 해."
"복숭아가 잘 열렸으니 이번에 잘 키워서 따 먹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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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숭아 나무 벌레를 잡아주고 서양 자두 열매를 솎아 주었다. |
| ⓒ 이정미 |
지난 3월 하순 경이었다. 구지뽕 옆 제멋대로 자란 나무에 매화를 닮은 꽃이 피었다. 정체를 알 수 없어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매실도 아니고 복숭아도 아닌, 과육이 단단한 초록 열매가 맺혔다. 사진을 찍어 검색해 보니 '서양 자두'란다. 시중에서 사 먹었던 '푸룬'이 이 '서양자두'를 말려서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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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소 종류별로 두둑을 작게 하여 만든 느루뜰 모습 |
| ⓒ 이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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