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들이 꼭 알아야 할, 무상교통을 가능케 하는 방법
2026년 지방선거에서 뽑히는 서울시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서울의 도시 패러다임은 2000년대 초반 청계천 복원과 교통 개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주거나 교통, 환경, 하천, 노동, 복지, 도시, 역사, 문화, 평등, 균형발전, 민주주의 등 모든 분야에서 두루 요구된다. 서울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서울의 모습을 제안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말>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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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는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 세 번째 노선인 A148 운행을 4월 16일 오전 3시 30분 시작한다고 밝혔다. |
| ⓒ 서울시 |
이와 같은 정책 변화는 현행 대중교통 시스템이 과연 교통 전환에 적합한 것인가라는 '가용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대표적으로 1933년 조선총독부령으로 제정된 '조선자동차교통사업령'이 큰 변화 없이 1962년 '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재편되고 현재에 이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상의 노선 면허 제도다. 해당 제도는 공공 무형자산인 노선권을 사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거래가 가능한 재산으로 인정하는, 주요 나라에선 비슷한 사례가 없을 정도의 특수한 사익 보호 규정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중교통 시스템 중 버스는 재정 보조 방법을 적자 보전에서 이윤 보장으로 확대하는 식으로 민간사업자에 대한 협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버스준공영제'라고 부르는 제도다. 기존 비용을 통해 평균화한 '표준운송원가'라는 산정 방식과, 개별 업체가 아닌 지역별 사업자 조합을 통해 정산하는 '수익금공동관리'를 운영하는 곳은 모두 유사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준공영제 시스템에서 공공의 재정투자는 기본적으로 민간사업체의 손실보상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이는 '비용'으로 간주된다. 시설 용량을 채우지 못하지만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라 기대하는 지방도로의 유지관리가 '안전 예산'으로, 개인 소유의 자동차를 보관하는 배타적인 공간인 주차장 조성 사업이 '주민 복지' 사업으로 불리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이용자 중심의 교통 시스템 필요
이런 특징은 지하철에서도 벌어진다. 최근 대통령의 노인무상교통 제한 발언을 통해 촉발된 논란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빼먹었다. 같은 지하철이라 하더라도 서울교통공사라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이 없지만 우이경전철이나 신림선과 같은 민간사업자의 사업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손실보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신분당선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시민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에 우선하는 사회적 합리성을 위한 기구로 이해된다. 그런 점에서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의 비용이 곧 시민들에게 적절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 해당 공기업의 적자는 시민들이 향유하는 편익과 같은 것이 된다.
정부를 운영하는 공무원 조직 역시 비효율과 낭비라는 공공부문의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운영 방식의 개선과 거버넌스의 개선으로 바뀌어 왔듯,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역시 그와 같은 혁신과제가 존재한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으로 이해하는 비용 구조를 시민들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투자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운영체계 즉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다음 서울시장에겐 시내버스 따로, 마을버스 따로, 지하철 따로, 경전철 따로 운영하고 있는 현행 서울시 교통 시스템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있다. 그리고 이는 단지 공공 교통수단의 통합 만이 아니라 전체 교통 시스템 내에서 공공 교통 우위의 교통체계라는 관점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교통수단 간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고 외부적으로는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함으로써 망가뜨린 수도권이라는 단일 교통생활권을 복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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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14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반값 혜택' 기후동행카드 이용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 ⓒ 서울시 |
기술은 중요하고 이의 발전이 더 많은 시민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기술은 실제 중요한 문제를 가리는 '눈속임'의 기능을 한다. 이를테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 버스가 대표적이다. 그것이 가능하고 작동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현재의 준공영제 버스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여전히 민간사업자가 배타적으로 노선권을 가지고 있는 구조에서 버스 자율주행은 민간사업자에 대한 기술지원 이상의 의미가 없다. 더 나아가 운전기사를 대체하는 비용 합리화 외에 '더 많은 버스와 더 많은 운행 횟수'를 보장하는 데엔 의미가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망을 다양화해야 한다.
런던보다 8배 많은 버스업체가 존재하는 서울시에서 총운행거리가 2019년 5억 3215만km에서 2025년 4억 9612만km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반면 이 시기엔 요금도 인상되었고 재정 지원금 역시 높아졌다. 서울시가 노동자의 파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법원은 사업자가 더 내놓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에 주목하자.
현재 논란 중인 통상임금과 관련한 법원 판결문을 보면 '통상임금을 소급해 지급하면 회사가 망한다'라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매출도 늘고 있고 배당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경영 상태가 어렵다 보기 힘들고, 무엇보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이 통상임금 부담을 상회한다'는 취지로 응수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현행 준공영제 하에서 사업자만 이익을 본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자고 하는 주장에 대해 파업을 못 하게 막는 것으로 응수하는 것이 적절하다 보긴 힘들다.
결국 자율주행이든 뭐든 현재의 준공영제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해진다는 의미다. 안타까운 것은 준공영제 도입 20년이 넘으면서 서울시가 2024년 말에 내놓은 준공영제 개선 대책이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사모펀드는 시내버스를 운영하면서 연간 이익 상당 부분을 운수사업 바깥의 재무적 투자자에게 분배하고 있고, 시내버스 노선 개편은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 와중에 어디선가 진행 중이라는 괴담만 돈다.
준공영제 개선의 가장 핵심적인 시도였던 사전확정제 같은 제도는 아예 도입 여부에 대한 입장조차 나오지 않는다. 2023년 요금 인상 국면에서 '연구 용역 중이니 기다려달라' 했던 서울시가 2024년에 '이 정도는 해보겠다'고 했지만 2026년 현재 어느 것 하나 개선된 것이 없다는 의미다.
다음 시장은 누가 되든 답도 없는 연구용역에 2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좀 더 구체적이고 분명한 대안을 중심으로 현행 준공영제에서 벗어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권적인 노선 면허 제도를 바꾸기 힘들다면 시민필수노선을 신설하는 공영노선제를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강버스와 같이 민간 버스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하는 버스법인을 만들어 영세 버스업체들을 통합하는 진짜 '준공영제'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서울교통공사를 '지하철공사'에서 '교통공사'로 바꿀 비전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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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3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관광객들이 자전거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 ⓒ 연합뉴스 |
한국은 주차장 운영의 수익금을 주차장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쳐놓았다. 지방세인 주행분 자동차세는 상당 부분이 사업자의 기름값을 지원하는 유가보조금이다. 이런 교통 재정 구조에 대한 입장이 나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기후위기' 문제를 이야기하고 자전거와 보행을 말하는 후보자를 원한다. 한강 변에서만 타는 자전거 말고, 경복궁 근처에서만 타는 자전거 말고, 집에서 학교, 집에서 시장을 오가는 안전한 자전거와 보행이 가능하면 좋겠다. 같은 20분을 걷더라도 헬스장에서 걷는 것보다 보행로를 걷는 것이 좋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웃긴 소리'로 들리지 않는 서울시를 원한다.
2024년 기준으로 서울시민 상당수는 출퇴근하더라도 같은 자치구 내 이동이 많았고, 출퇴근 등의 목적 통행보다 다른 목적으로 더 많이 이동했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사람을 '실어 나르는' 전근대적인 교통정책에서 벗어나 이동의 일상성을 말하는 교통정책이 이야기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상철은 현재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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