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보고서 봤더니, '도쿄일극'엔 있고 '서울공화국'엔 없다

이정환 2026. 5. 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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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분권⑤] 지방정부 자율 결정 지방세 비중, 일본은 54.8% 한국은 0%

이재명 대통령의 '분권'은 갑자기 나온 구호가 아닙니다. 성남시장 시절 "핵심은 분권의 문제"라고 했고,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에는 "지방분권 개헌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지금은 "분권의 핵심은 권한과 재정"이라고 말합니다. 이같은 분권 정치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전하고, 그 의미와 과제를 함께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말>

[이정환 기자]

* 대통령의 분권 4편에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 지방정부에는 없는 강력한 '힘'을 일본 지방정부는 쥐고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재정분권 조사보고서(OECD Fiscal Decentralisation Database)를 확인한 결과, 일본의 2022년과 2023년 b1(과세 자율성)에 따른 지방세 비율은 각각 53.7%와 54.8%였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모두 0%였다.

b1은 OECD의 재정분권 지표 중 하나로, 전체 세수 가운데 지방정부가 세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세금의 비중을 뜻한다. 지방 정부가 자체적으로 세율 및 감면폭 등을 설계·운용할 수 있는 세금의 비중이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무하다'는 뜻이다.

'닮은꼴 국가'지만... 과세 자주권에서 매우 큰 격차
 2026년 1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열린 한일정상 공동언론발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 후 박수치고 있다.
ⓒ 연합뉴스
중앙정부가 설계한 틀 안에서 운용되는 지방세 비중(b2)에서도 일본과의 차이는 매우 컸다.

2022년과 2023년 우리나라의 b2는 75.5%와 73.8%였지만, 일본은 26.4%와 25.7%로 각각 나타났다. 중앙정부 '입김'이 영향을 미치는 지방세 비중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양국 모두 단일 국가이고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상황, '도쿄 일극'과 '서울 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만큼 수도권 집중까지 닮은꼴이란 점을 감안하면 지방정부 세금 자율권에서는 양국 사이에 의외로 매우 큰 격차가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2024년 3월 한국지방세연구원이 내놓은 'OECD 국가재정분권 수준 국제비교(2022년 기준)' 연구보고서를 통해서도 전해진 바 있다.

우리나라의 과세 자주권은 중앙정부가 상·하한을 설정한 지방세 세율 범위 내에서 지방정부가 탄력세율을 정할 수 있는 경우(b2)에 해당하는 지방세 비중이 75.5%이다.

보고서는 2022년 기준 OECD 보고서 내용을 전하면서 "우리나라 세입분권 비중은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이나 독일 등 연방국가뿐 아니라 같은 단일국가인 일본(29.6%)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라며 "지방정부의 실질적 과세 자주권 수준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세입분권은 전체 정부(중앙정부+지방정부) 세입에서 지방정부 자체세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측정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17.6%로 일본보다 12.0%p 낮았다. 지방정부가 세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b1과 b2)이 일본보다 미약한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과세 자주권, 즉 지방정부 세입·세출 권한의 실질적인 재설계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도 그래서다.

OECD 일본 b1·b2의 비밀... "기간세 기반 강화해야"
 OECD 국가의 세입분권과 세출분권(2022년도) 상황. 한국지방세연구원은 'OECD 국가재정분권 수준 국제비교(2022년 기준)'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세입분권 비중은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 독일 등의 연방국가뿐만 아니라 같은 단일국가인 일본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 한국지방세연구원
이재명 정부는 국세-지방세 비율 7:3 달성을 국정과제로 내놓은 바 있다.

2025년 8월 공개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모두 123개 국정과제가 망라돼 있는데, 그중 53번 국정과제가 "장기적으로 국세-지방세 6:4 (비율) 지향, 7:3까지 개선"이다. 현재 비율은 7.5 : 2.5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기간세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간세는 일정 과세 기간에 발생한 소득이나 거래 혹은 자산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를 지방정부가 직접 거두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기간세 기반 강화다.

지난 3월 17일 열린 '국민주권정부의 재정분권 추진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상범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현행 재산세제 중심 제도에서 소득·소비세제 중심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조세 중심의 지방 이양이 이뤄져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정부 노력이 세수 증대로 연계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토론회에서 박관규 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 역시 세입분권 중심, 즉 지방정부 자체세입 비중을 높이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역시·도의 경우는 소득·소비 과세 중심의 기간세 기반 강화"와 "시·군·구는 재산 및 소득 과세 중심의 기간세 기반 강화" 등을 제안했다.

실제로 일본 지방정부 세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민세(지방소득세)와 법인사업세 등은 모두 기간세에 해당한다. 이런 기간세에 대해 일본 지방정부가 상당 수준의 자율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화돼 있는 상황이 OECD 조사보고서 b1·b2 항목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현재 OECD 재정분권 조사보고서는 2023년 조사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

'범정부 재정분권 TF'가 내놓을 그 방안은?
 2025년 8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조세재정연구원 장우현 연구위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국무조정실은 '국세-지방세 비율 7:3'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범정부 재정분권 태스크포스(TF)를 지난 1월 출범시켰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정부위원 5명 그리고 관계부처와 지자체 협의회 추천을 받은 민간위원 6명 등으로 구성됐다.

윤 실장은 1차 회의를 통해 "저희가 여러 의견을 들어 지방재정 분권의 큰 틀과 통합안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라면서 "올해 상반기에 종합적인 재정분권 방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라는 뜻을 함께 전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4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까지 모두 네 차례 회의가 개최됐다"라고 밝히면서 "이란 전쟁 등 여러 상황으로 일어난 재정 변수도 고려해서 TF에서 관계부처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OECD 보고서로 드러난 일본 지방정부가 갖고 있는 구조적 '힘', 그 비결이 범정부 재정분권 TF가 앞으로 내놓을 재정분권 방안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 대통령의 분권 6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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