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피크닉 함께해요"… 어린이날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가보니

박정길 2026. 5. 5. 20: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돗자리·물놀이·도슨트 투어까지… 꽃보다 사람으로 채워진 서울숲의 하루

[박정길 기자]

 2026년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성동구 서울숲
ⓒ 박정길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 성동구 서울숲은 이른 아침부터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이곳은 본래 식물과 조경을 감상하는 공간이지만, 이날만큼은 돗자리와 웃음소리가 어우러진 '도심 속 봄 피크닉'의 풍경이 펼쳐졌다.

잔디밭 곳곳에는 돗자리를 펼친 가족들이 자리를 잡았고, 꽃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연인들, 서로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정원은 더 이상 조용히 둘러보는 전시장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이 공간을 채우며 살아 숨 쉬는 장소로 바뀌고 있었다.

'가족정원' 구역에서는 유난히 활기찬 모임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함께 찾은 이들이 즉석에서 '백만불의 미소' 사진 콘테스트를 연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이 굳어가니 더 많이 웃자는 취지"라는 말과 함께 서로의 웃는 얼굴을 카메라에 담으며 현장은 금세 웃음으로 물들었다.

점심 무렵이 되자 공원은 또 다른 풍경으로 채워졌다. 피자와 치킨을 나눠 먹는 가족들, 김밥을 펼치는 이들, 커피와 음료를 들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식사를 마친 뒤 스스로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즐길 줄 아는 만큼 책임 있게 마무리하는 시민들의 태도가 공간의 분위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디부터 볼지 고민된다면… 도슨트 해설로 시작하는 정원 여행
 5일 오후 서울숲에서 도슨트 해설가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원 관람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
ⓒ 박정길
서울시는 이번 박람회의 핵심을 "보는 정원을 넘어 직접 참여하는 정원"이라고 설명한다. 도슨트 투어, QR 기반 스마트 해설, AR 체험 프로그램 등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도 대폭 확대됐다. 9개 언어 해설 시스템까지 도입되며 '글로벌 정원축제'로서의 성격도 강화됐다.

관람 동선이 고민된다면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을 사전 예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장에서도 잔여 인원이 있을 경우 QR코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오후 2시, 4시, 6시에 출발하며 약 1시간 동안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해설이 진행된다.

기자는 이날 오후 4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해설사는 "일반적인 박람회가 꽃이 주인공이라면, 이곳은 정원 자체가 주인공"이라며 "약 10개 내외의 정원을 함께 둘러보며 공간의 의미를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간의 시간성도 흥미롭게 이어졌다. 이 일대는 과거 경마장이었고, 그 이전에는 왕의 사냥터였다. 이후 뚝섬 유원지를 거쳐 오늘날의 서울숲으로 변모했다. 해설사는 "성수동이라는 지명은 '성스러운 물이 흐른다'는 데서 비롯됐다"며 지역의 유래를 짚었다.

정원 곳곳에 남아 있는 경마장의 흔적을 형상화한 조형물 역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장치다. 공간은 새롭게 꾸며졌지만, 그 안에는 시간의 기억이 함께 쌓여 있었다.

어린이날 서울숲, 뛰노는 아이들로 살아난 정원

기자는 서울숲 정문 앞 분수대로 향했다. 물줄기가 솟아오르는 사이로 아이들이 왁자지껄 뛰어다니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미끄러지듯 달리다 엉덩방아를 찧고도 금세 일어나 다시 웃으며 달려가는 아이들. 아픈 줄도 모른 채 온몸으로 즐거움을 표현하는 모습이 시선을 붙잡았다.

이날 서울숲의 중심은 꽃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뛰어다녔고, 부모들은 그 순간을 놓칠세라 연신 핸드폰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낯선 이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같은 풍경을 공유했다. 정원은 더 이상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관계를 만들고 순간을 놀이로 바꾸는 생활형 공공 공간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어린이날의 의미도 그 풍경 속에서 확장됐다. 아이들의 웃음에 어른들의 웃음이 겹쳐지며 공간 전체가 따뜻한 온기로 채워졌다.

구로구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서울 도심에 이렇게 공기와 바람이 좋은 곳이 있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며 "아이들의 웃음을 보고 있으니 나까지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도시를 정원으로"… 서울숲·한강 잇는 167개 정원 실험
 5일 서울숲 정문에서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박정길
이번 박람회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도시 전체를 '정원처럼 활용하겠다'는 구상 아래 진행되고 있다. 서울숲을 중심으로 성동구와 광진구, 한강변까지 이어지는 생활권 곳곳에 167개의 정원이 분산 조성됐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확장하는 모델"을 실험하겠다는 입장이다.

개막식은 지난 1일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세종문화회관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시작된 행사는 정원과 문화공연을 결합한 형태로 진행됐다. 서울시는 개막 주간 동안 재즈, 국악, 패션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정원 속 문화축제'라는 콘셉트를 강조했다.

또 서울숲 남측 한강변에는 수변 경관을 살린 정원이 조성됐고, 주요 도로와 생활권을 따라 선형 정원이 이어지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확장하는 구상이 적용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막식 기준 약 30만 명이 방문했다"며 "특정일에 방문객이 급증했다기보다 전반적으로 꾸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별도로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번 박람회를 오는 10월까지 약 180일간 이어갈 계획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