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시아 판매 원유값 배럴당 4달러 인하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수출 원유 가격을 예상 밖으로 대폭 인하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 방어와 우회 수출 확대 전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아시아 판매용 주력 유종인 ‘아랍 라이트’의 6월 인도분 공식판매가격(OSP)을 지역 기준 유가 대비 배럴당 15.50달러 프리미엄으로 책정했다.
이는 5월 인도분 대비 배럴당 4달러 낮춘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직전 가격에서 큰 폭으로 후퇴한 것이다. 다만 여전히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 수준이다.
이번 가격 조정은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와중에 나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는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50% 이상 상승했으며,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로 4년 만의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현재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수출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사우디는 동부 유전지대에서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연결된 내륙 송유관을 활용해 일부 물량을 우회 수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로 꼽힌다.
다만 얀부항을 통한 공급에는 추가 송유관 이용료와 물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사우디 원유 트레이더들을 인용해 우회 수출 물량에는 별도 비용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사우디의 가격 인하가 아시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OPEC+가 6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예정보다 확대하기로 합의한 점 역시 공급 안정 신호로 해석된다.
앞서 사우디와 러시아,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이 참여하는 OPEC+는 지난 3일 회의를 열고 증산 방침을 결정했다. 국제유가 급등 속에서도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내며 시장 안정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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