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도시의 영혼을 구원한다"는 예언이 적중한 도시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 <기자말>
[이안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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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앞 보행자거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시낭송과 문장 나눔 독서 행사 전통적 경관 유지와 식민지 시대 건축 보존을 위해 도심의 건축과 유지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현실을 창의적인 다양한 방식으로 극복한다. |
| ⓒ 이안수 |
그렇게 성과 성당, 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지역 시장들을 가면서 어느 정도 현지 사람들과도 인연이 생기고 그 도시 삶의 정체성들이 파악된다. 그 도시와의 관계가 좀 친밀해지면 인접한 마을과 자연으로 발걸음을 확장한다. 이미 도시의 교통 체계에 익숙해진 뒤인 만큼 교외로 가는 대중교통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 도시와 주변 마을, 자연유산들까지 답사하고 나면 좀 더 느긋하게 도시의 문화 행사에 집중할 수 있다.
이번 멕시코 오악사카의 경우, 나의 치과 치료를 위해 3개월 넘게 체류 중인데, 문화적으로 풍요로워 매일 새로운 문화 행사들이 우리를 맞아준다. 다양한 문화 행사들은 로컬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반영되어 있는 만큼 그들이 말하지 않는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오악사카에는 16개의 원주민 민족집단이 존재하는 멕시코에서 가장 다양한 원주민 구성을 가진 지역인 만큼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가 많다.
오악사카만의 문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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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체의 음식 나눔. 전통 음식인 타말레와 아톨레를 함께 나누는 전통을 통해 도시가 익명의 공간이 아니라 이웃의 살가운 정서로의 전환을 도모한다. |
| ⓒ 이안수 |
일출 후 아침 햇살이 도시에 퍼질 이른 아침에 대규모 행사가 시작되는 것도, 그 많은 도시의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나누는 것도 생소하고 감동이었다. 도시의 생일을 맞아 성당 건축 당시 여성들이 부역 중인 남편들에게 가져다주던 음식이었던 옥수수 반죽 음식과 옥수수 음료를 함께 먹고 마셧다(관련 기사 : 기원전 8천 년 고대 음식 한 접시에 담긴 서글픈 역사). 그렇게 도시 전체가 하나의 이웃이라는 정신을 공유했다. 나그네인 우리가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마치 오악사카 가정의 아침상에 초대받은 듯한 환대를 느꼈다.
지난 4월 19일부터 26일까지 8일간 우리 앞에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스포츠 등 약 40여 개의 무료 프로그램의 선택이 주어졌다. 우리는 네 편의 영화 관람과 시낭송을 즐겼고 매일 벌어지는 무용과 오케스트라 공연,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관람하고 도시 설계와 건축 세미나에 참가했다.
이곳에서의 문화 프로그램은 특정한 달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원주민 전통과 식민지 시대 가면극을 재현한 가면·춤·퍼레이드,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 이야기를 되살린 착한 '사마리아의 날' 음료 나눔, 아즈텍·사포텍·믹스텍 전통이 전래된 가톨릭과 어떻게 결합했는지 보여 주는 성주간 등의 행사가 2월에서 4월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도시의 영혼을 구원하는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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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세도니오 알칼라 극장. 오페라하우스 극장의 좌석 구분은 예술을 향유하는 방식에 사회적 위계가 적용된다. 과거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현재는 경제적 능력으로. 하지만 때때로 극장을 무료로 개방함으로써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
| ⓒ 이안수 |
이 극장에서 4월 17일에는 오악사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시즌 공연을, 5월 2일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중계로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를 관람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1층 오케스트라석에서 이 지역 음악의 중심 악기로 자리 잡은 마림바와의 협연을, 오페라는 2층 박스석에서 타티아나가 사랑을 고백하는 긴 독백 '편지 아리아'와 오네긴의 후회와 절망의 절규를 뉴욕 현지와 실시간으로 관람했다. 예술을 향유 하는 방식에 가장 뚜렷하게 남아 있는 사회적 위계가 오페라하우스 극장의 좌석 구분이다. 뉴욕에서 누리지 못한 욕망을 오악사카에서 풀었다.
5월 3일에는 산토 도밍고 수도원의 오악사카 문화 박물관에서 오악사카의 실내악 앙상블인 카메라타 오악사카의 클래식 콘서트가 열렸다. 바흐 , 알비노니 , 가브리엘 포레 등 클래식 명곡 레퍼토리를 옛 도밍고 수도원의 성스러운 회랑에서 누리는 감성은 각별했다. 오악사카 사람들은 문화예술이 빠듯하고 가난한 일상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초월하는 여백이 될 수 있음을 좀 더 일찍이 깨달은 사람들 같다.
이 공동체의 아름다운 원칙
오악사카의 문화 행사와 문화 공간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이 공동체의 아름다운 원칙들이라고 할 만한 몇 가지 기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화 예술을 공공재로 여기는 점이다.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혹은 우리처럼 방문자라도 그것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적 재화에서 사회 전체가 함께 누려야 한다는 공공 자산이라는 생각이 실천 되고 있다.
전시와 공연이 대부분 무료이고 예전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현재는 경제적 이유로 접근 불가능했던 마세도니오 알칼라 극장의 박스석까지도 많은 공연을, 조금 부지런하다면 3시간의 오페라 공연 시간 동안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 수평적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누구나 잠시 예술로의 도피가 가능하다는 것은 생존의 거친 일상에 대처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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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식 거리 퍼레이드인 칼렌다. 결혼이라는 사적인 행사가 전통공연과 결합해 거리 퍼레이드로 이루어짐으로써 행사의 주인공은 공동체 전체로부터 축하 받는 특별한 기쁨을, 관광객들에게는 축제를 경험하는 특별한 행운이 된다. |
| ⓒ 이안수 |
성당의 종소리가 새로운 날을 깨운 뒤 문화 행사가 시작되고 수많은 사람이 음식을 함께 나누는 전통을 통해 도시가 익명의 공간이 아니라 이웃의 살가운 정서로 전환된다. 2002년, 맥도날드가 오악사카 도심에 진출하려 했을 때, 지역 공동체는 단순히 '반대'라는 정치적 구호로만 맞서는 대신 광장에 모여 원주민 공동체와 전통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으로 외국 패스트푸드의 진출을 '문화적 침탈'로 인식하게 했다고 한다(관련 기사 : 맥도날드 없는 도심, 이런 배경이 있었네).
음식 나눔이 강력한 공동체의 저항이 되었다. 오악사카의 역사지구에는 여전히 맥도날드도 스타벅스도 찾아볼 수 없다. 적어도 오악사카에서는 세계적 브랜드보다 지역 음식이 더 강력한 문화적 힘을 가지게 되었다. 4월의 아침 행사에서 맥도날드에 저항하면서 함께 먹었다는 타말레와 아톨레를 나누면서 나조차도 이 도시의 공동체의 일원이 된 듯한 마음을 경험했다.
결혼이나 세례 등 개인의 기념일에 도심 보행자 거리에서 거리 퍼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전통적인 음악대, 거대한 인형, 등불, 전통의상 여성들의 공연자들과 함께 가족·친구들이 행진하며 춤추는 '칼렌다(Calenda)'가 매 주말마다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이 세대 간 자연스럽게 전승되는 것은 물론 행사의 주인공은 공동체 전체로부터 축하 받는 특별한 기쁨을, 관광객들에게는 축제를 경험하는 특별한 행운이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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