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돈을 구매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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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고팝니다." 금융자본주의를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2010년부터 3년간 연재를 했던 네이버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에 보면 말 그대로 '돈을 사고파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검색창에 '돈 케이크'나 '용돈 박스'를 넣으면 무수히 많은 상품이 줄을 잇는다.
훼손돼서 쓸 수 없는 5만원권이 채워진, 말 그대로 돈방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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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고팝니다.” 금융자본주의를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돈을 사고팔다니. 신경회로가 살짝 엉키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2010년부터 3년간 연재를 했던 네이버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에 보면 말 그대로 ‘돈을 사고파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명절 상품으로 천리마마트가 야심차게 출시한 상품이 ‘현찰선물세트’였다. 9만원을 봉투에 담아 11만원에 파는 선물세트다. 상품 기획자의 목숨이 간당간당할 만큼 과연 팔리겠나 싶었는데, 웹툰에서는 대히트를 쳤다.
그건 만화니까, 라며 만화적 상상력과 풍자 정도로 여길 수 있겠다. 하지만 ‘현찰선물세트’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도 거래된다. 이름은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검색창에 ‘돈 케이크’나 ‘용돈 박스’를 넣으면 무수히 많은 상품이 줄을 잇는다. 1만원대부터 8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돈을 담는 포장에 적잖은 값을 매겨 팔고 산다. 웹툰에서처럼 9만원을 봉투에 담아 11만원에 파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돈방석도 판다. 돈 모양 방석이거나, 돈을 많이 벌게 해줄 것이라는 기원을 담은 상품이 아니다. ‘진짜 돈’으로 만든 방석이다. 훼손돼서 쓸 수 없는 5만원권이 채워진, 말 그대로 돈방석이다. 한국조폐공사가 출시한 일종의 굿즈다. 통화로서 가치는 잃었지만 약 500만원을 깔고 앉을 수는 있다. 돈 자체를 상품으로 만든 경우다.
어떤 시장에서는 사실상 돈을 사고팔기도 한다. 시장에서 좌판을 벌여놓고 “20만원을 10만원에!”라거나 “봄맞이 할인! 20만원이던 10만원을 15만원에!”라고 외치는 식의 혼란스러운 매매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보다는 좀 더 그럴싸하다. 돈 매매의 정점은 주식시장에서 펼쳐진다. 주식시장에는 ‘기업’도 등장하고, 종목을 엮은 ‘상품’도 등장한다. 하지만 본질은 돈을 거래하는 데 있다. 누군가는 오늘, 몇 년 전 8만원에 사둔 삼성전자 주식을 26만원에 팔았다. 실상은 계좌에서 돈이 8만원 빠져나갔다가 약 3.3배로 불어나 계좌로 돌아왔을 뿐이다. 8만원을 26만원에 팔았으니 18만원을 번 셈이다.
코스피가 7000시대를 열었다. 어쩌다 우연히 들어서게 된 장이 아니다. 돈이 돈을 계속해서 벌어들이며 힘차고 가파르게 올라갔다. 미국·이란 전쟁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계좌 숫자가 작아지고 코스피 지수가 낮아지는 경험도 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한국 증권시장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코스피 7384.56’(6일 종가 기준)이라는, 처음 만나는 숫자를 딜링룸 전광판에 찍었다. 결국엔 수급이 시장을 키웠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은 괜찮은 일일까. 불로소득은 치사한 일 아닌가. 무섭게 뛰는 시장은 위험하지 않나. 급락하면 어쩌지. 성실한 근로소득자들과 애면글면 하루를 애쓰는 자영업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 아닌가. 빚을 내볼까.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일 아닌가. 코스피 급등기를 살아가노라면 이런 의문들에 휩싸이게 된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답을 내야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돈을 사고파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책임자는 자기 자신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투자는 신중하게 자기 판단하에 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이 발언에 공감한다. 다만 시장을 안전하게 만들고 신뢰를 높이는 것은 제도와 정책으로 할 일이다. 코스피가 더 탄탄한 시장이 되려면, 개인의 노력과 책임, 그리고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7000피 시대에 새삼 절감하게 된다.
문수정 경제부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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