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데카솔’ 노하우 K뷰티로…매출 1조 코앞 [K뷰티 숨은 거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5. 6. 08: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국제약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동국제약을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롭다. 정통 제약사임에도 기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화장품’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본업인 의약품만큼이나 화장품 매출 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주가를 견인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보면 동국제약은 지난해(2025년) 연결 기준 매출 약 9268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실적 성장을 이끈 주역은 단연 화장품과 미용 기기가 속한 ‘헬스케어사업부’다. 과거 의약품에 집중됐던 구조에서 벗어나 헬스케어 부문이 매년 꾸준히 성장하며 전체 매출의 약 30% 이상을 책임지는 수준으로 커졌다. 본업인 일반의약품(OTC)이나 전문의약품(ETC) 부문 매출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이를 웃돌며 전사 실적을 뒷받침하는 핵심 현금 창출원(캐시카우)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동국제약. (동국제약 제공)
제약사가 어쩌다 화장품?

권기범 회장 의지 확고

동국제약이 하루아침에 화장품 회사로 변신한 것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의 긴 안목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치밀한 준비 과정이 있었다.

출발점은 2006년이다. 권 회장은 사내에 웰빙사업부를 꾸리면서부터 제약사가 만드는 화장품, 이른바 코스메슈티컬 시장 진출에 대한 뜻을 품었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건강한 일상을 돕는 영역으로 눈을 넓힌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은 2012년 시작됐다. 기존 의약품과 해외 사업 중심이던 구조에 더해, 진정한 ‘토털 헬스케어’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헬스케어사업부’를 발족했다. 처음에는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에 집중했다. 당시 제약사가 주로 의존하던 약국 유통망을 벗어나 백화점, 홈쇼핑, 온라인 등 새로운 판매 채널을 적극적으로 개척했다. 이때 쌓은 채널 다변화 경험은 훗날 화장품 판매를 성공시키는 탄탄한 밑거름이 된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14년에 찾아온다. 소비자가 화장품의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 성분과 기능을 깐깐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시장의 변화를 읽은 권 회장은 글로벌 고급 화장품에 ‘TECA(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라는 원료가 쓰이는 것을 눈여겨봤다. 동국제약은 이미 국민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을 40년 넘게 만들며 세계 최고 수준의 TECA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굳이 밖에서 새로운 것을 찾을 필요 없이, 회사가 가장 잘하는 기술을 화장품에 적용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이런 오랜 준비와 기술력이 만나 2015년, 마침내 피부과학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가 세상에 등장한다. 동국제약이 제약사를 넘어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한 출발점이었다.

어떻게 급성장했나

연고 유래 기술·인재 영입

‘제약사가 만든 화장품’이라고 하니 일단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다만 이를 확산시킬 방법을 한동안 찾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동국제약은 초창기 마데카솔에 익숙한 4050 중장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홈쇼핑 채널에 집중했다. 방송을 통해 제품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설명하며 매출 기반을 다졌다. 이후 입소문을 통해 자연스러운 고객층 확대가 일어났다. 이때 동국제약은 예전 비타민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 접점을 늘렸다. 자사몰인 ‘DK SHOP’을 필두로 올리브영 같은 H&B 스토어, 백화점, 코스트코 등 대형 매장과 면세점까지 유통망을 크게 확장했다.

1020세대를 겨냥해서는 아예 맞춤형 브랜드 ‘마데카21’을 새롭게 선보인 점도 눈길 끈다. 마데카21은 1020 잘파세대(Z+알파세대)가 자주 찾는 다이소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전국 GS25 편의점에 전진 배치했다. 연령대별 소비 수준과 취향에 맞춰 제품군과 유통망을 세분화한 전략이 브랜드 생명력을 길고 젊게 유지하는 바탕이 됐다.

단순 화장품에 머물지 않고 K뷰티 트렌드에 따라 M&A로 신시장을 개척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동국제약은 미용 기기 개발사 ‘위드닉스’를 인수하며 하드웨어 기획력도 확보한 후 화장품 성분 흡수를 돕는 미용 기기 ‘마데카 프라임’을 출시했다. 가전 기업이 선점한 시장이지만, 피부를 잘 아는 제약사가 만든 기기라는 점을 내세워 차별화했다. 기기를 구매한 고객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사 앰플과 크림을 꾸준히 구매하게 만드는 이른바 ‘잠금 효과(록인)’가 생겼다.

2024년에는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회사 ‘리봄화장품’을 인수, 자체 브랜드 생산 안정화, 시장 트렌드에 걸맞은 신제품 개발을 빠르게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글로벌 진출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후 전폭 지지해준 점도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는 “해외 성장이 필요할 때, 미국 플랫폼 진출 경험이 풍부한 화장품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 팀을 구성하고 이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게 한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그 결과 일본 큐텐(Qoo10), 미국 아마존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동국제약은 K뷰티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북미와 남미 시장에서는 팔로워 100만명 이상의 메가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마데카 크림 타임리버스’ ‘멜라캡처 앰플’ 등 주력 제품을 알리는가 하면, 최근에는 글로벌 K팝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멤버 ‘태현’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아시아 핵심 거점인 일본 오프라인 시장 진출도 매섭다. 돈키호테, 로프트, 마츠모토키요시 등 현지 유명 소매점 1000여곳에 순차 입점 중이다.

SNS 소통 방식도 영리하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단순한 화장품 후기 영상을 넘어서, 제품의 개발 과정이나 TECA 성분의 효능을 재미있는 밈(Meme)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라 ‘파마시뷰티 기반의 안티에이징 솔루션(제약사의 검증된 피부 과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개선하는 맞춤형 화장품 처방)’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마케팅이다.

화장품, 가정용 의료기기 등 다양한 상품 구성을 갖춘 동국제약(위). ‘센텔리안24’의 히트 상품인 ‘마데카 크림’.(아래) (동국제약 제공)
남은 과제는

경쟁 제약사도 화장품 시동

1조원 매출 시대를 열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꽤 있다. 제약사는 물론 화장품 대기업까지 고기능성 화장품 시장에 진입하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점은 간과하기 힘들다.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신세대 인디 브랜드들이 마케팅비로 매출 비중의 20%를 쓴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국제약 역시 마케팅 예산을 좀 더 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사 고유의 영업망을 활용하라는 조언도 있다. 남혜성 비코드랩 대표는 “최근 국내 약국이 화장품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대두하고 있는 만큼, 일반의약품(OTC) 영업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OTC본부와 헬스케어본부 간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8호(2026.05.06~05.12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