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 고위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검토”…韓화물선 피해로 기류 변화

윤지원, 심석용 2026. 5. 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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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을 빼내기 위한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5일 파악됐다. 한국 선사 화물선인 HMM 나무호 폭발 사고를 두고 미국 측이 한국의 작전 동참을 거론하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줄타기해 온 한국 정부가 기존 안보 전략을 수정할 명분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5일 본지 통화에서 “미국의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일 미 국무부와 중부사령부가 주도해 결성하려는 다국적 협의체인 해양자유연합(MFC, Maritime Freedom Construct) 참여를 검토한단 방침을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명명한 작전 합류까지 테이블에 올린 사실이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내부 기류는 HMM 나무호 사고 직후 나온 트럼프의 메시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공격에) 한국 화물선도 포함됐다. 이제 한국이 이 임무에 참여할 때”라며 한국을 콕 집어 작전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이 지난 4일부터 개시한 프로젝트 프리덤은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는 민간 선박의 탈출을 돕는 작전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구축함과 항공기 100여 대, 병력 1만 5000명을 투입해 작전 첫날부터 이를 저지하려는 이란과 사실상의 교전을 벌였다. 이와 관련 미군 중부사령부는 미 군함이 이란의 순항 미사일을 요격했고, 아파치 헬기를 동원해 상선을 위협하던 이란 고속정도 격침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당초 정부가 종전을 전제로 타진해 온 영국·프랑스 주도의 다국적군 구상 참여보다 미국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군사적인 기여를 하는 방안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 공습 직후 작전 동참을 거부한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철수와 이탈리아·스페인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 감축을 시사한 데 이어, 지난 1일엔 유럽산 자동차에 25% 관세 폭탄까지 예고하며 전방위로 옥죄고 있다. 한국 역시 한·미 동맹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턱밑까지 다가온 이런 안보 청구서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 전경. AP=연합뉴스

다만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자정께 김진아 2차관 주재로 한국 선박 폭발 관련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어 폭발 원인 규명에 대해 “선박 예인 후 조사 과정에서 파악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이란의 공격으로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객관적인 사고 원인 조사를 명분으로 미·이란 사이에서 시간 벌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군 당국은 관련국 동향을 살피면서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 프로젝트 프리덤에 참여하더라도 군함을 호르무즈 해협 내로 직접 투입하기보다는 외곽에서 지원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기류다. 이 경우 2020년처럼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확대하는 방안이 선택지로 꼽힌다. 청해부대의 본래 파병 임무는 호르무즈 해협으로부터 약 2000km 떨어진 아덴만 해역 일대의 해적 퇴치와 우리 국민·선박 보호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 내로 직접 들어가 선박 호송을 지원하는 것으로 임무 성격 자체를 변경할 경우에는 국회 동의를 새로 거쳐야 한다. 반면 기존 임무 명목을 유지한 채 작전 구역만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넓힐 경우에는 별도의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 또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외곽 지원은 유력 대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외교가 안팎에선 자국 화물선이 타격을 입은 변수가 발생한 만큼 ‘종전 전 군사 개입 불가’란 기존 원칙만 고수하기는 점차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을 지낸 조구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양 통상 국가인 우리에게 국제 항로 확보는 국가 존망이 걸린 핵심 국익으로, 참여 명분은 이미 갖춰진 것”이라며 “호르무즈의 국제법적 통행권 확보는 국가 전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전략 차원에서 방향성을 잡되, 외교·군사적 피해를 최소화할 효율적인 기여 방안을 미국과 진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원·심석용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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