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얼마냐?" 여행 금지어도 뚫고 나온 프라하 물가
[김종섭 기자]
프라하 여행 2일 차, 새벽 두 시경에 눈이 떠졌다. 아내도 같은 시간에 눈을 떠 우리는 몇 시간 핸드폰 앞에서 서로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새벽 네 시경 아들도 눈을 떴다. 아내는 해돋이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해돋이 명소가 숙소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다고 사전 검색을 해 놓은 상태이다. 새벽 5시,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나지막한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낯선 길 위의 무게도 잊은 채 레트나 공원(Letenská Viewpoint)에 도착했다. 이곳은 프라하 시내와 블타바강의 다리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최고의 조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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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배치: 레트나 공원에서 내려다본 프라하 도심 전경 |
| ⓒ 김종섭 |
이른 새벽 6시, 카페를 찾았지만 빠른 아침 시간에 열려 있는 카페는 없었다. 다행히 현지인들이 '스타로미에스츠케 나메스티(Staroměstskénáměstí)'라 부르는 구시가 광장 근처에 빵집이 문을 열었다. 앉아 먹을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다만 갓 구워낸 빵만 판매하는 빵집이다. 우리 세 식구가 마음에 드는 빵을 취향대로 두 개씩 골랐다. 전부 1만 4000원가량의 저렴한 가격은 마치 크리스마스 산타에게 선물 한아름 받은 심정이었다.
마침 10분 후면 7시가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빵을 사가지고 나와 프라하의 상징인 천문 시계(Prague Astronomical Clock)가 있는 구시청사 앞으로 향했다. 우리가 아침을 맞이한 이 광장은 11세기부터 형성된 프라하의 심장, 구시가 광장이다. 광장 한복판에 우뚝 솟은 구시청사 벽면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라하 천문 시계 '오를로이(Pražský orloj)'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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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시청사 벽면에 걸린 화려한 프라하 천문 시계 전경 |
| ⓒ 김종섭 |
부지런하고 높이 나는 새가 먹을 것이 많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 딱 적절한 표현이다. 제일 먼저 시간의 여유가 긍정적인 아침 에너지를 선사했다. 도심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도시가 하나둘 활기로 채워져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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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배치: 화려한 그라피티로 채워진 레논 벽 전경 |
| ⓒ 김종섭 |
프라하에 오기 전에 유튜브로 유명 명소를 미리 찾아보고 시청했었다. 그중 하나가 하벨 재래시장(Havelskétržiště)이다. 1232년부터 시작된 이곳은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 깊은 시장으로, 과거에는 채소와 과일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과 간식거리로 가득한 명소가 되었다.
근처에 맞닿는 거리에 있어 하벨 시장에서 납작 복숭아 4개와 딸기, 체리와 여러 개의 작은 과일 담긴 손바닥 만한 크기의 과일상자를 샀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샀는데 계산을 마친 아들은 왠지 가격에 못마땅한 눈치이다. 정말 한 주먹으로 담을 수 있는 과일에 무려 3만 원 가량을 지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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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벨 시장 내 과일 매대 풍경 |
| ⓒ 김종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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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파로 북적이는 낮 시간의 카를교 전경 |
| ⓒ 김종섭 |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일단 숙소로 다시 들어가 쉬었다가 시내 투어를 하기로 하고 침대 위에서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캐나다와 한국, 그리고 프라하 시차가 엉켜져 있기 때문이다. 오후 5시경, 아들은 예정에도 없던 약속이 생겨 숙소 근처로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나갔다. 오늘 저녁은 프라하에서 유명한 족발을 먹기 위해 세워놓은 저녁 일정이 순간 깨졌다.
아내와 오후 6시, 숙소 앞에 있는 식당 야외 테이블을 선택해 앉았다. 생맥주 두 잔과 족발을 주문했다. 체코의 족발인 '꼴레뇨(Koleno)'는 맥주에 재워 구워내는 프라하의 대표 음식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전 세계 식객들이 꼭 찾는 별미다.
우리 부부도 이 프라하식 족발인 꼴레뇨의 본토 맛이 어떨지 기대하며 주문을 마쳤다. 흑맥주 두 잔을 주문했는데 주문까지 재차 확인한 종업원은 일반 라거 맥주를 가져왔다. 전부를 취소하기가 불편해서 하나만을 돌려보내 흑맥주로 가져다주길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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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외 테이블에 차려진 꼴레뇨와 맥주 광경,?? |
| ⓒ 김종섭 |
식사가 끝나고 카를교 야경을 보기 위해 걸어가던 중 다시 숙소로 돌아섰다. 유럽에는 공중화장실이 없고 유료이기 때문에 숙소 위치가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숙소에 들어오니 다시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잠시 침대에 눕는다는 것이 하루 일정을 마감하는 잠자리가 되었다. 오늘 새벽부터 일찍 일어난 탓에 평소의 이틀만큼의 부피를 하루의 시간으로 포만감 있게 즐겼던 것 같다. 바가지 과일의 씁쓸함도, 뜻밖의 저렴한 빵집도 결국은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질 소중한 삶의 한 장면이었다.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이 모든 과정이 프라하가 우리에게 건네는 진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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