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군 공격 위해 ‘가미카제 돌고래’ 투입?
2000년 소련 ‘살상 돌고래’ 이란에 팔렸단 소문
미 합참 “들어본 적 없어”…이란 “멍청한 주장”
미 해병 ‘폭탄 박쥐’, 탈레반 ‘당나귀 폭탄’ 사례
미 해군, 돌고래·바다사자 기뢰 탐지에 활용 중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치 중인 미국 군함을 공격하기 위해 기뢰를 탑재한 자살공격용 돌고래를 투입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른바 ‘가미카제 돌고래’가 미국의 해상 봉쇄를 깨기 위해 검토되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자를 인용한 보도였던 만큼 이후 미국 내에서는 사실 여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당시 WSJ는 “이란 당국자들은 테헤란(이란 정부)이 미국 군함을 공격하기 위해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무기들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여기에는 잠수함부터 기뢰를 운반하는 돌고래까지 포함된다”고 전했다.
독일 베를린 소재 연구기관 SWP 소속 하미드레자 아지지 방문연구원은 WSJ에 “테헤란에서는 점점 봉쇄가 전쟁의 대체물이 아니라 전쟁의 또 다른 형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 결과 이란 의사결정자들은 장기 봉쇄를 계속 견디는 것보다 충돌을 재개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든다고 곧 판단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BBC방송은 2000년 3월 ‘이란이 가미카제 돌고래들을 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소련 해군을 위해 살상 훈련을 받은 돌고래들이 이란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출처는 보리스 주리드라는 이름의 러시아 조련사였다. 잠수함 승조원 출신으로 의학 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는 돌고래와 다른 수생 포유류들을 군함과 적 잠수요원을 공격하도록 훈련한 인물로 소개됐다.
훈련받은 돌고래는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 지원이 중단된 뒤 상당수가 관광객을 상대로 공연하는 민간 돌고래 수족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주리드는 더 이상 먹이를 댈 형편이 되지 않아 동물 전체를 이란에 팔았다고 러시아 신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에 말했다.
그는 “수천 달러가 드는 의약품도 다 떨어졌고 더 이상 생선이나 영양 보충제도 없다”며 “내 동물들이 굶주리는 모습을 견딜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때 모두 합쳐 27마리의 동물이 러시아 수송기에 실렸다고 한다. 돌고래와 바다코끼리, 바다사자, 물범, 흰 벨루가 1마리가 포함됐고 가마우지 3마리도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동물들은 흑해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서 페르시아만으로 출발했다.
또 기뢰를 싣고 적 함정에 자폭 공격을 가할 수도 있었다고 BBC는 설명했다. 기뢰는 함정 선체에 닿으면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었다고 한다.
주리드의 설명에 따르면 돌고래들은 프로펠러 소리를 듣고 외국 잠수함과 소련 잠수함을 구별할 수 있었다.

고래·돌고래보호협회는 옛 소련군 소속 군사용 돌고래 무리가 전 세계 수족관에 팔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많은 돌고래가 도착 후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됐고 일부는 운송 도중 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리드는 이란이 자신의 요구에 맞춘 해양수족관을 신설했다고 언론에 말했다. 자신도 그곳에서 과학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주리드의 연구가 기본적으로 군사적 성격의 것이었다며 해당 돌고래들을 ‘용병’이라고 표현했다.
이 신문은 “본질적으로 이란은 우리의 옛 비밀무기를 우크라이나로부터 헐값에 사들인 셈”이라고 해설했다. 미국이 과거 러시아의 일부 대이란 군사 판매에 반대해 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당시 주리드는 자신과 동물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내 동물들이 그곳에서 괜찮을 수만 있다면 나는 알라에게든, 심지어 악마에게든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지시로 박쥐가 폭탄을 운반하는 데 쓰일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군사전문잡지 ‘에어&스페이스 포시스 매거진(현 에어포스 매거진)’은 1990년 10월호 ‘박쥐 폭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실험에 박쥐 6000마리가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해군은 텍사스 소재 동굴 4곳을 빌린 뒤 해병대원들에게 이를 경비하도록 배치했다고 잡지는 설명했다. 박쥐가 실제 전투에 동원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였던 2009년에는 탈레반이 영국군을 공격하기 위해 당나귀에 급조폭발물을 묶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다.
라이플연대 3대대 소속 리처드 스트리트필드 소령은 그해 헬만드주 군사기지에서 경계병이 ‘수상한’ 당나귀를 총으로 쏴 죽였다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경계병은 남성 몇 명이 기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당나귀를 풀어놓고 서둘러 떠나는 것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다고 한다. 그는 당나귀의 이동 방향을 돌리는 과정에서 결국 사살했다.
스트리트필드 소령은 “한 팀이 나가 확인해 보니 건초 아래 수상한 물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병사 한 명이 조명탄으로 건초에 불을 붙였더니 큰 폭발이 일어났다”라고 묘사했다.
그는 ‘당나귀 폭탄’을 상부에 보고하면서 그 터무니없음에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가미카제 돌고래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레이저 광선을 단 상어 같은 얘기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우리가 가미카제 돌고래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고 농담까지 했다. 그는 “그들이 갖고 있지 않다는 건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타스님뉴스 등 이란 매체들은 미국에서 돌고 있는 가미카제 돌고래 투입설에 대해 “멍청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CNN방송은 2000년 이란에 팔렸다는 가미카제 돌고래를 언급하며 “그 돌고래들은 지금 사용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설했다. 이란이 현재 가동 중인 돌고래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는 징후도 없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돌고래를 군사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미 해군도 기뢰 탐지를 돕도록 돌고래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수십년째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작전에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소식통이 CNN에 확인했다.
미 해군정보전센터 태평양 지부 산하 정보·감시·정찰(ISR) 부서에는 해양포유류 프로그램이 있다. CNN은 “이 부서의 돌고래들은 기뢰를 폭파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가미카제 돌고래가 아니다”라며 “이들 임무는 탐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해체된 미 해군 기뢰전사령부에서 근무한 랜드연구소 스콧 사비츠 선임엔지니어는 CNN에 “우리는 해양포유류를 활용해 수중 물체 탐지를 돕고 침입자를 탐지해 항구를 보호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항구 경비에 돌고래를 활용한 적이 있다.
해양포유류 프로그램 웹사이트는 “돌고래들은 군함이나 민간 선박에 탄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해저 기뢰를 찾아내고 그 위치를 표시하도록 훈련받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 웹사이트는 돌고래가 ‘과학계에 알려진 가장 정교한 소나(수중 음파 레이더)’를 갖고 있으며 수중 드론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돌고래와 바다사자 모두 뛰어난 저조도 시각과 수중 방향 청각을 갖고 있다”며 “어둡거나 탁한 물속에서도 해저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고 상술했다.
탐지 임무에 나선 돌고래는 보통 2~3명의 조련사와 함께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한다. 돌고래는 뭔가를 발견했을 때 배 앞쪽 패들을 두드린다. 발견하지 못했을 때는 뒤쪽 패들을 두드리는 식으로 상황을 전달한다.
돌고래들은 자신들이 찾아낸 기뢰 근처에 ‘표식 부표’를 떨어뜨려 인간 잠수부가 기뢰를 찾아 무력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들은 주로 전투가 끝난 뒤 기뢰를 탐지하는 데 활용된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실제 전투 환경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2003년 미국과 연합군은 이라크 남부를 장악한 뒤 이라크 움카스르 항구로 이어지는 해역에 기뢰가 있는지 탐지하기 위해 돌고래가 투입했다.
사비츠 선임엔지니어는 “적대 행위가 기본적으로 중단된 상태였다”며 “돌고래를 앞세워 전투를 벌이며 진입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돌고래와 바다사자가 훈련이나 작전을 위해 열린 바다로 나갈 때마다 떠날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 해당 프로그램의 핵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사비츠 선임엔지니어는 “이 동물들은 공짜 생선을 좋아하고 해저에서 이것을 찾거나, 부두 가까이 헤엄쳐 접근하려는 사람을 찾거나 하는 게임을 좋아한다”며 “포식자로부터 보호받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돌아오기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 복지에 대한 의문은 늘 있지만 이 동물들은 야생으로 합류할 수도 있는데도 이 프로그램에 남는 것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주 LP가스 폭발 원인은 배관 누출
- ‘그래, 서울을 떠나자’… 경기도 전입, 4년만에 최고
- 장동혁 “이 대통령, 분당 아파트 안 파는 건가 못 파는 건가”
- “한 달에 2㎝씩”…우주서도 포착된 ‘침몰하는 수도’
- 세탁기에 돌리고, 소주 먹이고…세 살배기 학대 계부 실형
- ‘오빠 논란’ 정청래…1년 전에도 ‘청래 오빠’ 요청
- ‘그래, 서울을 떠나자’… 경기도 전입, 4년만에 최고
- 적자로 돌아선 쿠팡Inc… 1분기 영업손실 3545억·고객 70만명 감소
- 中 ‘대만 반환 근거’ 카이로선언 기념비 설치…대만 “악의적 왜곡” 반발
- [단독] 전례 없는 ‘공소유지 변호사’… 조작기소 특검법 곳곳 독소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