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반환 근거’ 카이로선언 기념비 설치…대만 “악의적 왜곡” 반발

송세영 2026. 5. 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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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11월 25일 이집트 카이로 회담에 참석한 장제스 중화민국 국민당 군사위원회 주석,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왼쪽부터). 위키피디아


중국이 1943년 ‘카이로선언’을 기념하는 비석을 이집트 카이로에 설치했다. 일본의 대만 반환을 명시한 카이로선언을 부각함으로써 대만 독립 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은 “역사 왜곡”이라며 반발했다.

주이집트 중국대사관은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집트 메나하우스에서 카이로선언이 발표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기념비를 건립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최근 이집트 카이로에 설치한 '카이로선언' 기념비. 주이집트중국대사관


대사관이 공개한 사진에는 검정 원형 받침대 위에 ‘카이로선언 기념비’라는 한자가 각인된 초록색 비석이 올라간 모습이 보인다.

검정 받침대에는 중국 오성홍기와 이집트 국기가 새겨져 있고 가운데에는 “카이로선언이 이곳에서 체결된 것을 기념한다. 대만의 중국 복귀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이자 전후 국제 질서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라는 문구가 중국어로 적혀 있다.

중국이 최근 이집트 카이로에 설치한 '카이로선언' 기념비의 받침대. 주이집트중국대사관


카이로선언은 1943년 11월 23∼27일 카이로 메나하우스 호텔에서 열린 미국·영국·중화민국 등 연합국 3국 정상회담의 결과물이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 장제스 중화민국 국민당 군사위원회 주석이 회담 후 12월 1일 발표한 카이로선언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이래 일본이 강탈·점령한 태평양의 모든 섬을 몰수할 것,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탈취한 만주·대만·펑후열도 등을 중국에 반환할 것, 한국을 적당한 시기에 독립 국가로 만들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은 카이로선언이 ‘대만 반환’의 역사적·법리적 근거이고 카이로선언의 규정을 재확인한 포츠담선언(1945년)과 함께 ‘전후 국제 질서’를 구성하는 토대라고 주장한다.

대만은 반발했다. 대만 외교부 샤오광웨이 대변인은 “중국이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시도이자 대만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외교부는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이 서로 종속 관계가 아니라는 객관적 사실을 강조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어떠한 수단을 통해서든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대표한다고 허위 주장할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만은 1943년 카이로회의와 1949년 10월 수립된 중화인민공화국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당시 회의에는 국민당 군사위원회 주석 장제스가 참석했고 일본이 대만을 반환하는 대상도 중화민국으로 명시됐다는 점, 1945년 포츠담선언은 카이로선언의 이행을 확인했을 뿐인 점, 1952년 발효된 샌프란시스코조약은 일본이 대만 등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고 언급했을 뿐 주권이 어디에 귀속되는지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미국도 대만을 편들고 있다. 대만 내 미국 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도 지난해 9월 성명을 내고 “카이로선언과 포츠담선언, 샌프란시스코조약 중 어느 것도 대만의 최종적인 정치적 지위를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이 허위 사실을 이용해 대만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오는 14~15일 열릴 예정인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방침이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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