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어버이날 카네이션이나 용돈보다 나는 이게 더 좋다

유영숙 2026. 5. 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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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집사가 받은 최고의 선물 노란 카라와 제라늄, 수국 화분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영숙 기자]

나는 식집사다. 식집사는 '식물'과 '집사'를 합친 것으로, 반려 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식물을 가족같이 돌보며 애정을 쏟는 사람들을 뜻하는 식물 집사의 줄임말이다.

우리 집은 베란다에서 다양한 식물을 키운다. 특히 동양란이 40개 정도 되고, 그 외에도 다양한 화초를 가꾸고 있다. 2000년에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왔는데 베란다가 넓었다. 화분을 하나둘 사다 보니 화분이 많아졌다.

2000년에 입주하여 26년 동안 이사하지 않고 사는 이유 중 하나가 넓은 베란다에서 반려 식물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분양하는 아파트에 가보면 베란다가 없는 곳이 많다. 이사 가면 지금 키우는 화분을 많이 버리고 가야 해서 이사할 수 없다.

우리 집 화분은 오랫동안 돌보며 함께 살았기에 정이 든 가족 같은 반려 식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혼자 있는 나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소중한 식물이다.

어버이날에 화분 선물한 며느리
▲ 작년 어버이날에 선물 받은 수국 화분 
ⓒ 유영숙
내가 화초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걸 아는 며느리가 작년 어버이날에 화분을 사 왔다. 꽃이 활짝 피어있는 수국 화분이었다. 예전에는 주로 카네이션꽃과 용돈 봉투를 주었다. 수국 화분이 정말 맘에 들었다. 꽃은 시간이 지나면 지겠지만, 잘 키우면 내년에도 꽃을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다.
수국은 물을 좋아한다. 화분 흙이 마르면 잊지 않고 물을 주었다. 그런 정성에도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면서 잎이 시들어 떨어졌다. 그동안 식물 키운 경험으로 줄기를 썩둑 잘라주었다. 죽은 것 같던 수국이 봄이 되면서 새로운 싹이 예쁘게 올라왔다. 아직 꽃이 피진 않았지만, 잎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어 여름에는 꽃을 피우리란 희망을 가져본다.
▲ 요즘 잎이 새로 올라온 수국 
ⓒ 유영숙
올해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었다. 모처럼 큰아들네와 작은아들네가 우리 집에서 모였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서다. 어린이날이라 선물도 미리 준비하고 음식도 준비했다. 가까이 사는 작은아들네는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돌봐주기에 자주 만나는데 큰아들네는 시간을 내야 올 수 있어 오랜만에 만난다.
큰아들이 장가를 늦게 가서 손자가 네 살로 막내다. 집에 온 며느리 손에 화분이 들려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 카라 화분이었다. "어버이날 축하드립니다!"라며 손자가 예쁜 화분을 선물로 주었다. 엄마가 시켰지만, 어버이날 축하한다는 손자가 예뻤다. 며느리가 작년에 화분 선물했을 때 내가 좋아해서 올해도 카네이션 대신 화분을 사 왔다고 한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이었다.
▲ 며느리가 어버이 날 선물로 사 온 노란 카라 화분 
ⓒ 유영숙
노란 카라 꽃말이 '감사, 존경, 기쁨' 등이라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 선물로 많이 선택한다. 노란 카라는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색이라서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노란 카라 화분을 베란다에 놓으니 집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거실에서 TV를 볼 때도 자꾸 눈이 가서 베란다에 자주 나가게 된다.
요즘 우리 집은 꽃 대궐
▲ 자주 괭이밥과 호접란 
ⓒ 유영숙
요즘 우리 집은 꽃 대궐이다. 기존에 키우던 자주 괭이밥이 꽃 잔치를 벌였고, 집에서 키우던 제라늄도 빨간 꽃을 피웠다. 거기다가 지난 4월 5일 결혼 43주년을 축하한다며 남편이 호접란 화분 두 개를 사 왔는데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꽃이 지지 않고 피어있다.
▲ 어버이날을 자축하자며 사온 제라늄 화분 
ⓒ 유영숙
요즘 나는 제라늄 사랑에 푹 빠졌다. 남편과 아들 며느리가 온다고 장 보러 마트에 갔다가 파는 제라늄 화분 두 개를 사 왔다. 어버이날을 자축하자는 명분이었는데 하나에 사천 원이라 가격도 착했다. 집에 빨간색 꽃이 피는 제라늄이 있어서 사과꽃처럼 은은하고 우아한 분홍색 제라늄과 선명한 살구빛(코랄)을 띠는 제라늄을 샀다. 볼수록 예쁘다.
제라늄은 정말 꽃이 다양하여 키우는 재미가 있다. 집에 있는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바로 우리 식구처럼 정이 갔다. 옆에서 꽃대가 올라와 꽃이 다 피면 더 화려할 것 같다.
▲ 지인이 잘라서 가져다 준 제라늄 
ⓒ 유영숙
▲ 물 꽂이 후에 화분에 옮겨 심은 제라늄 
ⓒ 유영숙
이뿐이 아니었다. 이웃에 사는 지인이 제라늄을 정리했다며 자른 제라늄을 가져다주셨다. 우리 집에도 오셨던 분이라서 내가 식물 기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가져다주신 거다. 자른 제라늄은 번식력이 좋아서 직접 흙에 심어도 되지만, 이렇게 물 꽂이로 뿌리를 내려서 화분에 심으면 실패하지 않는다. 어린이날에 쉬면서 화분에 옮겨 심었는데 제라늄 화분이 다섯 개가 생겼다.

곧 어버이날이 다가온다. 올해 어버이날은 며느리가 사온 노란 카라 화분과 자축하려고 사 온 제라늄, 자주 괭이밥 등 꽃 선물로 더 행복한 날이 될 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년 만에 밴쿠버 제라늄도 꽃대가 올라와 매일 자라고 있다. 빨간 꽃이 피면 정말 예쁠 거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올해는 새해 첫날인 1월 1일에 난꽃이 피었다. 왠지 행운을 가져다줄 것 같았다. 겨울인데도 브라질 아브틸론이 끊이지 않고 꽃을 피워주었고, 3월에는 군자란이 화려하게 등불을 밝혀주었다. 올해 우리 집 베란다는 늘 꽃이 끊어지지 않았다. 꽃 좋아하는 손자가 우리 집에 왔다 가면 늘 꽃 안부를 물었다. 손주 꽃 안부에 대답하기 위해 나도 베란다 화분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다.
▲ 지금 우리 집 베란다 식물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우리 집 베란다에서 꽃 잔치를 벌여 축하해주는 것 같다.
ⓒ 유영숙
▲ 3월에 활짝 꽃 핀 군자란 
ⓒ 유영숙
어버이날 선물, 용돈도 좋지만

부모님들이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며 용돈을 받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우리 집도 자식들이 어버이날이나 생일, 명절 등에 용돈을 주는데 받을 때는 좋은데 지나고 보면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없어진다. 나를 위해 써야 하는데 보통 생활비로 들어가서 선물 의미가 퇴색해 버린다.

어버이날에 용돈 봉투도 좋겠지만,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부모님이 좋아하는 것이나 부모님께 꼭 필요한 것을 눈여겨봐 두었다가 선물하면 좋겠다. 이번 어버이날 선물로 받은 꽃 화분은 1년 내내, 아니 잘 키우면 몇 년 동안 볼 수 있을 것이다. 화분을 고르며 내 취향을 고민했을 며느리의 마음을 생각하면 더 소중한 선물이다.

화초를 보며 자식들과 손주를 생각하고 추억도 소환하며 외로움도 달랠 수 있다. 나는 식집사로 올해 늘어난 새 식구들의 성격을 잘 파악해서 아프지 않고 잘 자라도록 최선을 다해 돌볼 것이다. 꽃 대궐에서 보낼 올 어버이날은 나에게 가장 행복한 어버이날로 기억될 거다.

《 group 》 시니어그룹 : https://omn.kr/group/senior_2024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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