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클릭 안해서 1000만원” 재산신고에 우는 경찰 28배 폭증

재산등록과 관련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찰관의 수가 전년 대비 28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경찰관들은 단순 실수에도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실무자급인 경사 계급 이상으로 재산등록 대상자를 정한 현행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5일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월 재산등록 문제로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부과 처분이 된 경찰청 소속 공무원은 391명이다.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동기 처분 대상자 14명의 28배에 육박하는 처분 대상자가 나왔다. 이는 아직 확정된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대상 경찰관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과태료 부과 대상자는 2022년엔 12명, 2023년 13명, 2024년 98명이었다. 올해 1분기 과태료 부과 경찰관은 최근 5년 중에 가장 많다.
“‘단순 실수’ 하나에 비윤리적이라 매도당해”
재산등록 누락으로 과태료 부과 처분까지 간 경찰관이 급증하면서 내부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전남 여수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 A씨는 “부동산 정보 열람 미클릭으로 과태료 1000만원을 받을 처지”라며 “사소한 실수 하나 했다고 비윤리적 직원으로 매도당했다”고 했다. 충남 천안서북서 소속 경찰관 B씨는 “아버지 사후 어머니에게 상속된 재산을 누락해 징계 대상이 됐다”며 “소명서를 제출했는데도 감경 없이 과태료 500만원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올해 과태료 부과 경찰관이 급증한 것은 윤리위가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재산등록을 제대로 했는지는 우선 경찰 내부에서 심사한다. 이 중 문제가 있는 인원은 윤리위에 통보하게 되는데 윤리위에서 최종적으로 과태료 부과 처분 대상자를 추려 법원으로 넘긴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간 경찰 재산 등록 대상이 너무 많고 심사 인력은 부족해 다소 헐거운 기준으로 심사했지만, 올해부터 윤리위가 다른 부처처럼 엄격하게 조처하라고 해서 부적격 대상자가 급증했다”고 했다.

재산 등록 대상자 ‘경사 이상’…과도하다 지적도
일각에선 경찰 재산 등록 대상자 계급을 7급 상당인 경사 이상으로 규정한 것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산등록 의무자 범위를 경사 이상으로 정한 1994년 12월 당시엔 순경으로 입직한 경찰관의 경우 퇴직 시점에 최종 계급이 경사인 경우가 통상적이었다. 간부급인 파출소장 보직을 경사가 맡기도 해 권한과 책임도 컸다. 하지만 승진 연한(필요 최저 근무연수)이 짧아지면서 순경 입직자 대부분이 경감으로 퇴직하기 때문에 경사 계급은 실무자급으로 위상이 낮아졌다.
재산등록 의무 대상자 계급은 32년째 경사 이상이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조직이 큰 경찰청의 재산등록 의무 대상자 수는 올해 3월 31일 기준 9만9347명으로 법무부(1373명)·대검찰청(6453명)·국세청(1만5923명)·감사원(1130명)·국민권익위원회(230명)·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71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경찰 조직이 수사 등을 맡는 국가경찰과 생활안전·교통 등을 담당하는 자치경찰로 이원화되는 만큼 자치경찰 소속 경사·경위 계급은 재산등록 의무 대상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소방의 경우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장과 소방위는 등록 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문가들은 부정부패 방지 목적의 공직자 재산등록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등록 대상 조정 등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엔 경찰 비리를 통제하기 위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했지만, 근속 승진 제도로 대부분 경감까지 승진하기 때문에 경사는 거쳐 가는 하위 계급으로 역할이 축소됐다”며 “실무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하위 계급도 등록 대상인 현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허위 재산등록과 단순 누락을 구분해서 부정부패 소지가 있는 경우는 엄정하게, 단순 누락의 경우엔 충분히 소명할 수 있도록 해야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하지 않을 것”이라며 “묵묵히 일하는 다수 경찰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고 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술에 ‘이것’ 한 방울 넣어라”…90세 애주가 뇌 쌩쌩한 비결 | 중앙일보
- “내신 3등급도 의대 간다”…입시판 뒤흔든 ‘꿀전형’ 뭐길래 | 중앙일보
- “아버지입니까 檢총장입니까” 구속 된 그때, YS 차남의 충격 | 중앙일보
- “목욕 후 상의 벗고, 여자에게 들이대”…전청조 교도소 근황 | 중앙일보
- 광주서 여고생 흉기 찔려 사망…경찰 ‘2명 피습’ 20대 검거 | 중앙일보
- 이건 실화였다…‘17세 강간범’ 엄마의 155분 울분 | 중앙일보
- ‘부산 돌려차기’ 결정적 DNA 찾은 과수부, 해체 위기 왜 | 중앙일보
- 피자 먹으며 여성 딜러 토막냈다…“차 3대 살게요” 그놈 정체 | 중앙일보
- 3년만에 35억 찍고 은퇴했다…92년생 파이어족의 ‘몰빵 종목’ | 중앙일보
- 허리 부여잡고 펑펑 울었다…그날 오세훈 ‘눈물의 구급차’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