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쇼크'보다 불안한 英 길트, 또 채권시장 흔들까

권용욱 기자 2026. 5. 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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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영국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미국 등 세계 채권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7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영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5일 장중 5.81%까지 오르며 지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급등했다. 금리는 이후 다소 반락하며 현재 5.63% 부근에서 거래됐다.

영국 10년 국채 금리는 지난 5일 5.12%까지 급등한 뒤 현재 5%선 근처에 머물며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 수준을 이어갔다.

영국 국채 금리가 지난 2022년 가을 '트러스 쇼크' 당시보다 더욱더 높아진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더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됐기 때문이다.

◇ 영국, 정치적 불안 최고조

시장은 7일(현지시간) 열리는 영국의 지방 의회 및 시장 선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당인 노동당의 참패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이럴 경우 키어 스타머 총리는 당 내부에서 심각한 리더십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집권당이 지도자를 교체하면 새로운 총선 없이 총리가 바뀌게 된다.

페퍼스톤의 마이클 브라운 수석 전략가는 "스타머 총리는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선 상황"이라며 "이것은 노동당 내 리더십 위기로 이어져 영국 파운드화와 길트(영국 국채)에 새로운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이 우려하는 이유는 스타머 총리의 도전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스타머 총리 또는 그와 함께하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보다 더 좌파 성향을 띄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시장 친화적이지 못한 정부가 들어서서 자산가들의 세금을 인상하고, 유틸리티 기업을 공영화하며, 정부 지출을 늘릴 것을 두려워한다.

특히, 정부 지출 증가는 재정 적자 확대로 이어져 국채 발행량을 늘리고, 결국 채권 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실제로 스타머 총리를 위협할 유력 후보 중 한명인 앤디 번햄 맨체스터 시장은 지난해 9월 400억 파운드의 추가 정부 차입을 포함한 제안을 발표하며, "영국이 채권시장에 '저당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번햄 시장은 이 발언과 관련, "채권시장을 무시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1980년대 이후 정치권의 결정이 우리를 채권시장에 저당 잡히게 만들어 움직일 여지가 거의 없게 만들었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함께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며 최근 영국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다.

에이제이(AJ) 벨의 대니 휴슨 금융 리서치 헤드는 "정치적 격변기에 대한 전망이 영국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CME에서 거래된 파운드-달러 환율 옵션의 70%가 풋옵션(파운드 하락 베팅)인 것으로 추정됐다.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이번 선거 결과를 불안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 "최악의 시나리오 선반영…반전 가능성"

다만, 현재 영국 국채시장 움직임이 지난 2022년과 달리 세계 시장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2022년 당시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 총리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재원 마련 대책이 없는 45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고, 이는 영국 채권시장을 넘어서 주요 선진국 채권시장으로 충격이 일파만파 확산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재 영국 국채 금리가 더욱더 높게 치솟은 것은 재정 문제보다는 에너지 비용 급등에 대한 영국의 민감도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팬뮤어 리버럼의 사이먼 프렌치 리서치 헤드는 "영국 국채와 미국 국채의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은 재정 총량의 변화보다는 영국 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급등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노동당의 선거 패배로 국채 가격이 추가로 흔들리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영국 내 정치적 혼란으로 금리가 30~50bp 추가로 오르면 이는 좋은 매수 기회"라고 예상했다.

영국 국채 금리가 추가로 상승하면 잉글랜드은행(BOE)의 자산 매각 계획이 변경될 수 있고, 정치권에는 시장이 인플레이션 유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프렌치 헤드는 덧붙였다.

XTB의 개슬린 브룩스 리서치 디렉터는 "선거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미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에 선거 결과가 우려만큼 나쁘지 않을 때 시장은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영국 채권시장은 선거를 앞두고 상당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다"며 "노동당이 예상보다 선전하고 스타머 총리가 자신의 입지를 굳힌다면, 국채 금리는 상당히 반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30년 국채 금리

ywkwon@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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