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정상화, 무너진 공론장의 '내란'을 종식하는 길

최영묵 2026. 5. 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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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정상화 촉구' 특별 칼럼]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한국방송학회 공영미디어연구회장

[최영묵 기자]

▲ YTN 마포사옥 YTN 마포사옥
ⓒ 이정민
YTN 30년 역사는 한국 민주주의의 굴곡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1995년 국내 최초의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로 개국한 이래, YTN은 9시 뉴스 중심인 지상파 3사의 보도 공백을 메우며 시민의 알 권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YTN 구성원들은 권력의 크고 작은 장악 시도가 있을 때마다 총파업을 불사하며 싸웠고, 결국 승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MB정부 초기인 2008년, 낙하산 사장에 맞선 처절한 투쟁이다. 그 과정에서 기자 6명이 해직되었고, 10년여의 '장구한' 길거리 투쟁을 거쳐 2018년 전원 복직되기까지 지난한 싸움을 이어왔다. 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대한 저항과 극복은 이제 YTN 구성원들의 DNA가 된 듯하다.

지난 2024년 2월 강행된 방송통신위원회의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할 여지가 없다. 1심이지만 법원이 명확히 판단을 내렸고, 그 핵심 취지는 위법한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름을 바꾸고 새로 출범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의 시간이다. 삼심제와 또 다른 소송사태 운운하며 우왕좌왕 시간만 보내는 것은 또 다른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방송법의 정신을 능동적으로 구현해야 할 방미통위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고 신속하게 YTN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YTN 저널리즘은 공공영역의 표상
 2008년 10월 30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언론노조 주최로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 시민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YTN은 태생부터 '유진체제'가 들어서기 전까지 '사영 방송'이었던 적이 없었다. IMF 외환위기 속에서 공기업들이 지분을 인수하며 형성된 '준공영 체제'는, YTN이 정권과 자본의 외풍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보도 전문성을 쌓아올 수 있었던 토대였다. 재난 보도의 표준을 세우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YTN 저널리즘은 우리 사회의 중요 자산이자 공공영역의 표상이다. YTN 문제 해결은 비정상의 정상화이자 훼손된 민주적 공론장의 복원이라 할 수 있다.

'유진체제'의 출범은 YTN이 30년간 쌓아온 내부 민주주의 시스템 붕괴의 시작이었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보도국장임명동의제다. 구성원들의 신뢰를 확인하는 이 최소한의 절차는 사실상 파기되었다. 노사 동수로 운영되던 공정방송위원회는 안건 상정조차 힘겨운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새로 임명된 경영진은 '경영권'을 무기로 내부 비판을 원천 차단하려 했다. 내란 국면에서도 권력의 심기를 고려한 대국민 사과 방송이 불시에 송출되었고, 정권이 불편해할 수 있는 탐사 보도와 비판 기사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삭제되거나 수정되는 사태가 일상화되었다.

능력과 전문성이 아닌 '맹목적 충성심'이 인사의 잣대가 되면서, 더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한 내부의 치열한 토론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보이지 않는 자기검열과 무력감이 채우고 있다. 30년 'YTN 저널리즘'을 지탱해 온 구성원들의 자부심은 자본의 논리 앞에 바람 앞의 등불 격이 되었다.

저널리즘의 본령을 파괴하는 토건 자본의 미디어 소유

유진그룹과 같은 토건 자본의 공공미디어 장악은 단순한 자본의 유입이 아니다. 민주적 공론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 및 레미콘 산업은 기본적으로 인허가, 규제, 대형 국책 사업 수주 등 국가 행정 및 입법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는 전형적인 '규제 민감 산업'이다. 이러한 자본이 24시간 보도를 본업으로 하는 공공미디어를 소유하는 순간, 공공미디어의 기본 책무인 '권력 감시'와 '공익적 의제 설정' 기능은 무력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역사적으로 건설 자본이 미디어를 소유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폐해는 명확히 드러난다. 과거 SBS(태영건설)의 대주주 관련 보도 논란이나, 최근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사 비판 기사가 삭제된 사태는 공공미디어가 어떻게 자본의 방패나 '로비 창구'로 전락하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증거다. 대주주 관련 비위나 부당 거래, 건설 현장의 안전 문제 등 공공의 알 권리가 우선되어야 할 사안들이 자본의 이해관계 앞에서 삭제되거나 축소되는 일이 다반사가 될 수 있다.

결국 토건 자본의 미디어 소유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파괴한다. 현장의 기자들은 자본의 논리 앞에 스스로 입을 닫는 '자기검열'을 내면화하게 되며, 이는 곧 보도의 공정성 상실로 이어진다. 방송이라는 공공 인프라가 특정 건설 자본의 이익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사유화될 때, '감시견(watchdog)'으로서의 언론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자본의 논리가 방송의 공적 가치를 포획해 버리는 이 당연한 귀결이, 우리가 YTN의 공적 소유를 복원해야만 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실천적인 이유다.

'뉴스 편집권의 독립' 제도화해야

YTN의 정상화는 단순히 유진그룹의 퇴출이나 과거 공기업 지배구조로의 회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공공미디어 장악'이라는 악순환을 구조적으로 단절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독립 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다.

첫째, 특별법에 기반한 '공적 소유구조'의 법제화다. 현재의 방송법 체제만으로는 자본의 침탈을 막기에 역부족임이 증명되었다. 따라서 영국 채널4의 사례나 한국의 방송문화진흥회법, 혹은 뉴스통신진흥법을 참고하여 YTN의 지분을 공적으로 소유하고 관리할 (가칭)공공뉴스진흥회를 설립하는 것이다. 4~5곳의 공기업이 지분을 분산 출연하여 재단을 구성함으로써, 특정 권력이나 자본이 독점할 수 없는 '지분 분산형 공적 소유'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이사회의 '사회적 다원성' 확보를 통한 지배구조의 민주화다. 지난해 방송법 개정으로 공영방송 3사의 이사 구성이 다원화된 점을 참고할 수 있다. 학계, 시민사회, 현업 언론단체, 그리고 시청자 대표가 고루 참여하는 열린 이사회를 구성하여 정치적 외풍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보도 자율성을 보장하는 내부 시스템의 '법제화'다. 보도국장 임명동의제와 공정방송위원회 운영을 정관이나 법령 수준의 강력한 규범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대주주나 경영진이 바뀌더라도 쉽게 흔들 수 없는 '뉴스 편집권의 독립'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알고리즘이 만든 '버블'과 각자의 확증 편향을 강요하는 자기만의 '체임버' 시대를 살고 있다. 파편화된 정보와 불필요한 혐오와 쾌락이 공론장을 잠식할수록,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고 사회적 의제를 통합하는 '공공 저널리즘'의 가치는 더욱 소중해질 수밖에 없다. YTN의 정상화는 단순히 한 방송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뉴스 공론장'이 자본의 사유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민주주의의 작동 메커니즘을 복원하는 시급한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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