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보내지 마" 일본 초등학교 가정통신문에 적힌 충격적 내용
[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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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교 중인 일본 초등학생들 |
| ⓒ 위키미디어 공용 |
4월 어느 평일 오전. 조용한 주택가 공기를 가르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스쳐 지나는 줄 알았던 소리가 집 가까이에서 멈췄다. 차 문 열리는 소리, 구급대원의 무전 소리가 들려왔다.
현관 밖으로 나가보니 우리 집에서 몇 채 떨어진 주택 앞에 구급차가 세워져 있다. 근처에는 사람들이 모여 걱정스러운 눈으로 구급차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마침 옆집 어르신이 서 계시길래 여쭤보니 낮은 목소리로 "이걸 어째... 아이가 옥상에서 뛰어내렸대"란다. 예상 밖의 대답에 말문이 막혔다. 나는 아이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창백한 얼굴로 구급차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다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아이의 가정통신문에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이
얼마 뒤, 지인을 통해 해당 가정의 사연을 전해 들었다. 중학생 쯤 되는 아이가 몇 년 전부터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었고, 부모가 집을 비운 시간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행인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했다.
아이는 왜 학교를 거부했을까? 하루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냈다던 아이의 일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 역시 자녀를 둔 부모로서,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다 보니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최근 일본에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 그런 아이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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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교 중인 일본 초등학생들 |
| ⓒ AC photo |
2000년대에 들어 일본 정부는 해당 아동들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가정환경이나 빈곤 같은 요인이 등교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상담사나 복지사 등을 학교 현장에 도입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들을 학교로 복귀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6년 현재까지도 부등교 아동은 계속해서 증가 중이다. 최근에는 그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이 새로운 문제로 지적된다. 작년만 해도 부등교 초등학생 숫자는 전년 대비 5.6% 늘어난 13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종래 중학생이 돼서야 두드러지던 현상이 초등학교 진학 직후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문부성에서 파악한 등교 거부 이유로는 "의욕이 없다", "생활 리듬이 깨졌다(아침에 일어나기 어렵다)"가 가장 많았다. 이어 "불안과 우울", "학업 부담", "교우 관계" 등이 뒤를 이었고, "가정 문제"와 "빈곤" 등의 응답도 있었다.
이렇듯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부등교 아동들이 늘어나며 일본 정부의 고민도 커져 가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들을 학교로 복귀시키는 것을 문제의 해결로 여겼지만, 이 같은 접근이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 학교를 통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아이가 3학년에 진학한 후, 학교 보건실에서 아동 정신 건강에 대한 통신문이 발송되기 시작했다. 특히 여름 방학이 끝난 후에는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의 통신문을 집으로 가져왔다.
해당 문서에는 "방학 후 등교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이 많다"라며 "억지로 등교시키는 것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으니, 아이가 등교를 거부하면 억지로 보내지 말고 학교로 연락해 달라" 적혀있었다. 초등학생과 극단적 선택이라니.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짝을 이루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부등교' 아동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책
요즘 아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동 심리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전반적인 심리 건강이 무너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 현역 학교 상담 심리사로 일하는 지인에게서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24시간 전원에 연결된 전자기기 같아요. 쉴 시간이 없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데 "요즘 아이들은 지나치게 바쁘다"는 얘기였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24시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이들의 정신적 피로를 더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작은 충격이라도 가해지면, 견디지 못하고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최악의 경우 스스로 '삶의 전원을 끄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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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코로 플랜'의 개요 (파파고 이미지 번역) |
| ⓒ 일본 문부과학성 |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부등교 특례학교'다. 해당 학교는 2005년 제도화됐고, '학습 다양화 학교'로 명칭을 바꿔 2023년경부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곳은 기존 학교의 커리큘럼에 기반한 공립 교육 기관이다. 다만 등교 방식이나 수업 운영에 유연성을 더했고, 예술과 체육 등의 비중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둘째,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일본 공립학교에는 '스쿨 카운슬러'로 불리는 심리 상담사가 배치되어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상담사가 주 1~2회 학교를 방문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담사가 학교 보건실에 상주하기도 한다.
'스쿨 소셜워커'라 불리는 사회 복지사도 아이들의 생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복지사들은 가정을 방문해 보호자들과 대면하고, 필요에 따라 아동을 복지기관이나 의료기관과 연결하기도 한다. 이들은 학교와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학교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적응 지도 교실 제도'라는 이름의 특별 교실이 운영되는 학교들이 많다. 교실에 장시간 있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한 자유 공간이다.
우리 아이의 학교에도 '스마일 클래스'라는 이름의 특별 교실이 있다. 이곳에는 보조 교사나 상담사들이 머물면서 보드게임이나 음악, 미술 활동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학교는 해당 교실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다른 아동들로부터 차별 받는 일이 없도록 "특별 교실은 누구든,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교실"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배움의 장소를 만들고, 전문가와 적극 협력하며, 기존 학교의 분위기를 바꾸어 나가는 것. 이 세 가지로 요약되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유의미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일본 내의 부등교 아동 수는 매년 증가하는 현실이지만, 해당 아동들을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시선이 변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4시간 전원에 연결된 것 같이 살아가는 아이들.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스스로 단절을 택하는 아이들. 그날 아침, 구급차가 멈춰 섰던 내 이웃집 아이까지. 일본에 있는 부등교 아이들도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일본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품어 나아갈지 그 향방을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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