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 핵 시설, 이미 전 세계에 알려져 있다?" 사실 반 거짓 반
[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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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으로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중단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고 20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2026.4.20 |
| ⓒ 이재명 대통령 X |
정 정관 '구성 핵 시설' 발언 이전에 구성 핵 시설 존재 사실은 각종 논문과 언론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입니다. - 2026년 4월 20일, 이재명 대통령 X(옛 트위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발언 후폭풍이 끝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지난 4월 24일 제출했고, 해당 건의안은 4월 28일 본회의에 보고됐다. 그러나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 시한을 맞추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았다. 정동영 장관은 4월 29일 기자들에게 "말로는 안보 사안에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면서 숭미가 지나치다"라고 불쾌감을 표현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3월 6일에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나왔다. 당시 정동영 장관은 "북한 핵이 현재진행형"이라며 "이 시각에도 째깍째깍 북의 핵능력은 커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의 북핵에 대한 상황 보고"를 인용했다.
미국에서 문제 삼은 대목은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 가능성을 말한 직후에 나왔다. 정 장관은 "그로시 총장이 한 보고 중에 지금 영변과 구성·강선에 있는 우라늄(HEU) 농축시설"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지금 영변에 한 군데 더 증설하고 있다"라는 데 방점이 찍힌 발언이었지만, 현재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지명 중 영변과 강선 외에 '평안북도 구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후 한미 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며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 장관의 발언은 '이미 전 세계에 알려졌다'라고 방어한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 맞는지 검증해 보았다.
[검증 내용①] 구성 핵 시설 공개 언급은 존재한다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 북한 핵 관련 시설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은 공개 자료를 통해 분명히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싱크탱크 과학국제안전보장연구소(ISIS)의 2016년 보고서는 평안북도 방현 비행장 인근에 북한의 초기 원심분리기 연구개발 시설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이 보고서는 구성의 핵 시설에 대해 '예비적 식별이며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preliminary site identification and requires additional confirmation)라고 명시했다. 로이터도 당시 이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지만,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가능성(possible)에 무게를 두고 전했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 스팀슨센터(Stimson Center) 산하의 북한 분석 전문 플랫폼 '38 노스'(38 North)도 관련 소식을 전한 적이 있다. 이들은 2017년 북한 NBC 인프라 개요에 "구성 우라늄 처리 시설(Kusong Uranium Processing Facility)"이라고 적시했다. 공개적으로 구성이 핵 시설과 연결된 또 하나의 사례이다. 그러나 해당 표현은 "우라늄 처리 시설 또는 광산이 보고된 지역(reported site of a uranium processing facility and a uranium mine)"이다.
'핵 시설'이라는 용어는 매우 다양한 층위의 시설들을 포괄하는 말이다. 문제는 정동영 장관이 언급한 것은 단순한 핵 시설이 아니라 '우라늄 농축 시설'이었다는 데 있다. 또한 정 장관은 이를 '가능성의 영역'이 아니라 '확정된 사실'로 전했다. 미국이 문제를 삼은 지점 역시 이 부분으로 보인다.
우라늄 농축은 천연우라늄 속에서 핵분열에 쓰이는 우라늄(U)-235의 비율을 높이는 작업인 반면, 우라늄 처리는 우라늄 광석을 가공해 연료로 만드는 전 단계 공정이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로 쓰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핵 시설과 연관되어 구성을 언급한 공개 정보는 이외에도 다수 확인된다. 그러나 표현의 수위까지 살펴보면 정 장관이 말한 '우라늄 농축 시설'과는 거리가 있다. KBS 역시 2016년 7월 당시 "옛 우라늄 농축시설 의심 장소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곳"이라고 전했지만 "ISIS는 '이 시설이 지금도 농축시설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라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영변 외에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운영한다면 이곳이 유력할 것"이라고 '조건부' 추정을 한 셈이다.
ISIS가 이보다 앞선 2010년 보고서에서 구성이 등장했을 때는 구성의 기계 공업이 원심분리기 부품 생산과 연계됐을 수 있다는 보고였다. 미국의 또 다른 싱크탱크인 RAND는 2013년 보고서에 "구성 우라늄 가공 시설(Kusong Uranium Milling Facility)" 정도로 표기했다.
2019년 다른 미국의 싱크탱크 노틸러스(Nautilus)나 데이비드 폰 히펠(David von Hippel) 논문에도 구성의 우라늄 채굴과 가공 시설이 등장하지만, 농축에 대한 보고는 전무하다. 이후로도 구성의 우라늄 채굴과 가공 시설에 대한 말이 간헐적으로 등장하지만, 대부분 기존 정보의 재인용과 확장 서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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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안 질의 듣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4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를 듣고 있다. |
| ⓒ 남소연 |
구성과 농축의 연관성을 다룬 공개 출처 보도는, 과거 주장들을 검토한 미국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2016년 보고서가 유일했다(The only open-source reporting on a link between Kusong and enrichment was in a 2016 report by the US-based 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 that looked at historical claims).
즉, '구성 핵 시설'에 관련된 공개 서술은 다수의 연구나 정보를 통해 축적된 자료라기보다는, 하나의 대표 보고서가 있었고 여기에서 파생된 보도와 연구들을 통해 정립된 가설에 가깝다. 특히나 '우라늄 농축시설'과의 연관성을 적시한 공개 정보는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정동영 장관이 인용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보고에는 애초에 구성이 언급되지 않았다. <로이터> 역시 이 점을 짚었는데, 그의 발언 원문을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강선과 영변의 농축시설이 계속 가동 중인 것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다. 또한 IAEA는 강선 농축시설과 규모·기반시설이 유사한 영변의 새 건물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The ongoing operation of enrichment facilities at Kangson and Yongbyon is of serious concern. In addition, the Agency is continuing to monitor a new building at Yongbyon … similar to the Kangson enrichment facility).
핵 비확산 관련 다른 전문 보고서도 유사한 내용으로 정리하고 있다. 2026년 3월, 독립적 안보 전문 기구 'VERTIC' 보고서는 북한의 알려진 가스원심분리 농축시설이 강선과 영변에 있다고만 정리했을 뿐, 구성은 해당 목록에 넣지 않았다. 즉, 정동영 장관이 발언했던 2026년 3월 시점에서 공개된 북핵 전문 분석에서 '구성에 우라늄 고농축 시설이 있다'라는 자료나 서술은 없었던 셈이다.
정동영 장관도 지난 4월 29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로시 말에 구성은 없었다"라는 점을 뒤늦게 인정했다. 다만 "내 머릿속에는 오래전인 2010년 전부터 (구성이)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변 이외에 더 있다니 당연히 관심을 가졌다"라며 "트럼프의 얘기가 강선, 구성 이걸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구성을 직접 언급했다는 게 아니라, '영변 이외' 지역에 구성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라 본인이 추측했다는 이야기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국방정보본부 역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사항은 한·미 연합비밀로 공개가 제한된다"라고 밝혔다.
[검증 결과] '사실 반 거짓 반'
평안북도 '구성'에 북한 '핵 시설'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은 과거부터 공개 자료 형태로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관련 언급은 대체로 하나의 보고서에서 출발해 재생산된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처리·가공 시설, 광산, 과거 연구개발 가능성 등을 다루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라는 발언은 다소 과장된 표현인 셈이다.
특히나 이재명 대통령이 사용한 용어는 '핵 시설'이었으나, 실제로 정동영 장관이 언급한 것은 단순 '핵 시설'이 아니라 '우라늄 농축 시설'이었다. 이를 등치하는 것은 일종의 범주 오류이다.
정 장관은 추정이 아니라 확정된 사실처럼 말했다. 더구나, 그가 출처로 제시했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애초에 구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 역시 이를 "이전에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핵 시설 장소(previously unconfirmed North Korean nuclear site)"라고 보도했다. 최근 해외 보도나 전문 분석들을 보아도 '구성' 언급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구성 핵 시설 존재 사실은 각종 논문과 언론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를 '사실 반 거짓 반'으로 판정한다.
[보론] 전문가 "미국, 기밀 같지 않은 것을 기밀이라고 신경전"
전문가들은 구성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존재한다는 언급을 두고 미국이 '과민 반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에 공개가 전혀 안 되어 있던 지역도 아닌데, 정치적인 이유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은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통일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북 위성정보, 특히 북핵 시설 관련 정보의 일부 공유 제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의 발언을 기존에 공개된 정보를 반복해 언급한 게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미공개 민감 정보 노출로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학교 교수는 지난 4월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통일부 장관의 그러한 발언을 왜 문제 삼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성' 그 발언보다 미국이 취한 (정보 제한) 조치가 리크(leak, 새어 나왔다) 됐다는 사실이 더 엄중한 것이고, 그걸 가지고 지금 우리가 정쟁한다는 것이 매우 촌스러운 것"이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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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팩트] |
| 이재명 |
| (제21대 대통령) |
| "구성 핵시설 존재사실은 각종 논문과 언론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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