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닥쳤는데 괴짜 사라진다” 노벨상 10명 교토대의 위기

긴장한 표정으로 시험장에 도착한 수험생들을 ‘위대한 선생님’이 격려합니다. 동상 받침대 위에 올려진 건 닌텐도의 게임 ‘슈퍼마리오 브러더스’의 ‘뻐끔 플라워’입니다. 마리오가 뛰어가는 길에 배관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큰 입을 벌려 삼켜버리려는 천적이죠.
“오리타 히코이치(折田彦市) 선생님은 식인 식물의 일종으로서 쿠파성(クッパ城·게임 속 악당의 본거지)의 수비에 힘써, 막대한 공적을 남긴 분.” ‘오리타 선생님 동상’이라고 적힌 제작물 옆 간판엔 이러한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오리타 히코이치는 교토대의 전신인 옛 제3고등학교에서 초대 교장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실존 인물의 이름을 따온 동상 위에 다양한 캐릭터를 접목시켜 사람들을 웃기는 교토대만의 특별한 ‘놀이’인 거죠.
매년 2월 치러지는 교토대 입시 당일 ‘오리타 선생님 동상’에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는 큰 관심입니다. 뻐끔 플라워가 등장한 건 2024년의 일이었고요. ‘긴장감이라는 수험생의 적에 주눅 들지 말고, 시험을 열심히 치르길 바란다’는 격려의 메시지였겠죠. 올해 2월엔 포켓몬스터의 ‘스타미’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교토대는 도쿄대와 같은 수준의 초명문대입니다. 그리고 오리타는 ‘자유의 학풍’이라는 교토대의 문화를 만들어낸 전설적인 교장이었습니다. 상하 관계가 엄격했던 메이지(明治) 시대에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 직함 없이 그냥 ‘상(さん, 한국어의 ‘씨’에 해당)’으로 부르도록 규칙을 정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고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 후인 1940년 교내에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전후 학생운동이 격렬해지며 경찰기동대가 종종 학내에 진입했는데, 학생들은 오리타의 동상을 붉게 물들여 분노의 의사를 표했습니다. 이러한 ‘동상 아트’가 일상화되자, 1997년 동상은 철거돼 다른 장소에 보관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학생들은 지지 않고 그 이듬해부터 가짜 동상을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인생의 중대한 날인 대학입시 당일에 이런 ‘장난’이 허용되는 곳은 일본에서도 교토대 외엔 찾아보기 어렵고요. 이러한 상식 밖의 행동이 가능한 환경이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를 배출하는 원동력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교토대=노벨상”. 일본엔 이런 이미지가 있습니다. 노벨상 자연과학분야(물리학, 의학·생리학, 화학)의 일본 수상자는 총 27명인데, 교토대가 가장 많은 10명을 배출했고 졸업생이 아닌 교수 등까지 포함하면 13명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생리학·의학상을 받은 사카구치 시몬(坂口志文), 화학상을 받은 기타가와 스스무(北川進) 역시 교토대를 나왔고요.

하지만 “이 같은 교토대의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며 큰 위기감을 갖고 있는 과학자가 있습니다. 사카이 사토시(酒井敏·69) 교토대 명예교수입니다. 그는 학교의 ‘괴짜 DNA’를 지켜야겠다며 교토대생뿐 아니라 누구나 참석 가능한 강의를 시작해 ‘남다름’의 중요성 호소에 나섰습니다. 바로 2017년 시작해 22회째 이어지고 있는 ‘교다이(京大) 헨진(変人) 강좌(교토대 괴짜 강좌)’입니다. ‘헨진(変人)’은 ‘이상한 사람, 괴짜, 별종’이란 의미의 일본어죠.
“앞으로 당분간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는 거의 안 나올 거예요.” 사카이 교수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가 ‘교토대 괴짜 강좌’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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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닥쳤는데 괴짜 사라진다” 노벨상 10명 교토대의 위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4034
■ 오누키 도모코의 '진짜 일본'
「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역대 최다인 945만 9600명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을까요. 한국 언론의 유일한 일본인 기자인 오누키 도모코 도쿄 특파원이 여행 등 단기 체류로는 접할 수 없는 일본인의 삶과 속마음을 생생하게 알려 드립니다.
▶20대 일본女 "앱으로만 연애"…남자 40명 만나고 깨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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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2800억 집엔 누가 사나…연봉 1억 커플도 ‘주택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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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출퇴근길도 운전했다…다카이치 ‘뾰족카’ 질주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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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소문’ 총리공저 입주했다…다카이치, 도우미 없이 집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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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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