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된다면서요" 깜짝…허리 아플 때 받던 치료, 보장서 빠진다
과잉의료·비급여 쏠림 차단
실손보험 전면 '대수술'
중증 5000만원 유지·비급여 1000만원 축소
정부가 실손의료보험을 중증 질환과 필수 의료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급여 통원 진료는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연동하고, 비급여는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해 보장 체계를 재편한다. 필수 의료 보장은 강화하고 비필수 의료는 보장 범위를 조정해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한편 의료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또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를 위한 '선택형 할인 특약 제도'와 '계약전환 할인 제도'를 오는 11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세대 실손보험' 개편안을 마련하고, 기존 상품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했다고 5일 밝혔다.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전하는 국민 사적 의료안전망으로 자리 잡았지만, 낮은 자기부담률로 인해 비필수 의료 이용을 부추기고 보험료 상승을 초래해 왔다는 판단에서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지난해 실손보험 손익은 약 1조87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매년 2조원 안팎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과잉의료와 비급여 의료쇼핑, 급여·비급여 동시 이용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담, 비급여 중심 진료 쏠림,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제기되면서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보장 구조를 '급여'와 '비급여'로 나누고, 특히 비급여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세분화해 차등 보장하는 데 있다.
우선 급여 항목은 입원과 통원으로 구분해 운영된다. 입원 치료는 중증질환과 수술 등 불가피한 의료 이용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존과 동일하게 자기부담률 20%를 적용한다.
반면 통원(외래) 진료는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연동해 의료기관과 진료 항목 등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한다.
급여 통원 진료 시 자기부담금은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곱한 금액, 보장 대상 의료비의 20%, 최소 자기부담금(1만~2만원) 중 가장 큰 금액으로 결정된다. 이를 통해 대형병원 이용 시 부담은 늘고, 동네 병·의원 이용 시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임신·출산 및 발달장애 관련 급여 의료비가 새롭게 보장 대상에 포함된다. 저출생 시대에 필수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비급여 항목은 이번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이뤄진 부분이다. 기존에는 단일 구조로 운영됐지만, 앞으로는 '중증 비급여(특약1)'와 '비중증 비급여(특약2)'로 나눠 운영된다.
중증 비급여(특약1)는 중증 환자의 해당 질환 치료를 보장하는 항목으로 현행 보장 틀인 보장한도 5000만원, 자기부담율 30%를 유지한자. 또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입원 시 연간 자기한도 상한을 신설해 연간 본인 부담금이 5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은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도록 했다.
반면 비중증 비급여(특약2)는 과잉 의료 이용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보장 범위가 대폭 조정된다. 보장 한도는 연간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되고, 자기부담률은 30%에서 50%로 상향된다.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물리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 일부 항목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료기술 재평가에서 효과성이 낮다고 판단된 'D등급' 치료 역시 실손 보장에서 제외한다.
비급여 특약은 선택 가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소비자는 급여만 가입하거나, 중증 비급여 또는 비중증 비급여를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어 개인의 의료 이용 성향과 보험료 부담 수준에 맞춰 가입 범위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5세대 특약2에도 무사고 할인과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를 적용해 비중증 비급여 이용이 적은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한편 이용이 많은 가입자는 그 수준에 맞는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개편으로 인해 보험료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5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기존 4세대 대비 약 30%, 1·2세대 대비로는 50% 이상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급여와 중증 비급여 중심으로 가입할 경우 보험료는 기존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비중은 1세대 17.1%, 2세대 41.2%, 3세대 약 21%대, 4세대 17.7% 수준이다.

기존 상품의 갈아타기를 유도하거나 기존 가입자를 위한 제도도 마련했다. 2013년 3월 이전 가입자로 재가입 조건이 없는 초기 실손보험 계약자를 대상으로 '선택형 할인 특약'과 '계약전환 할인 제도'가 도입된다.
선택형 할인 특약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보장을 제외하고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방식이다. 근골격계 물리치료, 비급여 주사제, MRI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하거나 자기부담률을 높이는 대신 보험료를 약 30~40% 할인받을 수 있다.
계약전환 할인 제도는 기존 계약을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경우 일정 기간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3년간 보험료를 50% 할인받는 구조가 가능하다. 해당 제도는 2026년 11월부터 시행된다. 계약전환 할인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된 뒤 연장 여부가 검토된다.
소비자 보호 장치도 함께 강화된다. 실손보험 중복 가입 시 보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단체보험 가입자나 해외 장기 체류자의 보험료 납입을 중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한다. 또한 기존 계약을 유지한 상태에서 타사 상품을 비교·가입할 수 있도록 절차도 개선된다.
금융당국은 향후 손해율과 의료 이용 패턴, 보험금 지급 추이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필요 시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아울러 불완전판매와 끼워팔기 등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도 강화한다.
이동엽 과장은 "오는 7월 판매수수료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일부 법인보험대리점(GA)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절판마케팅'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생명보험사 7곳과 손해보험사 9곳 등 총 16개 보험사는 6일부터 5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한다. 소비자는 보험사 방문이나 보험설계사, 보험다모아, 콜센터 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다만 내부 전산 준비 등의 사유로 신한EZ손해보험은 내달 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기존 1~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별도의 심사 없이 동일 보험사의 5세대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전환 후에도 보험금 수령 이력이 없을 경우 6개월 이내에 기존 상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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