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 해결 영상' 유튜브에 놀라고, 이 영화에 한번 더 놀랐다

홍현진 2026. 5. 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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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아이들] 영화 <이사> 속 렌

영화 속 '아이답지' 않은 아이,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 어딘가 조금은 '이상한 아이들'을 들여다봅니다. <기자말>

[홍현진 기자]

유니콘 같은 아이를 봤다. 100만 유튜버인 이 유치원생은 혼자 자신의 방에 들어가 잠들고, 또래답지 않은 고급 한국어 어휘는 물론이고 영어까지 구사한다. 슬픈 상황에서도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며 눈물을 꾹 참고, 동생에게도 한없이 다정하다. 밝고 귀여우면서도 의젓한 모습을 보이는 이 아이에게는 '인생 2회차'라는 별명이 붙었다.

또 다른 아이는 인형처럼 예쁜 얼굴에 처음 보는 낯선 연예인과도 낯가림 없이 잘 지낼 정도로 순하다. 졸려 하는 아이에게 브람스의 자장가를 틀어주자 아이는 연예인의 무릎에 기댄 채 5초도 채 되지 않아 잠이 든다. '육아 난이도 극하'라는 이 아이의 영상은 유튜브에서 무려 16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아이들의 영상에 공통적으로 달리는 댓글이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 영상.' '저런 아이라면 나도 키우고 싶다'는 반응이다. 이는 바꿔 말해, 육아 난이도가 극히 낮지 않다면 굳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 마구 뛰어노는 아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는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의젓하거나 인형처럼 순할 때만 사랑 받을 자격을 얻는다.

무해한 아이들만 사랑 받는 세계에서, 영화 <이사>의 '렌(타바타 토모코)'은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1993년 작품인 이 영화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녀 렌이 부모의 이혼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다. 인생 최대의 위기 앞에서 렌은 학교를 무단이탈하고, 실험실에 불을 지르며, 친구와 뺨을 때리며 싸우고, 걸핏하면 어른들의 품을 벗어나 혼자 거리로 뛰쳐나간다. 아무리 손을 뻗어 붙잡으려 해도 렌은 번번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간다.

혼자 거리를 달리는 초등학생
 렌은 부모님의 별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 에이유앤씨
영화의 첫 장면은 세 식구가 삼각형 모양의 독특한 식탁에 앉아 어색하게 저녁을 먹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생선 가시 바르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아빠 켄이치(나카이 키이치)를 보면서 렌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는다. "진짜 혼자 먹고살 수 있어?" 그날 밤을 마지막으로 아빠는 집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고 렌은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게 된다. 새 출발을 하며 홀가분해 보이는 엄마 나즈나(사쿠라다 준코)와 달리 렌은 부모의 별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화목한 가족'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는 교실에서 이혼 가정의 아이는 쉽게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렌 역시 그러한 따돌림에 동참했던 아이였기에 부모의 불화를 친구들 앞에서 드러낼 수 없다. 영화에서는 부모의 이혼을 겪은 친구와 렌이 비탈진 언덕길을 나란히 오르다 갑작스러운 폭우를 맞닥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부모와 아이는 독립된 인격체이지만 어린이를 둘러싼 환경 가운데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두 아이는 쏟아지는 비를 속수무책으로 맞는다.

친구들과 다투다 과학실에 불을 낸 렌은 학교를 뛰쳐나와 아빠 회사를 찾아간다. 아빠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못한 채, 렌은 공중전화를 걸어 창문 너머로 아빠를 몰래 바라보며 묻는다.

"나는 아빠랑 엄마가 싸워도 참았어. 근데 왜 엄마 아빠는 못 참는 거야?"

여름 방학 숙제로 생각해 보겠다며 대답을 회피하는 아빠에게 렌은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자신에게는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부모가 일방적으로 이혼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여름 방학 첫날, 렌은 상황을 뒤집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방식의 가출이다. 렌의 방문에는 '원래 생활을 돌려줘'라는 손 글씨가 붙어 있다. 렌을 끌어내기 위해 아빠가 집에 찾아오고, 엄마와 아빠 사이 쌓여 있던 감정이 터지며 갈등이 폭발한다. 문을 잠근 채 화장실에 홀로 처박혀 있던 렌은 문밖을 향해 소리친다.
"왜 낳았어. 왜 낳았어."

아무리 울고 소리 질러도 내가 바꿀 수 없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렌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긴, 그것은 어른에게도 여전히 너무나 어렵고 아픈 일이다. 렌은 포기하지 않고 엄마 아빠 몰래 여행을 계획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여행지에서 렌은 부모의 관계를 더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아빠는 말한다. 셋이서 하는 긴 줄넘기가 버거워져 혼자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아이가 고정된 존재가 아니듯 부모도 계속 변한다. 이제 아빠와 엄마는 각자 다른 형태의 줄넘기를 하고 싶어 한다. 외면하고 싶었던 부모의 속마음을 알게 된 렌은 또다시 도망치듯 달린다. 엄마는 렌을 찾기 위해 힘껏 달려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는 초등학생 렌이 혼자 동네와 거리를 헤매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렌과 비슷한 나이의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로서, 렌이 부모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뛰쳐나갈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러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그도 그럴 것이 2020년대에는 보호자도 휴대폰도 없이 거리를 홀로 돌아다니는 아이를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현대의 아이들은 부모가 계속해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동물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아무리 손을 뻗어 붙잡으려 해도 렌은 번번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간다.
ⓒ 에이유앤씨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은 1900년대 이전과 2010년대 이후를 비교하며, 건강과 청결, 질서 정연함이 사회의 기준이 되면서 우리가 얼마나 더 예민해지고, 불안해지고, 각박해졌는지 고찰하는 책이다. 특히 저자는 한 챕터를 할애해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고도의 질서'가 요구되면서 육아가 어떻게 '리스크'가 되었는지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모든 아이는 '동물'로 태어나며 과거의 아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게 자라났다. 육아 역시 지금만큼 부담스럽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질서를 강조하는 문화 속에서 아이는 그 자체로 '위험'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저자는 "아기는 태어난 순간부터 '동물'로서의 위험과 불쾌감, 불안을 상기시키는 존재이기에 이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사회로부터 환영받기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아이라는 리스크를 통제해야 하는 부담은 오롯이 부모의 몫이 된다.

현대의 부모는 아이의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아이가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위험한 존재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덜 '동물적'인 '현대인'으로 자라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이러한 기준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특별 관리 대상이 된다.

일본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한국의 노키즈존이 떠올랐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어린이라는 집단 전체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사회에서, 피해나 민폐를 끼치지 않는 무해한 아이만을 '힐링 콘텐츠'로 소비하는 모습이 나는 무척 기괴하게 느껴진다. 어른의 기준과 잣대에 맞춘 표백된 모습을 강요받는 동안 아이들은 '아이답게' 자랄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한다.

영화에서 렌은 노인에게 물세례를 맞고 처음 가본 집에서 잠들기도 하고, 축제가 열리는 마을을 지나 캄캄한 숲 속을 홀로 헤맨다. 계곡에서 놀다 달빛 아래에서 늑대처럼 울부짖고, 바닷가에서 웅크린 채 잠을 청하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분명 영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발 그만 좀 해'라는 마음의 소리가 계속 올라왔다. 제멋대로인 아이도 아이지만, 부모는 아이를 저렇게 내버려두고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답답했다.

그런데 렌이 끊임없이 걷고 뛰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생명력.'

아이들은 오직 그 순간을 산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직진하고, 옆에서 아무리 불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깊이 몰두한다. 좋아하는 것은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도 지루해하지 않고, 귀가 아플 정도로 깔깔 웃다가도 저렇게까지 싶을 만큼 격하게 분노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원래 동물적이고 통제 불가능하며 다루기 힘든 존재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아이다운 모습이라는 것을 나도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아이들은 화면 속에 있는 예쁜 피사체가 아니라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것을. 그럼에도 내 안의 통제욕구는 자꾸만 아이를 사회가 정한 틀 속에 가두려 한다. 너무나 자유로운 렌의 모습이 시한 폭탄처럼 조마조마했던 이유다.

긴 밤이 지나 동이 트고, 렌은 바닷가에서 잠에서 깨어난다. 저 멀리 용의 형상을 한 배가 보이고, 그 옆에는 바닷속에서 행복하게 놀고 있는 세 가족의 모습이 있다. 과거의 렌과 엄마, 아빠다. 배가 불에 타고 엄마와 아빠가 떠나자 바닷속의 렌은 울먹인다. 무서워하고 당황하는 과거의 렌을 향해, 현실의 렌은 소리친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렌은 낯선 사람과 풍경을 마주한다. 달리고, 부딪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렌은 이전에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을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제 렌은 과거의 자신을 껴안아 줄 수 있을 만큼 훌쩍 자란다. 그 과정은 부모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렌 스스로 오롯이 겪어내야 하는 시간임을, 영화를 보면서 천천히 깨닫는다. 아이들에게는 홀로 방황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소마이 신지 감독은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건 좋든 싫든 태어나버린 이 세계 속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왜 나를 낳았냐'고 묻던 렌은 삶의 의미를 직접 찾아가게 될 것이다. 아슬아슬하고 용감하게.
 렌은 과거의 자신을 껴안아줄 수 있을 만큼 훌쩍 자란다
ⓒ 에이유앤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hongmilmil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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